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종! 20세기 한국사 5 - 민주화와 통일로 특종! 20세기 한국사 5
이광희 지음, 이상규 외 그림 / 한솔수북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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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 시계는 1980~2000을 가리키고 있다. 20세기의 마지막 20년. [특종! 20세기 한국사]의 마지막 5권 <민주화와 통일로>에서 다루고 있다.

 

잡지 형식의 [특종!~]의 구성을 먼저 보자. 들어가며 ‘책머리에’, ‘시대를 여는 시’, ‘역사 파노라마’, ‘주요 인물 소개(<-역사 인물 기상도/의병화보)’와 ‘스타인터뷰’, 가운데 굵직한 ‘특집’, ‘20세기 핫이슈’와 ‘특파원리포트 세계는 지금’, 나올 즈음 ‘20세기 문화와 생활’, ‘20세기 역사 기행(<-건축)’, 깜찍 ‘퀴즈-20세기 한국사 완전정복’이 자리잡고 있다. 중간 중간 ‘특별기고’, ‘만화로 보는 20세기 한국사 명장면’, ‘풍경과 사람(<-20세기 풍경)’코너가 있고, 각 꼭지 중간에 들고 나는 몇몇 작은 꼭지들이 들어있다. 나오는 자리에는 가슴을 후벼파는 ‘편집후기’와 양심적인 ‘사진과 그림 제공 및 출처’가 마무리를 한다. 시리즈의 마지막권인 5권에는 ‘20세기를 바꾼 인물 10인’이라는 ‘특종 인물 보기’와 ‘20세기 한국사 10大 사건’란 이름의 ‘특종 다시 보기’ 복습 꼭지, ‘지금은 마감 중’이라는 편집실의 풍경이 더 들어가 있다.

 

바라보는 이들의 마음과 몸도 비장해졌었다. ‘사랑도 명예도 ...산자여 따르라’는 전주가 흐르고 앉아있던 이들이 다리를 털며 일어나는 모습을 보면. 그런데, 책을 열면 시대를 여는 시로 그 ‘임을 위한 행진곡’이 원고지의 한 칸 한 칸을 메우고 있다. 그 시절의 절절함만이 낳을 수 있던 ‘영혼 결혼식’을 꺼내면서.

 

20세기를 장식한 사건들로는 5.18 광주항쟁, 부산미문화원방화사건, 6월민주항쟁, 국회5공청문회, 3당합당, 사상 첫 정권교체, 6.15 남북공동선언을 파노라마에서 보여준다. 한 장을 넘겨 주요인물소개를 여니 윤상원 대변인, 문익환 할아버지, 바보 노무현, 김근태 선배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20세기 마지막을 살다 먼저 간 이들...

 

이어 80년대 90년대를 채워냈던 노무현 전 대통령, 광주항쟁과 6월항쟁, 노동운동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다. 기억의 하나하나를 들춰내며 40대들에겐 너무도 익숙할 사건들이 다루어진다. 아울러 민주화의 길에서 6월 항쟁이 가진 의의를 특별대담형식으로 기록했고, 21세기에도 핫이슈일 통일을 위한 노력의 과정 말미에 통일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긴급대담형식으로 되짚고 있다. 헤어진 사람들의 아픔과 다시 만나 흘린 눈물, 남북경계선을 뚫은 대학생, 작가, 종교인 그리고 기업인과 정치인을 다루면서 통일을 위해 각계에서 무엇인가 시도하며 지금까지 왔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지금의 통일 저지 한파까지. 아! 경제한파도 있었다. IMF라는. 가족이 해체되고 가족이 무너지고 동료가 나눠지고 마음까지 한파 속에 몰아넣었던 차가운 기억. 그런데 한민족이 무서운 게 또 한 번 증명된다. 근본적이지는 못하지만 해빙을 가져오는 뜨거운 단결력!

 

그 시간, 세계는 사회주의는 무너지고 독일은 합쳐지고 홍콩은 중국에 반환되어 하나가 되는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이로 인해 한반도에서 민주화와 통일을 위해 노력하던 이들의 사상적 뒷배가 흔들리는 위기도 맞지만, 오히려 이런 위기는 ‘다양’과 ‘세계’라는 관점을 한반도에 가져오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그러니 우리는 레닌과 함께 고르바초프를, 히틀러와 함께 비틀즈를, 간디와 함께 빌게이츠를 열린 마음으로 만날 수 있지 않았을까?

 

詩가 그렇게도 큰 힘을 줄 수 있는지 알려준, 그리워 아픈 사람... 김남주, 詩가 그토록 처철하고 아름다울 수 있는지 노래한 이... 박노해, 畵가 그리도 우리 마음의 울림이 될 수 있음을, 우리 모습의 거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떠나버린 이...오윤. 함께 내는 소리가 강하고 삶을 그린 노래가 아름다움을 소름돋히게 들려준 노찾사.... 날이 가는 게 안타까워 동동거리며 읽어 내렸던 [태백산맥], [장길산], [토지].

주먹을 쥐고 마음으로 함께 달렸던 바르셀로나의 길, 그 길 위의 황영조 선수. 추억의 야구 대결까지 5권에서는 ‘스포츠 하이라이트’까지 다루고 있다.

 

40대 중반의 나는 전쟁을 모른다. 어른들이 겪어내셨던 동족상잔의 비극이란 걸 보지도 느끼지도 못했다. 잔인하고 못할 짓인 전쟁과 분단은 그저 지나간 일이고 간접 역사일 뿐이다. 나에게 가까이 다가오는 20세기 한국사는 민주화와 통일로의 시간의 이야기들이다. 그 기억들이 새롭다. 그만큼, 아니 그 반만이라도 우리 아이들에게 전해줄 수 있다면 하는 안쓰러움이 몰려든다.

 

[특종!~]을 덮으며 ‘지금 시대에는 역사가 이렇게도 쓰여질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관점’말이다. 책표지에 있듯 어느 분의 말씀처럼 이건 ‘객관적’인가? 아니. 그렇지 않다. 그 동안의 시점에서 보면 비주류의 시각에서 쓴 역사 속의 사건과 인물들이다. ‘현장감’? 아니다. 그건 그 판에 있었던 사람들의 느낌이다. 그럼에도 [특종!~]은 우리 아이들에게 그 어미, 아비가 디뎠던 땅의 이야기를 그대로 들려준다. 어미, 아비의 목소리로. 그래서 공공기관에서 가르치는 사람들이 전해야 하는 ‘역사’ 만이 아니라 민중이 체감하는 역사를 알려준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라고 본다. ‘알려주는 일’. 그것을 느끼고 인지하는 것은 아이들의 몫일 것이다.

 

[특종!~]이 예쁜 건, 정말 정성스럽다. 5권을 넘기다가 ‘시사콕콕’에서 막혔다. ‘콕콕’이 있었던가? 왜 이리 낯설지 싶어 가지고 있는 1, 4, 5권을 하나하나 넘기며 비교했다. 같은 특집 내의 코너에도 같지만 다른 표현을 찾아 매긴 그 노력이 가슴을 울렸다.

 

이렇게 만드는 책이라면, 이런 사람들과 만드는 책이라면 나도 한 번 같이 만들어 보고 싶다. 진심으로. 완간을 축하하며 존경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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