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아저씨와 폴 아저씨 알맹이 그림책 12
만다나 사다트 글.그림, 최윤정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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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맺기의 어려움을 처음 느낀 것은 초등학교 때였다. 새학년이 시작되면, 성격이 활발한 아이들은 교실 여기 저기를 뛰어 다니며 금새 아이들과 얼굴을 익히고, 이야기를 나누며 친해지곤 했다. 내성적인 나는 내 자리에 가만히 앉아 누군가가 먼저 다가와 주기를 마음속으로 간절히 바랐다. 그러다가 아무도 말을 걸지 않은 날이면, 집에 돌아오면서 마음 속으로 '학교 다니기 싫어!‘를 외쳤다.

《폴 아저씨와 폴 아저씨》는 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서로 다른 사람이다.
모든 게 완벽하게 정리된 집에서 사는 폴 아저씨는 얼굴도 둥글, 몸도 둥글, 반듯 반듯한 사람이다. 폴 아저씨의 옆집에 이사 온 폴 아저씨는 팔과 다리에 털도 슝슝나고, 자유롭게(!) 어지럽혀진 집에서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반듯반듯한 폴 아저씨에게 난생 처음으로 편지가 온다.
우편배달부의 실수로 폴 아저씨에게 전달된 편지를 들고 난생 처음으로 옆집에 폴 아저씨를 찾아간다.

옆집 폴 아저씨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얼굴과 몸은 푸르스름, 알록달록한 파스텔로 칠한 듯 울긋불긋하고, 세상에, 병든 내장들이 훤히 보인다.
(작가가 표현하고자 했던 것은 폴 아저씨가 단순히 몸이 아픈 것이 아니라 마음이 아프다는 것을 나타내고자 했던 것 같다.)
반듯반듯 폴 아저씨는 편지를 전달해 줬을 뿐만 아니라 집을 청소해주고, 동물들을 돌봐주고, 화분에 물도 준다. 나중에는 자기의 모자와 목도리까지 준다.
난생 처음 보살핌을 받은 옆집 폴 아저씨는 고마운 마음을 나타내고 싶어서 폴 아저씨에게 마음으로 말하기를 시작하는데, 폴 아저씨의 아파서 푸르뎅뎅했던 얼굴은 어느새 발그레하게 생기를 찾고, 마음의 하트 심장에는 꽃이 피고 새가 노래한다.
감동을 받은 반듯반듯 폴 아저씨는 자신의 집에 초청하여 친구들과 시 낭송을 듣고, 친구들은 마음으로 전해진 폴 아저씨의 시 낭송에 “브라보! 앵콜!”을 외친다.
그림책의 마지막에는 두 폴 아저씨가 어느새 친구가 되어 연못에서 낚시를 하는 모습으로 마무리를 짓는다.

나와 다른 사람을 알아간다는 것은 약간은 두려운 일이다. 하지만 곧 알게 된다. 그도 나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사랑과 보살핌, 마음 나눔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그래서 이 그림책은 처음 관계 맺기를 시작하는 어린이들 뿐 아니라 관계 맺기에 서툰 나 같은 어른에게도 울림을 주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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