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여자의 향기
왕안이 지음, 김태성 옮김 / 한길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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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은 왠지 모를 잔잔함을 주는 듯한 이미지의 '상하이, 여자의 향기'입니다.

고정관념 일수도 있지만 여자의 향기를 표현하듯, 책의 표지는 핑크색으로 되어있습니다.


그 표지색만으로도 내용을 궁금하게 하는 '상하이, 여자의 향기'


잔잔하게 시작되었습니다.

상하이의 모습을 그리듯 천천히 하나하나를 열어 보이는 듯한 느낌을 주며 시작을 하고 있습니다.

그 잔잔함이 오늘의 봄과 매우 어울리는 듯한 느낌을 주곤 합니다.


잘 모르는 중국의 말에는 주석을 달아 따로 설명함으로써 독자의 이해를 돕고,

한편으로는 잘 모르는 중국에 대하여 호기심을 갖게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1부는 상하이의 구석구석을 하나씩 과거부터 되짚어 오는 여행을 하는 느낌의 글로 상상력을 자극하여 상하이를 그려보게 만들어줍니다.


P.63

이처럼 압축된 울림 속에 때로는 심지어 미세하기까지 한 부드러움이 나타나기도 한다. 또한 아주 차갑고 생경한 소리도 있다. 기차 바퀴가 철로를 때리는 소리다. 쟁쟁거리는 이 소리는 선명한 리듬감을 지니고 있다. 이 소리는 이곳의 빈 공간을 얇게 자르고 낮게 가라앉은 울림을 여러 개로 나눈다. 이리하여 이 공간의 윤곽은 더 이상 공허하지 않고 하나의 튼실하고 가득 찬 구조를 지니게 된다. 하지만 이 쟁쟁거리는 소리는 무한한 부드러움을 가지고 있어 드넓은 하늘 아래서 아무리 격렬하게 부딪치는 소리라도 가볍고 부드럽게 변화시킨다. 그것도 아주 깨끗하고 순수하게 변화시킨다.  - 중략- 이것이 바로 상하이라는 이 도시 변두리 지역의 소리다.


과거의 생활을 되짚어 보며 변해버린 요즘의 모습을 아쉬워한다.


P.87

아주 먼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다. 손님이 한 번 오면 금세 얼굴을 익혔고 다음에 또다시 찾아오면 서로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친해졌다. 음식점 주인이 의지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대상은 다시 찾아주는 손님들이다. 이것이 아주 오랜 세월 이어져 내려오는 훈훈한 장사방법인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모든 것이 완전히 달라졌다. 오늘이 지나가면 내일은 문을 닫고, 모레면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는다. 삶이 점점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


책의 1부가 상하이에 대한 잔잔한 호기심을 자극했다면,


2부는 남자와 여자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P.180

상하이 여인들의 강인함은 공격의 강인함이 아니라 수비의 강인함이다. 아마 상하이 여인들보다 억울한 일을 더 잘 견뎌내는 부류는 없을 것이다. 견뎌낸다는 것은 외부로부터의 압력을 무조건 참고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대가를 지불함으로써 득실의 균형을 찾는 것을 의미한다. 상하이 여인들의 눈물을 절대로 연약함의 눈물이라고 할 수 없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상하이, 눈에 보이는 상하이를 말하는 것이 아닌,

그 상하이 안에 담긴 하나하나를 말함으로써 하나의 상하이를 완성해가는 느낌입니다.


60년 가까이 상하이에 살면서 상하이를 바라본 작가의 눈으로 그려낸 '상하이, 여자의 향기'


작가의 눈을 빌려, 독자 역시 상하이를 그려볼 수 있는 책, 상하이라는 곳의 과거와 현재가 궁금해지는 이 책.

잔잔하게 계속 기억이 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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