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빵 아빠와 함께 요리를 (책 1권 + 만들기 판 4장) - 부엌 만들기
GIMC DPS 지음, 한솔수북 편집부 구성 / 한솔수북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침만 삼켜 먹던 만들기책이 당첨!되었다. 큭!

낯설지 않은 만들기 재료들임에도 날라 다니는 홍비와 홍시의 비밀을 눈 앞에서 만드는 모양을 보고서야 알았다. 그리고 놀랍고 신기했다! 적어도 내게는. ‘아하! 이게 이거구나. 이렇게 만들면 되는 거구나!’

 

[구름빵 부엌만들기 아빠와 함께 요리를]도 백희나, 김향수님의 원작을 GIMC팀이 멀티화시킨 작품이다. 일단, 전체적인 인상. 휙휙 넘기며 재밌게 봤다. 이전에 봤던 애니 그림책(과일~!야채~!)보다 편했다. 곰곰 생각을 해 봤다. 이 편함이 책포장을 풀자마자 먼저 뜯어 만들기를 하며 업!되었기 때문에 너그럽게 대할 수 있어 생긴건지, 아님 한 번 뜯어 봐서 벌써 관성이라는 게 생겨 그런건지...

곰곰의 성과는 별로 크지 않았다. 일 주일정도 애니책과 만들기책을 나란히 머리맡에 모셔두고 feel이 오시기를 기다렸는데, 잘 모르겠다.

 

그 나마 건진 두 가지 정도의 하나. 선입견이다. ‘만들기 전에 보아요!’와 ‘이렇게 놀아 보아요!’-특히 후자-로 인해 ‘오! 괜찮아!’라는 인상이 먼저 박혔다. 아이가 만들기부터 했기 때문에 만들기와 관련된 쪽을 먼저 봤다. ‘이런 점이 좋아요!’는 일반적으로 책의 장점을 부각시기키 위해 들어갈 내용이므로 패스. ‘아주아주 쉬워요!’라는 소제목은 ‘격려, 응원’의 메시지처럼 들려 좋았고, ‘모두 모두 약속해요!’에서는 감동받았다. 당연한 얘기임에도 안전제일주의자 나에겐 아주 아주 기특한 내용이었고 조심해야 하는 것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었기 때문이다. 그 옆쪽의 ‘이렇게 놀아 보아요!’는 만들기책을 애니책과 차별화시키면서 매우 마음에 들어버렸다! 사실 뜯어 만들기는 ‘이렇게~’에 제시된 바와 같이 만든다. 콕콕! 구멍을 뚫고, 번호를 맞춰가며 만든다. 섬세하지 못하고 성질 급한 나는 곧잘 연필로 콕콕 구멍을 눌러 준비를 한다. 그리고 마치 정교한 예술 작품을 만들듯이 번호와 번호를 찾아 합체를 하며 희열을 느낀다. ‘이렇게~’의 내용은 사실 그냥 만드는 과정이다. 당연히 뜯어 만들려면 거쳐야 하는 과정인데, 하! 이걸 ‘놀아요!’라고 표현하며 책의 한 쪽으로 승화시킨 점에 먼저 별표 두 개를 준다.

 

두 번째는 그림과 또 하나 이걸 질감이라고 해야 하나? 재료라고 해야 하나? 만들어진 재료의 느낌에서 온 차이가 아닐까 싶었다. 이건 첫 번째 것에 비하면 좀 더 본질 쪽으로 간 의견이 될 수 있다. 원료는 같을 것인데 보여지고 느껴짐에 플라스틱과 종이틱의 차이가 크게 왔다. 아마도 책 속의 부엌은 만들기와 동일한 재료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게 왜 나에겐 더 친근하게 다가올까? 그리고 여기선 그림들이 살아 제 몫을 한다. 책 속 부엌에서 내 눈을 잡은 것은 종이에 그려 세운 소품들이었다. 예를 들어 가스렌지 위에 얹힌 찻주전자. 벽면의 달력, 선반위의 양념병들과 화분. 심지어 벽지까지. 반쪽은 그림책이게 만들어 주고 있다. 아! 그림 이야기를 하다보니, 여기 주인공들이 종이를 세워둔 인형임을 위시해 위의 소품들도 2차원 평면임에도 3차원 공간을 만들고 있다. 달걀과 유리볼, 거실의 소파는 잘 모르겠지만, 그림임이 확실히 보이지만 세워 놓음으로써 그림책에 부피를 주고 있다. 이 소박한 착시(?)가 아마도 애니그림책과 다른 인상을 준 모양이다. 괜찮았다!

 

문제는, 애니와 만들기책 모두 스토리였다. 본문 첫 장을 펴고 두 번째 쪽을 읽을 때부터 턱턱 걸려왔다. 물론 아빠와 함께 요리를 하기 위한 장치라는 것을 십분 백분 이해하면서도 몇 번을 투덜대며 읽어갔다.

1. ‘잠깐 애들 좀 맡기려고’했던 엄마들이 ‘어둑어둑한 밤이 되’어서도 애들을 찾으러 오지 않았다. 집에 가는 장면도 없다.

2. 1의 경우 뭐, 나갔다가 일이 예정대로 되지 않아 늦을 수 있다. 그러나 연락과 양해의 과정은 보이지 않는다. 나는 이러면 괴롭다....

3. ‘아침도 안 먹고 왔거든요’-간혹 얌체족이 있다고는 들었다. 그래도 아이를 맡기려면 때는 챙겨 먹이고 들려 보내야 한다는 나의 고정관념이, 폭발적인 분노는 아니지만 확~성질 올라오게 만들었다. 맡기는 문제가 아니라 애들 밥도 안먹였다는 것 때문에.

4. 볼 일이 있어 나가는 엄마는 대부분 때를 챙겨 놓고 나가지 않나? 그것도 시간이 많~이 걸릴 가능성이 있으면. 아이고 머리야. 책 속의 냉장고는 막! 새로 배달시킨 가전제품이 아니라면 별로 가능성이 없다. 홍비와 홍시의 엄마는 엄청 깔끔하신 분인가 보다. 나의 역사에는 저런 냉장고와 찬장. 없다(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지 않다는 의미이다).

5. 하루종일 빵밖에 먹은 게 없는 아이들인지 아닌지 엄마가 알지 모를지는 잘 모르겠지만 또 빵을 구워 놨단다. 구름빵이라서 그런건가? 고양이 가족이라서 그런건가? 멀쩡한 부엌에서 빵만 만들어 먹는 거 이해가 안 간다. 가슴으로 느끼는... 거도. 없다.

 

이제 뻥장이 아빠가 등장한다. 아빠는 맛있는 빵을 만드는게 ‘아주 간단하’다며 분명 ‘자신있게 말했’다. 홍비는 아빠가 요리사 같다는 여우친구의 말에 “당연하지! 진짜 잘하셔.”라고 댓구한다(이 순간, 엄밀하게 말하면 아빠보다는 홍비가 더 뻥!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진짜 믿었다. 아! 아이들과 근사하게 빵을 만드는 구나하고. 아빠는 반죽용 그릇을 미끄러뜨려 깨질 뻔했다. 이건 그냥 실수라고 생각했다. 재료를 준비하면서 ‘또 뭐가 있어야 하더라?’는 것도 그럴 수 있다고 여겼다. 근데, 달걀도 놓친다. 사실 이것도 뭐, 그럴 수 있지라는 생각했다. 그러면서 이제 슬슬 뭐가 좀 이상타는 의심이 올라오긴 했었다. ‘저희가 도와드릴까요?’, ‘그래, 같이 만들자구나!’를 보며 올라오던 의심을 잊어버리고 드디어 신나했다. 애들이랑 만들겠구나!

 

이 책에서 가장 핵심이 되고 행복하며 신나는 장면 두 장이 이어 나온다. 아이들이 반죽으로 만들고 싶은 모양의 빵을 만들자 아이들 등 뒤로 빛이 퍼진다. 오븐이 빵 반죽을 넣고 기다리는 마음! 아이들의 환한 미소! 거기다 기다리는 동안, 엄마계실 때는 할 수 없는 베개 싸움을 하면서 신나게 놀았다. 아빠, 그 참을 수 없는 악동(樂童)의 얼굴!

 

세 장면에서 하나씩. 하나, 아이들이 반죽을 빚은 그림에서 등 뒤로 퍼지는 빛은 왜 파란계열이었을까? 하늘을 날아가는 기분? 글쎄, 뭘까? 둘, 부엌너머 거실, 거실 너머 창문 밖으로 보이는 하얀 울타리. 화면 구성에 세심하게 마음을 쓴 걸 느껴 좋았고. 셋, 베개놀이하는 아이들의 움직임을 표현한 노력이 느껴져 좋았다.

 

‘빵이 솔솔 익어가는 동안, 아빠와 아이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베개싸움을 한다. 이게 복선이었다. 시간 가는 줄 몰랐다는 거. 이들은 천재 혹은 영재인가보다. 놀이 집중력이 어마어마 뛰어나 빵 타는 지독한 내도 맡지 못할 정도였다. 엄마의 선견지명 덕에 까맣게 탄 빵 말고 둥둥 구름빵을 맛나게 먹은 아이들과 아빠는 몹시 피곤하고 졸려워진다.

신나게 놀고 맛나게 먹고 늘어지는 그 분위기. 나까지 졸려워진다. 다행히 자고 일어나니 엄마가 와 계셨고 빵고 더 구워 놓셨단다. 그 순간, 아빠는 침대에 大자로 뻗어 ‘드르렁, 쿨쿨’이다. 가끔 어린 아이를 데리고 놀아준 아빠면 백배공감할 것이다. 홍비홍시 아빠가 낮잠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것을. 애키운 엄마들은 천만배공감이다. 매일 매일 저러고 싶으니까. 어쨌든 ‘아빠와 함께한 오늘 하루는 참 재미있었’기 때문에 이 책은 성공이다.

 

‘요리’, ‘부엌’ - 이건 소재이고 매개다. 이 책에선 ‘아빠와 함께’가 포인트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