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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돕는 여자들
이혜미 지음 / 부키 / 2022년 12월
평점 :
여자뿐 아니라 세상의 무언가를 돕는 사람들 무리에 가보면, 여자들로 그득하다. 유기견보호소에서, 마을도서관에서, 독거노인 반찬봉사 동아리에서... 일하고 돕는 사람들을 보면 대다수가 여자였다.
여자의 dna에 유독 사랑이 많아서가 아니라, 여자로 살아오며 차마 지나칠 수 없는 공동체의식과 의리가 심어진 때문일 것이다. 용기를 내 가해자를 고발하거나 폭로한 성폭력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복수심 때문이라고 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도 나와 같은 일을 당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용기와 실천을 이끌어낸다고들 한다.
그래서 여자들을 끌어주고 여자들에게 영감을 주고 다른 여자의 앞에 길을 터가는 여자들의 존재 그리고 이야기는 소중하다. 피 터지는 경쟁구도 속에서도 빛나는 우정과 연대, 서로에 대한 진심어린 존경과 우정을 보여준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 프로그램을 연출한 사람조차 그것을 '여자들의 질투와 욕심'이라 폄하한 것처럼, 가부장적 세상은 여자들끼리 손잡길 원치 않기 때문이다.
「여자를 돕는 여자들」에는 연예계, 정치계, 스포츠계, 과학계 등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자기만의 색깔을 드러내면서 동시에 여성으로서의 목소리를 세상에 더하는 여자들의 솔직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나는 특히 국회의원 류호정의 인터뷰를 재미있게 읽었는데, 끝에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뭉클하고도 인상적이었다.
"뭐가 됐든 여러분 잘못은 아닙니다. 자기 검열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원피스를 입은 것만으로 비난과 조롱을 당한 정치인으로서 저 말은 자신에게도 얼마나 절실한 것이었을까.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도.
사실 책 자체는 생각보다 가볍게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편집디자인과 내용이다. 어떤 인터뷰는 좀 더 깊이 나아갔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각자의 '일'에 중심을 둔 이야기라 그것은 충분히 전달된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