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다정하게 앤드 산문집 시리즈
강혜빈 지음 / &(앤드)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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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요. 저도 모르겠어요. 어쩌다 여기까지 왔는지. 살면서 좋은 일이 아주 없는 건 아니잖아요. 오늘은 아주 없는 날이 아닌거예요."

"겨울과 여름 사이에 걸친 봄은 너무나 잔혹해서 자주 슬퍼진다는 사람의 말을 되뇌어 본다."

20살 즈음, 홀로 서울(지방사람)엘 갔다가 대학로였던가, 이태원이였던가- 어디 구석에 <루나>라는 이름의 카페에 가 본 적이 있는데

당시 그 어린 대학생은 7,000원이나 하는 거금을 주고 블루마운틴을 드립으로 마셨더랬지.

그 손놀림과 거품과 향이 시대를 거머쥔냥 홀린 듯이 마시고 글을 썼었는데

여름이었던 그때, 나는 참 찬란하다라는 이유로 디게디게 슬픈 글을 끄적였던(일기였을..) 기억이 있다.

무심코 <<어느 날 갑자기 다정하게>>를 읽는데 그때가 떠올라서 기분이 묘했다.

지금은 수십년 전,
낯선 카페 구석탱이에 앉아
하얀 메니큐어로 멋부린 손톱과
읽고 있던 책 귀퉁이를 한 컷 사진에 담고 어떤 SNS의 프로필 사진으로 썼던 추억의 한 편이 떠올랐다.

"때로 불행과 행운의 얼굴은 같고, 나는 여전히 그 얼굴을 구별하지 못한다"

그런 것 같다.
잠시 망각했는데 그 스무살 즈음 낯선 곳 구석에 있던 대학생은 당시,
집안 사정이 좀 어려웠고 꿈을 꾸는 것이 녹록치 않았다.
그런데 참 '다정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니.

"우리는 서로의 삶에 침투하면서 가까워지는 게 아닐까요? 나는 나로서, 당신은 당신으로서, 거리를 두고 독립적인 개체로서 만나는 것이지만. 크고 작은 균열은 생길 수밖에 없더군요. 하지만 균열도 잘 메우면 괜찮아요. 각자의 견고한 세계가 갈라질 때, 그 틈새로 새살 같은, 따뜻한 마음들이 자라니까요.(p.139)"

<<어느 날 갑자기 다정하게>>
제목에 끌려 서평단 신청을 했는데 정말 행복하게도 선정이 되어, 이렇게 글을 남기게 되었다.

"이곳에서 문학을 사랑하는 것은 꿈과 잔, 단 둘뿐이었다."

어떤 기억을 펼치게 한 산문들과
간간히 이어지는 단어들이 참 사랑스러운 강혜빈 작가의 <<어느 날 갑자기 다정하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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