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기 지음 / 새미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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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똑똑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똑똑한 사람이 되고 싶어 귀 쫑긋 세우고 모여든 어린이들이 보이는 글이다. 똑똑해 지는 첫 번째 비결은 얼마나 잘 듣느냐가 관건이다. 주의 - 집중력에 관한 작가의 일가견이 전문가 수준이다. 학문에만 몰두하는 남편이 일상사에서 동문서답하는 통에 애를 먹는 다는 이야기로 이 잡다한 세상살이에 일일이 집중력을 기울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가. 두 번째 비결은 시대상황에 발맞추는 적응력이다. 시대에 뒤떨어진 친척 어른의 권위 일변도의 행위가 젊은 조카에게 멱살 잡히기 일보직전까지 가는 험한 꼴을 예로 든다. 이 예문이 위기 상황을 만들어 독자를 긴장하게 하기도 하며, 글을 더욱 탄탄하게 한다.

[예전에 똑똑했던 사람으로 남아 있고 그리 간주될 거라는 생각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 노력을 해야 똑똑한 사람으로 남는 것이다. 계속적인 듣기 집중력도 어렵지만, 시대 상황에 발맞춤도 어렵다. 이렇듯 똑똑한 사람이 되는 것은 용이한 일이 아니다.]

요는 똑똑하게 되는 방법 2가지가 있는데,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안일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계속 노력해야 한다는 말씀이다. 간단한 생각이건만 예측 못한 독자 정신 번쩍 들게 하는 구절이다. 결구에서 '난 아직도 똑똑한 사람과는 거리가 멀다'고 하니, 전반부에서의 남편이나, 나나 똑똑치 못한 부부라는 말이지만 의외로 친근감을 느끼게 되니 웬일일까.

- 배움

치열하다. 요즘은 땀흘리는 글이 아니면 읽히지 않는 시대이다. 우리는 이런 글을 읽으며 땀흘리기의 대리 만족을 느끼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생활의 활력소를 얻기도 한다. 초등학교 선생으로 어린이들 가르치는 도정에서 거꾸로 배우는 방법을 터득하는 과정과 열정을 이야기하다가 '그러나 운전은 대충 배울 수 없다'로 시작되는 자동차 운전과 시험과정은 자못 엄숙하고 치열한 연습과정과 치밀한 조직력까지 엿보인다.

[차에 올라타서 순서 밟기를 수십 번 하는 것이다. 수첩에 가득 그린 그림이나 나름대로 정한 법칙을 적은 걸 보면서 수 없이 연습했다. - 중략 - 시험이 시작 됐다. 다른 수험자들의 주행시험 중인 차를 눈으로 따라가면서, 차안에는 내가 앉아 상상운전을 했다. - 중략 - 개인 시내 연수를 3일째 받고 온 날이다. 혼자 연습하려고 새차를 끌고 나갔다가 정차하고 있는 트럭에 닿아서 우측 앞문이 움푹 들어갔다. 벼락치기 시험 공부는 진정한 실력이 될 수 없음을 통감했다.]

운전이란 것이 아차 하는 순간에 죽음에 이르는 생의 위기를 동반하기 때문일까. 다시 작가는 처음으로 돌아가 '선생님 집에 없는 것이 없다한다며 무엇이 있어야하냐고 물었더니, 없는 물건들의 이름만 댄다. 멀티비전, DVD, 전자 오르겐........ 자기가 할 수 없는 것들로 세상이 변한 것을 발견하고 다시 도전해 보고 싶은 욕망이 꿈틀댄다고 한다. 이 끊임없는 도전의식이 독자들에게 하루, 한 달, 또는 일 년 치 분의 맹렬하게 살 수 있게 하는 활력소를 제공한다.

[배움의 끝은 어디일까. 모래알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머리를 조아리며 새로운 것을 탄생시키는 한, 배워야 한다. 운전처럼 대충 배울 수 없는 것을 만나게 되면, 또 한판 승부를 걸게 될 것이다. 배움에 대한 열망도 인간의 본능 중에 들어있음이 분명하다.]

- 얼크러지다

'엄마를 찾으며 우는 아이가 또 생기려나 보다'로 시작되는 이 글은 일그러진, 생각하고 싶지 않은, 과거 - 6. 25라든가, 전쟁후유증으로 인한 사생아라든가……. 비참했던 날들의 잘못된 사랑 뒤풀이에 관한……. 세월을 거꾸로 돌리는 필름만 같다. '석양 빛 가득 물고 '엄마∼ 어디 갔어. 엄마, 왜 안 와∼.' 엄마가 도망간 집, 막내아들의 울부짖음이었다'라는 몇 줄 안 되는 글만으로도 생각 되돌리기에 충분하다.

'벌레들도 삶의 방식을 철저히 지키고, 평생 부부자리를 지키는 한 쌍의 두루미에서 존엄의 엄숙함을 느끼는데'라는 짧은 말로도 몰지각한 욕정의 포로가 된 인간을 슬픈 눈으로 바라 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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