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하는 날 - 평창동 576번지, 그 남자의 Room Talk
양진석 글 사진 / 소모(SOMO)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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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양진석이 이야기하는 homemaking. '이사하는 날' 양진석이라는 이름은 나에게 생소하지만, homemaking은 꽤나 흥미로운 말이다. 양진석이 말하는 homemaking은 무엇일까. 어렵고 보기에만 좋은 인테리어 디자인 책이 아닐까 생각 했었다. 첫 페이지를 읽기전까지는. 우선, 난 그의 표현법이 좋다. 오랜시간 알아온 사이처럼 그의 이야기에 공감을 하고 자꾸만 뒷 이야기가 궁금해 진다. 무엇보다 homemaking에 대한 실용적인 팁을 구석구석 숨겨두어 하나씩 찾아내는 보람이 있다. 고마워요! 하고 말하고 싶어진다.사실 이사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계획없이 파리행을 선택한 후 집 근처를 배회하며 생긴 그의 이야기가 내내 마음속에 남았다. "그렇게 얼마를 걸었을가. 내 발자국 소리만 메아리쳐 울리는 어느 골목에 다다랐다. 좁고 긴 그 골목은 왠지 와본 듯한 친근한 기분이 들어 샛길 하나 없는 기다란 길로 망설임 없이 발을 내디뎠다. 아무도 없던 그 긴 골목의 한쪽 벽면엔 내 그림자만 드리워졌고 난 내 그림자와 나란히 그 조용한 골목길을 천천히 걸었다. 그렇게 그림자를 벗삼아 걷고 있다 보니 마치 내 자신을 만난 것 같은 묘한 느낌이 들었다. 나를 가장 잘 아는 듯한 내 분신과 나란히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하니 이상하게도 전혀 외롭지 않았다. 길고 금방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근거 없는자신감 마저 생겨났다. 너무 고민하지도 말고 그냥 편하게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며 즐기며 살라는 말을 해주는 듯 했다." 언제라도 돌아가서 위로 받을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을 만들기를 기대하며, '이사하는 날'을 꼭 잘 간직해 두려고 한다. p.s. 이런 실용도서는 가지고 있다가 이사를 계획하게 되는 날 혹은 집안을 뒤집어 보고 싶은 날 교과서 처럼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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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의 안녕한 여름 - 서른, 북유럽, 45 Days 그리고 돌아오다
홍시야 지음 / 소모(SOMO)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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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살기2로 만나본 그림작가 '홍시야'. 그녀의 2009년 45일간의 유럽여행기를 담은 책이 바로 '서른의 안녕한 여름'이다. 나에게는 '서른' 그리고 '유럽' 이 두가지만으로 충분히 관심을 끌만한 요소가 된다. 서른이라 숫자가 사람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스무살은 그저 설레임뿐이었다면, 서른은 적지않은 부담감과 함께 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서른과 곧 마주해야하기에, 나보다 먼저 서른병을 앓아 본 사람들의 경험을 예사로 지나치는 법이 없다.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이 책의 묘미(?)라고 할 수 있는, 생각생각생각. 여행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특히 혼자하는 여행이라면 생각으로 가득차 머리가 무거워질지도. 도시에서 도시로 물흐르듯 그녀의 여행에 동참하다가 또 그녀의 순간의 생각을 이렇게 공유할 수 있다. 그녀가 자주하는 말 중,'코를 믿고 가면 되는 거다' 그 말 참, 정감있어 좋다. 솔직히 베를린과 프랑크푸르트가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인걸 확인하고 베를린 여행기부터 거꾸로 읽어서 들어왔다. 지금 제일 가고 싶은 도시가 베를린이니 이런 반칙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자신이 제일 궁금한 도시를 골라서 먼저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프랑크푸르트 기차안에서 독일어로만 안내방송을 하는 것을 두고 '달걀 노른자 만큼이나 뻣뻣한' 센스라고 악평을 하는 그녀의 말에 웃음이 터져나왔다. 독일, 홍시야한테 제대로 찍혔다. 책의 마지막은 행복했던 순간으로 채워져있다. 자전거를 타고가는 홍시야, 기차에서 삶은 계란을 먹는 홍시야, 기차를 기다리는 홍시야 그리고 이렇게 아지트에서 한손에 아이스크림을 들고 행복해 하는 홍시야를 볼 수 있다. 아무런 계획없이 욕심도 없이 떠나는 여행에서 진정한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혼자라서 외롭기도 하지만 혼자이기 때문에 경험할 수 있는 그런 여행, 홍시야의 45일 여행을 보고난 후 내 자신이 성숙해진 느낌이 든다. '천천히 느낄 수 있는 만큼만 느껴야지 천천히 걸을 수 있는 만큼만 걸어야지' 홍시야의 여행전 다짐처럼, 단지 그렇게 언젠가 떠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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