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죽음의 조건
아이라 바이오크 지음, 곽명단 옮김 / 물푸레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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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죽음을 앞둔 사람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말은 무엇이 있을까? 나와 아주 가까운 사람들이 죽음을 앞두고 있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럴때 우리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지극히 평범한 말 들일 것이다. 하지만 그 평범하고도 간단한 말들을 하기엔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이 책은 30년간 호스피스 병동에서 일해 온 아이라 바이오크라는 의사가 쓴 체험적 사례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나와가까운 사람들이 이 세상을 떠나기 전 이 의사는 이런 말을 전해주라고 이야길 하고 있다.

 

"Forgive Me, Thank you, I love you... and Good-bye."

(용서해요, 감사해요, 사랑해요..... 그리고 잘 가요.)

 

눈이 많이 오던 날이었다. 밖에서 교회 주변을 정리하던 엄마의 외마디 소리가 들려와서 뛰어나가보니 차디찬 땅 바닥에 쓰러져 계셨다. 아빠와 내가 일으켜드리자 허리와 척추가 많이 아프다고 하셨다. 급히 119를 불러서 병원으로 간 뒤에 X-RAY를 찍고보니 입원을 해서 몇주간 검사를 받고 치료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근 20여일간을 병원과 집을 오가며 간호를 했는데 엄마께서 하루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 나이에 다쳐서...... 너희들한테 짐만 되는구나.. 미안하다."는 것이였다. 그 이야기를 들은 우리들은 "자식으로써 당연한 것이죠. 미안해 하거나 죄송해 할 필요 없어요." 라고 답해 드렸다.

 

그리고 그렇게 간호를 시작 했을 때 나에겐 새로운 힘이 솟는 것을 느낄수가 있었다. 하지만 내 마음속 깊은 곳은 어떠 했을까? 자원(?)해서 간호에 뛰어들긴 했지만 알게 모르게 엄마에게서 받았던 크고 작은 상처들은 다 치유가 되었을까?

 

상처나 분을 냄은 상대방을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을 위해 풀어내야 한다고 했다. 자신을 위해 오랫동안 상처와 고통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것은 마음속에 독을 품고 살아가는 것과 같다고 했다. 마음의 오랜 기간동안 응어리 진 짐을 벗어버리고 자유롭게 살아갈 나 자신을 위해서 말이다. 지금은 퇴원하셔서 (복대를 차고 있긴 하지만) 걸음도 잘 걸으시고 집안일도 조금씩 거들어 주시는 편이다. 많이 나아지셨다. 얼굴빛도 많이 밝아지셨고 표정도 많이 환해지셨다.

 

그리고 나 또한 용기를 내보려고 한다. 그동안 엄마(외 다른 가족들에게서도)에게서 모진말을 많이 한 것들, 순종하지 못했던 모습들, 나 자신만 생각하며 내 입장에서만 서서 생각한 것들, 일부러 상처주려고 했던 말들을 진실하고 솔직한 마음으로 용서를 빌고자 한다. 그래서 오랫동안 짐 지운 채살아온 내 어두운 모습들과 작별을 고하고자 한다.

 

부모로부터, 배우자로부터 크나큰 상처를 입고 절대 화해를 하지 못할것만 같은 사이였어도 이 책을 읽다보면 용기를 내어 죽기 전 마지막 말을 전했을 때 많은 사람들의 삶이 놀랍도록 바뀐 걸 볼 수 있었다.

 

미움을 마음속에 오랫동안 품으면 품을 수록 어느샌가 눈덩이 처럼 불어나 자신이 스스로 해결할 수 없을 정도에까지 이르게 된다. 더 늦기전에 자신의 주변의 사람들에게 이 말을 전해보자. 그리고 그들의 삶이 조금 더 좋은 쪽으로 바뀌어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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