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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개의 죽음 ㅣ 그르니에 선집 3
장 그르니에 지음, 지현 옮김 / 민음사 / 199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으로 그르니에 작품으로 어느 개의 죽음을 선택한 것은 참으로 행운이였다. '소통' 이라는 것은 비단, 인간관계에만 국한되지 않다는 것를 그는 보여주고 있다. 단지 그것 뿐일까. 그가 사랑하는 대상에 관한 그의 깊이 있는 통찰력, 그리고 무엇보다 그것에 대한 확대가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닌가 싶다. 일상처럼 다가오는 일상을 짓누르는 듯한 비일상성을 그는 담담하게 적어내려 가고 있다. 그에게 있어서 그 개는 하나의 존재이고 세계였다. 그것을 그는 개를 통해 그의 삶의 지평까지 넓히고 있다.
어쩌면 우리가 사는 모습은 다 비슷하련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깊이에 있어서 얼마나 많은 것들을 놓치고 사는지, 하나의 변화에 대한 그의 민감함은 말이 필요없을 정도로 감동을 자아낸다. 덤덤한 필체가 더욱 아득한 깊이를 실감하게 한다. 몇번이고 몇번이고 되풀이 읽어도 그것의 실체를 알 수 없는 듯한 그 느낌은, 까뮈를 추억하며 에서 그 바탕을 짐작하게 하고, 섬에 이르러 조금은 알 수 있는 듯하다. 어느 개의 죽음은 그의 세계를 가장 간단하고도 압축적으로, 그리고 읽기 쉽게 보여준 작품이 아닐까. 그래서 이 작품은 그르니에 전집에서 항상 첫 손에 꼽는 나만의 리스트 중에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