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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와 편견의 세계사
헨드릭 빌렘 반 룬 지음, 김희숙.정보라 옮김 / 생각의길 / 2018년 1월
평점 :

책 표지를 처음봤을 때, 중세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그림들을 타이포와 함께 모던하게 배치해서 내용 역시 역사감이 짙게 베어있으면서도 정갈하고도 깔끔한 느낌의 세계사 서술이 기대되었습니다. 그런데 읽을 수록 정리가 잘 된 글이라기보다는 작가의 방대한 지식에 휘말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처음 그리스 이야기에서 점점 종교의 이야기가 중심으로 다루어져 유럽의 역사가 종교와 궤적을 같이 한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습니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많은 전사들 (그들의 신념으로 인해 싸우다 실패했던 많은 사람들을 뜻합니다_헨드릭스러운 표현일까요)을 보며 사랑과 헌신을 말하던 교회가 어떻게 이기적이고 비합리적으로 변해가는지, 자신들이 누리는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희생을 야기했는지알게 됐습니다. 카톨릭 신자로서 2000년에 걸친 교회의 역사는 대충 알고있었으나 헨드릭의 말투로 들으니, 실제 겪는 이야기처럼 상상되어져 그 잔혹함에 섬뜩한 기분이 되었습니다.
역사로 불리는 승자의 기록들이 지도층의 이해타산을 기반으로한 음모와 그에 따르는 민중의 무지와 편견으로 빗어지는 사건사고들일 줄이야...
엄청난 대의나 정의는 간데없고 자신의 옮음을 믿는 사람들이 얼마나 무서운지, 그들이 권력을 가졌을 때, 신념의 방향이 자신의 이익을 지키는 것으로 변하는데도 멈출수없는 그들의 질주를 잘 보았습니다. [관용]을 이야기하면서 제목을 왜 [무지와 편견의 세계사]라고 지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1925년에 저술 된것임에도 공감하게 되는것은 지금 사회도 비슷한 행태가 만연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개인이나 그가 속한 단체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약자를 아무렇지도 않게 깔아뭉개고, 희생을 종용하며 조용히 만드는 것이 정의인 것처럼 구는 사회.
단군아래 최고의 교육수준을 자랑하고 가장 민주적이고, 풍족하다는 지금 이 시대가 중세시대 종교재판이 난무하던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가는 다른 말을 하였지만,) 저는 인간의 이기심이야 말로 이 모든 일들의 출발이고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는 이유인것 같습니다. 공정과 정의의 미덕을 발휘하는 인격과, 이기심으로 무장해서 공격하는 사람을 방어할 수 있는 지혜를 갖도록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