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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G 2호 적의 적은 내 친구인가? : 네 편 혹은 내 편
리처드 도킨스 외 지음 / 김영사 / 2021년 5월
평점 :
언젠가 읽은 책에서... "상품 구매를 권장하는 매혹적인 광고사진들이 몰염치하게 버티고 있는 잡지들은 결코 책이 될 수 없다."는 문구를 읽었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언젠가부터 잡지에는 읽을만한 글보다는 광고가 더 많았고, 한때는 그 광고를 즐기기 위해 잡지를 본 적도 있다. 그러면서 신문의 명성이 사그러들기 시작할때 잡지는 이미 자리를 잃은 후였다.
그러는 사이 매거진 B는 마케팅 좀 한다는 사람 집/사무실이나 카페에는 꼭 갖춰야 하는 잡지가 되었고, 컨셉진은 매번 읽지는 않지만 이번달에는 어떤 주제를 다뤘는지 꼭 찾아보는 잡지가 되었다. 광고가 없는 잡지가 다시 부상했고 이제 잡지는 세밀하게 쪼개진 취향을 채워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게 되었다.
그리고 전통의 강자, 김영사에서 잡지를 냈다. 이름하여 매거진 G. "피할 수 없는 질문과 마주하는 지적 습관"이라는 태그라인으로 부연한다.
'적의 적은 내 친구인가? : 네 편 혹은 내 편'이라는 주제의 이번호를 운 좋게도 김영사로부터 받아볼 수 있었다. 난 이 주제를 놓고 '경계'를 떠올렸다. 휴먼거지라는 신조어가 나올만큼 담이 높아지고, 트럼프가 쌓으려던 장벽 등.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물리적인 장벽보다는 심리적이고 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여러 분야에서 친구와 적에 대한 생각을 풀어놓는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생각들은 살짝 비껴 생각하면 결국 '공생'이 되기도 한다.
흥미로운 내용들로 가득했다. 역사, 언어에서 과학과 종교, 의학, 미디어... 심지어는 영혼과 명상에 이르기까지. 특히 사회학자 김광기님의 미국 고속도로에서의 경험은 묘한 기시감도 불러오면서 흐뭇하게 하는 이야기였다. 우리는 어쩌면 늘 그렇게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하지만, 아주 흠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디자인이 좀 산만하다. 폰트도 칼라도 좀 그랬다. 편집디자인이 예뻤더라면, 아니 디자인에서도 그 친구와 적, 내편과 네편을 잘 드러낼 수 있었더라면 글이 훨씬 잘 살았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