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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가지의 알록달록한 사랑이야기가 눌러 담긴 책이었다. 저자는 어떻게 이토록 각기 다른 등장인물의 감정을 세세하게 다루었는지 읽는 내내 놀라웠다. 명치 한 가운데가 먹먹해 지는 느낌이 들어서 책을 덮은 후에도 여운이 꽤 오래 남았다.


▶ 전지적 처녀귀신 시점 


처음에는 재미에 가까웠다. 덕질을 한다면 한 번쯤 생각해봤을 그 와의 특별한 시간. 비록 귀신이 되어서 맴돌게 되었고, 그녀의 존재를 아무도 모르지만 인간으로서 사람을 이해하게 되었다는 것. 


 . 길을 잃듯 갑자기 들어섰고, 무작정 걷다보니 어디가 시작이고 끝인지조차 알 수 없는, 이제는 돌이킬 수도 돌아갈 곳도 없어진 사랑 / 35p

 . 수십 년째 스물세 살의 얼굴로 자신의 곁을 맴돌아온 팬을 대면한다면 과연 그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요? 고마워할까요, 무서워할까요? 그에게 나는 반려자일까요, 스토커일까요? / 39p


▶ 스위처블 러브 스토리


헤어진 남녀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몸이 뒤바뀌어 다시 재회하는 과정이었는데, 특히 공감가는 내용들이 많았다. 주변에서 사회 초년생 시절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서 결국에 헤어지는 커플들을 종종 볼 수 있었다. 학생일 때 각자 비슷한 삶을 살면서 알콩달콩 지냈지만, 사회라는 큰 파도에 발을 내딛으며 생존게임을 하게 되며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당연히 생존이 우선시되어야 하는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큰 것을 바라는게 아닌데, 사소한 것에 상처를 받게되던 20대 초반을 기억한다.


 . "좀 더 티 내줄 순 없었어? 네가 내 예상보다 나를 덜 못마땅해했다는거"

   - "너야말로 나한테 확신을 좀 주지 그랬어. 일보다 나를 쪼끔은 더 좋아했다는 거" / 81p

 . 심리학에서 그러잖아. 너무 극단적인 감정을 느끼면 뇌 속에서 평형을 맞추려고 정반대의 감정을 끌어올린다고. 너무 기쁘면 눈물 나는 것처럼.  / 78p


▶ 소도시의 사랑


그냥 이렇게 사랑하게 해주세요! 외치고 싶은 사랑이었다. 책에 있는 것처럼 영화 '라라랜드'가 떠올랐고 두 사람의 사랑을 응원했다. 마지막에 나온 따뜻한 유자차 에피소드를 읽고 브로콜리 너마저의 노래를 들었더니 그들의 목소리에 내 마음도 따뜻해졌다. 꿈을 가진 두 남녀가 부디 서로에게 힘이 되주어, 꿈도 사랑도 잃지 않고 행복하길.


 . 남자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자신의 사랑은 진통제일 뿐 여자의 병을 낫게 해주지 못한다는 것을. 흔들리는 것은 다른 흔들리는 것을 붙잡아주지 못한다는 것을. / 104p

 . 이 차를 다 마시고 봄날으로 가자 / 브로콜리 너마저 _ 유자차♪


▶ 타로마녀 스텔라


타로점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신점 같은 것을 믿지 않는 것은 아닌데, 다른 이에게 내가 모르는 내 마음을 듣게 되는 것이 너무 무서웠다. 스텔라도 타인의 이야기는 많이 듣고 해결해 주었지만 자신의 마음은 들여다 볼 수 없었는데, 연우의 등장으로 모든 것이 달라졌다. 


 .  마치 '쌀쌀하네' 혹은 '출출하네' 하듯 무심하게 중얼거리는 그녀는, 사실 무심하지 않은 마음으로, 연우가 보고싶다. / 139p


▶ 블라인드, 데이트


 Science Fiction과 Romance가 만났는데 이리 슬플 수 있는 것일까.  결국 사람은 완벽할 수 없고, 서로의 빈 공간을 채워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짚어주는 것 같았다. 로봇이 우리의 삶을 많이 대체하고 있지만 부디 사람의 마음, 감정, 사랑같은 것들은 인간 고유의 것으로 침범되지 않길 바란다.


 . 너를 최대한 알고 싶어. 넌 내가 가진 지식의 유일한 공백이거든. 그래서 넌 어렵고 불가사의하고 아름다워. / 174p

 . 사랑의 유의어를 열정이라 여길 때가 있었거든. 틀렸어. 사랑의 유의어는 위안이야. 요즘 내 위안은 서준이고. / 182p


▶ 어느 꿈의 겨울, 아로루아에게 생긴 일


순수하고 아름다운 동화같은 이야기였다. 이방인이 등장했을 때, 순백의 아로루아에게 해라도 끼칠까 걱정했던 내가 무안해졌다. 욘은 아로루아에게 바깥세상도 알려주었지만 지금의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도 일깨워 주었고, 마침내 사랑도 깨닫게 했다. 게다가 묘사되어진 풍경마저도 정말 아름다웠다. 오로라가 흔하지 않지만 드물지는 않은 그 마을에 나도 가보고 싶었다. 


 . 이 마을 사람들도 키스를 모르나요? / 알죠. 적어도 한명은. / 229p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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