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3시 베이커리
이연 지음, 이지선 그림 / 소년한길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원래 책이란 짬날 때보다, 짬이 없을 때 더 재미있고 간절한 법. 연일 회사 업무로 바쁜 와중에 <오후 3시 베이커리>를 읽었다.

정오의 출근길, 길가에 바람이 가득하고 햇볕도 쨍쨍하였다. 한마디로 기분 좋은 여름의 한낮이었다. 날씨가 너무 화창하여 곧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예감. 에어컨이 시원하게 나오는 270 버스에 앉아 <오후 3시 베이커리>를 읽었다. 몇 정거장 가지 않아 책 속의 검은 할머니가 돌아가셨고 다 큰 어른인 나는,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구석자리에 앉아 눈물을 흘렸다.  

몇 달째 병원에서 앓던 검은 할머니가 결국 돌아가셨다. 한시도 떠나지 않고 병원을 지키던 하얀 할머니는 장례식날 집으로 돌아왔다. 안 그래도 비쩍 말랐던 할머니 몸은 겨울 나뭇가지처럼 앙상해져 있었다. 할머니는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검은 할머니 자식들이 몰려와 할머니를 내쫓았단다. 할머니는 검은 할머니 마지막 가는 모습도 보지 못하고 집으로 와야만 했다. 할머니는 눈물도 다 말라버린 것 같았다. 표정은 분명히 우는 것 같은데 눈에서는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검은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은 텔레비전과 신문에도 나왔다. 

주인공 상윤이에게 감정이입을 된 것 같지는 않은데. 생각해보니 나는 내 마음 속의 검은 할머니를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검은 할머니가 죽었을 때, 하얀 할머니가 슬퍼할 때 견딜 수 없이 힘들고 아팠다. 엉뚱한 일이지만 이것은 작가만이 가질 수 있는 힘. 하지만 수많은 책을 읽는다고 이런 힘을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작가 이연은 오후 3시 베이커리 아줌마와 닮았다. 평범치 않은 상황을 덤덤하게 이야기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이성을 놓지 않는다. 명확하게 잘라 말하지만, 실은  그것이 상대방에 대한 깊은 배려라는 것을 알게된 순간, 감동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는 공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와 같은, 혹은 나보다 더 힘든 처지의 주인공을 만나 그 주인공과 울고 웃으며 현실을 함께 극복한다. <오후 3시 베이커리>는 처음 만난 열린 소설, 계몽 소설이다. 나는 <오후 3시 베이커리>를 통해 위로를 받았다. 바람이 있다면, 이런 책들이 많아져서 어떠한 상황이 닥쳐도 현명하게 이겨내는 슬기로운 아이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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