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O 옆 동네 중학년 읽기대장
김진경 지음, 송효정 그림 / 한솔수북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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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친구다!

 

무디디 무딘 나는 목차를 보면서 감을 전혀 잡지 못했다. ‘너에게서 냄새가난다고? ‘고슴도치가 가시를 잃? 외계인동네에 웬 고슴도친데?, ‘고양이의 선물’-김진경선생님의 고양이 사랑은 변함이 없군! 이라 중얼거리며 읽기 시작했다. 다음 등장인물 쪽. 현주를 아파트 단지 여자애들의 짱이라고 소개한 글과 현주의 얼굴이 잘 연결되지 않아 잠시 갸우뚱. 보통 짱이라고 하면 한가닥 하는 일진의 분위긴데, 별로 일진스럽지 않았다. 마치 표정없는 인형처럼 보여 예뻐서 짱이라고 하나보다라고 정리했다. ‘현주네 패거리에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라는 은영이의 소개를 보면서는 열이 확~ 받아, 책을 잠시 덮어뒀다.

 

다시 열어 보기 시작한 책은 단숨에 읽혔다. 역시! 재미있다. 종종 쓰는 믿고 보는이라는 말에 걸맞는 이야기다. 물론 색깔들은 참 다르다. ‘재개발아이들에게 나타나는 계층화라는 사회적 문제를 아이스럽고 솔직하게 다루는 것을 보면서 김진경 선생님의 사회적 노련함이 글 속에 묻어나는군 하며 감탄했다. 영혼없는 이름 짓기를 영혼없는 사행심 조장이자 동시에 온 국민의 로망인 로또 추첨에 빗대고, 동네 이름까지 행운동이라고 붙인 것에서는 씁쓸함과 동시에 웃음까지......

사실, UFO 옆동네만 아름이랑 현주네 같은 일이 있는 것 아니다. 아파트 촌 내의 학교에 다녀야 하는 재개발지역 아이들의 서러움(?)은 예전 작가선생님이 학교에 계셨을 때도, 아니 이미 내가 어릴 적부터 있었던 일이다. 그리고, 내가 아이를 키우는 지금도 있는 일이다.

동화 속 학교에서 아파트 촌 아이들은 스스로 외계인화한다. 집 평수에서 에너지를 받는 어른들의 그늘에서 재개발지 아이들에게 쓰레기 냄새를 입힌다. 만만하고 마음 약한 친구의 책상에 쓰레기 더미를 쌓아놓으며 자신들의 우위를 나타나고 싶어한다. 그러나!

작가는 무거운 사회문제를 아름이라는 씩씩한 캐릭터를 통해 정의롭게! 따뜻하게 다룬다. 주눅들고 당하는, 마냥 보이는 것을 동경하는 것이 아니라, 명예훼손 운운하는 아이들에게 그것이 왜 적절하지 않은지 날려주고, 쓰레기 냄새에 비린내로 응수하며, ‘우씨를 연발하면서 가시빠진 고슴도치를 안아준다. 그래도 아직 어린애라서 아빠를 찾아야 하고, 눈물 범벅을 하면서 걸어나간다.

담임 선생님이 유산하지 않았나 걱정하고, 떠벌리는 것과는 다르게 초라해진 현주의 마음을 감싸주려는 은영이, 주인공 아름이의 바라기인줄만 알았는데, 함부로 단정짓지 않고 시시비비를 가리는 합리적인 민재, 아이들의 갈등에서 소통과 합의라는 산 교육을 실천하는 아저씨 선생님, 버럭질만 하는 도깨비가 아니라 아이들 이름 하나하나 기억하고 다친 고양이를 상자에 담아 병원으로 가게 도와주는 박스 할아버지, 딸아이의 말을 잘 들어주고 응해주는 아름이의 아빠. 나오는 인물 하나하나 재미있고 그 몫들을 다해내고 있다.

다만, 어른의 입장에서 기술하게 되는 몇몇 아쉬운 부분들-감색 정장, 이런거-, 살짝 던기지만 하는 문제들-예를 들어 초등여교사의 잦은 유산, 동물 안락사 등의 이슈-이 있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재미있고, ‘그 옆 동네 별거 아니고 우린 친구야로 웃게 해준다. 가슴 아프지만 세상을 뜨게 될 고양이가 준 선물, 그거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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