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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들의 도시 - In Bruge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죄송하지만, 염치 불구. 이 영화 무척 깔껍니다. (그리고 스포일러)
영화 초반의 5유로 입장료, 코끼리 무리와 같은 유머코드가 재미있어서, 흠, 좀 괜찮은 영화일거라 기대했다. 그러나 알아야 했다. 영화 1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랄프파인즈가 나올 때부터, 이 영화. 막 가고자 한다는 것을.
영화 중반부에 갑작스레 극에 뛰쳐 들어온 해리(랄프 파인즈)는 아무런 깊이와 더불어 매력도 없는 캐릭터를 보여준다. 그가 켄을 한번 살려 준 것도, 아이를 죽였다고 한번 더 총질을 하는 그 모든 행동을 우리는 이해할 수가 없다. 그건 아마도 전화기를 부수고 아이에게 작별인사를 건낸 장면만으로 캐릭터를 구축하기에는 너무 얕았고, 무조건적인 그의 돌진은 납득할만한 아무런 추진력과 사연을 달고 있지가 못하다.
게다가 우리의 켄은 너무 인자한데다가, 능력이 매우 좋은데, 총알이 목을 스쳐도 수십 계단을 오를 수가 있고, 사람이 개미만하게 보이는 종탑에서 뛰어내려도 대사를 몇 줄 더 말할 수가 있다. 이런 비현실적인 초능력은 관객을 뭘로 아는 것이 분명하다.
도대체 켄은 왜 그토록 살리려 했는지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레이 역시 따분하다. 차라리 켄의 숨겨진 아들이기라도 했으면 수긍할 수 있을까.
두 킬러에게 ‘인간적인 냄새’를 더하기 위해 삽입한 듯한 미술관 장면은, ‘죄인은 죽음을 두려워한다’는 뻔한 스킬로 이 영화의 멍청함을 빛낸다.
결국 이 마지막 장면을 위해 등장해야했던 난장이 캐릭터는 내내 극에 재미도 활력도 주지 못한채 이용됐고 (창녀와 흑인과 마약과 함께!) 전혀 매력적이지 않은 클로이와 (슬로우모션 장면 하나로 클로이에게 현혹된 레이는 중심 사건의 진행을 위해 그녀를 뒤통수쳤다 순정을 바쳤다 한다) 생뚱맞은 사연으로 끼어든 캐나다인들, 켄에게 아이템을 주기 위했던 전형적인 바보 악역 장님 소년과 차라리 대사가 없는게 훨씬 깔끔하고 나았을 유리.
어떻게 캐릭터를 구축하면 한국판 포스터 만큼이나 촌스럽고 볼품없는지의 교훈을 남기는 사례가 될 영화, 아카데미 각본상 노미네이트는.. 설마 진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