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들려주는 숭례문 이야기 아빠가 들려주는 이야기
이용재 글, 이승원 그림 / 한솔수북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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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숭례문이 지어졌을 즈음에 우리나라 백성들이 이렇게 곱게 입고 사는 줄 몰랐다!

난 조선 최초의 건축가가 삼봉 정도전인 것도 몰랐다!

난 사대문은 알았는데 사소문은 기억하지 못했다!

 

으~~ 더 쓰다간 온통 모르는 이야기만 늘어놓겠다!

  

이 책이 나온다는 소식에 아이와 함께 먼저 알아보고 싶었던 건 '숭례문' 의 의미였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책-[아빠가 들려주는 숭례문 이야기](한솔수북, 2012).

崇禮門 - ‘예를 드높이는 문’이란다. 정도전의 작품이라면 유교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문이었던 건가... 조선 수도의 예가 열리고, 이조 오백년의 문이 열리고, 하루의 문이 열리고, 임금을 우러르고 백성을 아끼는 마음의 문이 열리고. 그래서 숭례문이 ‘사대문 가운데 정문 역할을 했’나보다.

  

이 책을 보고 나서는 낱말 찾아 익히기를 해야겠다. 얽힌 이야기와 함께 배우니까 재미있고 기억도 많이 나겠지! 편액. 현판.

  

다음 장을 넘기자 보이던 첫 사진을 가만히 들여다보다 ‘어마’싶었다. 

전철이 다니네. 그럼 식민지 시기인데, 문 옆에 성곽이 그대로 있는데?

  어, 그 옆의 사진에는 없어졌다. 옆에 길이 났네.

본문을 보니 ‘일본 왕자가 숭례문 밑을 고개 숙이고 지날 수 없다고 해서 ...성곽도 헐어버렸’단다. 참....아팠다.

 

낱말 찾기 계속이다. 문루와 육축. 장군목. 아! 영화나 만화, 드라마에 나오는 ‘커다란 빗장’을 장군목이라고 하는구나. 끄덕끄덕.   

족자 속에서 성곽을 지니는 병사들의 모습을 보니 지금도 우릴 지켜주는 듯해 든든한 마음이다. 숭례문을 지키는 병사들은 일반병사는 아니었나 보다. 근사하다.

  

난 참 경이롭다. 그 무거운 돌들을 들어올려 지들의 힘으로 서로 밀게 해서 아치형 문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 위의 오마오마한 돌들의 하중까지 견디게 하는 계산은 도대체 어떻게 한 걸까? 나무들끼리 끼워 맞춰서 건물을 세울 생각은 어떻게 했을까? 어째서 그건 그렇게 튼튼할 수 있는 걸까?

  

인디언들은 사냥을 하면 그 짐승에게 고마움을 표한다고 했다. 우리 조상들도 마찬가지다. 때로 의문이 든다. 물활론적 사고가, 의식이 유아기만의 특징일까? 이건 생명의 근원과 영원의 문제가 아닐까? 그래서 난, 산신제를 지내고 ‘어명이오!’를 외쳐 생명에 예를 갖춘 점이 참 뿌듯하고 감사하다. 그리고 제상에 올리는 돼지가 머리만 있는 것이 아니라 통째여서 놀랍고 새로웠다.

  

낱말 찾기 연속. 지난 쪽에는 홍예문과 도편수도 있었고. 치목, 적심, 우진각, 제와장, 와통...이건 건축 전문 용어들이다. 아, 이 책은 진로지도를 위해서도 봐야할 책이다.

  

그런데, 그림을 보다가 잠시 당황스럽다. 저이는 총각인가? 지붕에서 흙덩이를 깔고 있는 이말이다. 어? 총각은 한 단 아래 있는데.... 아! 이게 복원하는 모습이던가? 그러면 여자도 건축현장이 있을 수 있다. 근데, 복원할 때 모두들 상투틀고 했었나? 시간을 넘나드는 헤깔림에 계속 갸우뚱하고 있다. 어라! 흙을 밟아 다지는 이는 분명히 여자 같은데... 아~~~. 이건 책 뒤를 더 찾아봐야 하나보다.

 

기왓장이 통기와를 반으로 쪼갠거란 사실도 나는 처음 알았다. 단청이 모두 오방색을 써서 화려한 건 아니었구나. 시대와 배경 사상에 따라 이것도 다른 거였구나...

 

 어처구니는 대궐 지붕에 얹는 거로 막연하게 알고 있었다. 숭례문이 대궐지붕은 아닌데...아! 이런 인형을 ‘잡상’이라고 하는 거구나. 근데, 잡상과 어처구니가 다른건가? 그 책의 제목이 뭐였더라??? 잘 모르겠어서 인터넷을 띄워 모씨에게 물었다. 어처구니, 잡상 등이 혼용되긴 했던 모양인데 문화재청에서는 ‘지붕 위 추녀마루 위에 올라가는 다양한 형상의 장식 기와’를 잡상이라고 부르는데 타당하다고 정리하고 있다. 우리의 그림책에서는 ‘잡상’이라고 한다. 서울을 지키는 대표대문이니 서울의 나쁜 기운을 떨쳐주겠다. 서울은 대한민국의 수도니까 우리나라에 오려는 나쁜 기운도 떨쳐주겠네!

 

복원할 때 숭례문 둘레의 연못도 같이 복원했었으면 참 좋았었겠다는 아쉬움이 계속 뒤꼬리를 잡는다. 이건 서울 복판의 땅값 때문에 어려운 일이었을까? 인공연못을 만드는 일이 힘든 일이었을까? 청계천을 보면 그건 아닌 모양이던데...

  

‘왜 숭례문 이야기를 아빠가 들려주나?’하는 의문도 가졌었다. 글을 쓴 이용재 샘이 건축전공자였다. 딸과 함께 건축물 답사를 다녔었단다. 그렇구나. <선비들의 고단한 여정>, <고댁에서 빈둥거리다 길을 찾다> 눈에 익은 책들을 쓰신 분이셨구나. 그림을 그린 이승원 샘은 참 소재에 걸맞게 고운 색을 쓰신다 싶었는데 <성주신 황우양>을 그리신 분이셨다. 아! 이 선생님은 아무래도 ‘집’과 무슨 인연을 만드시는 가보다. 음. <경복궁>도 있구만.

  

나무처럼, 돌처럼, 그로 만든 옛집과 물건들은 세월을 산다. 오랜 세월을. 그 사연들을 품으며. 새로 고친 숭례문도 그러겠지...든든한 수문장이길 바란다.

  

역시 지식그림책은 신중해야 한다. 아무래도 내겐 지식그림책이 참 어울리나보다. 내가 작년에 즐겨 쓴 별칭이 ‘궁금해’이다. 여전히 풀리지 않은 하나는 조선시대 건축장에도 여자가 있었나하는 점이다... 그래도 난 감성적인 아줌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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