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광성의 수필 쓰기
손광성 지음 / 을유문화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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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경악한 일이 있다. 그 첫 번째가 50년 전 와다나베 다까아끼가 쓴 『머리가 좋아지는 책』인데 이 책을 읽다보면 아주 쉽게 자유자재로 기억할 수 있는 게 놀라왔다. 지금도 급히 기억해야할 일이 있으면 그 책의 기초 결합법이나 연상기억법을 사용해 놀라운 효과를 보곤 한다.

  두 번째가 이 책 『손광성의 수필쓰기』이다. 수필을 쓴지 10여년이 되도록 문체니 구조니 구성이니 주제와 소재 등등이 아직도 애매모호하기만한데, 이 책을 읽어가는 사이 그 칙칙하고 불분명한 안개 속 짠! 하고 걷히는 거다. 거기다 「수필쓰기의 실전」 ‘발상에서 조정, 구성, 집필’을 읽다보면 아예 두 손 들어야 한다.

 

도대체 이런 책이 있을까. 이 책대로 한다면 수필 못 쓰는 사람이 있나. 이건 나무 몇 토막 뚝딱, 그럴듯한 책상 하나 손쉽게 만들어 놓는 거 아냐.

  적어도 나의 수필에 대한 고정관념, 예술이란 미켈란젤로의 말대로 대리석 한 조각에서 순간적 영감에 의한 형상을 정과 망치로 깨고 쪼개어 파내, ‘피에타’나 ‘모세’, ‘다윗’상을 창조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이건 앤디워홀이다. '캠벨 수프 깡통', '코카콜라', '브릴로 박스', ‘마린 먼론’…. 기성품을 마구잡이로 대량생산해 내는 수필 제조공장이 아닌가. 무슨 예술이래?

  아니다. 그런 앤디워홀, 아주 유명한 미국 현대 미술가다. 아직도 그 이름 쟁쟁한 예술가. 이렇게 기술로서의 수필실전을 논하는 작가는 눈으로 보이고 손으로 만져지며 색깔이 묻어나는 수필 을 쓰는 원로 작가다. 그는 말한다. ‘수필이 언어를 표현수단으로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 것이며, 수필 쓰기도 예술이기 이전에 기술의 영역에 속한다는 사실을 소홀히 말 것이다. 그리고 추상보다 구체적이기를’ 강조한다.

  수필 작법이니 문장독본이니 무슨무슨 글쓰기니 하는 책은 읽지 않는다. 아니 읽히지 않는다. 대개 고리답답한 문법체계가 어떻고 시와 소설과 회곡이 어떻고 수필의 원조와 종류 운운…. 잡다한 읽어도읽어도 그게 그거고. 어디 삼빡하거나 감전된 듯 찌릿찌릿 저려오는 그런 걸 기대할 구석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 책에 대해서도 그랬다. 그냥 피해갈 생각이었었는데, 그의 수필집 『달팽이』를 읽고 푹 빠진 적이 있다. 세상에 이런 수필가가 있었던가. 아름다운 문장들이며 잊을 수 없는 영상들. 그가 쓴 글이라면 믿을 만하다고 생각했다.  


과연 『달팽이』의 작가가 쓴 글이다. 첫 장부터 지지 뭉개는 교과서적 교리문답서가 아니다. 신세대 스타일, 톡톡 튀는 글로 예문도 고답적이지 않다. 갓 잡아 올린 생선마냥 신선하고 깜찍하다. 실전에 가면 아예 섹시하기 까지 하다.

기똥찬 수필 한 편 쓰고 싶은가. 아니다. 이 책 몇 번 더 읽고 나서 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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