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 십이국기 1
오노 후유미 지음, 추지나 옮김 / 엘릭시르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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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십이국기는 일본에서 출판된지 햇수로 20여년이 넘은 고전인데, 이미 2002년에 애니메이션(소설 7권 분량)까지 제작된 작품입니다. 국내에는 애니메이션이 방영된 해에 정발이 한차례 나왔으나 교정미숙으로 오타, 일본식 표기의 혼란으로 팬들도 구매하기 꺼려지는 터부가 되어 자연스레 진입장벽이 높아졌습니다. 그랬던 것이 엘릭시르에서 새로 판권계약을 체결하면서 이렇게 다시 정발되네요. 야마다 아키히로의 수려한 일러스트도 감상할 수 있다고 하니 기쁜 일입니다.


제목대로 이 소설은 12개의 나라 이야기입니다.  원래 시리즈로 기획되지는 않았으므로(십이국기라는 명칭 자체가 나중에 생김) 연작보다는 권당 에피소드 형식의 느낌이 강하고 대체적으로 1-2권 내에 한 가지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구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애니메이션이나 일러스트를 검색해 본 독자라면 신비로운 십이국의 구체적인 이미지를 쉽게 연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작중 설정 배경은 중국식 신화에 많은 영향을 받았으며 이는 소소하게 인물의 복식이나 지명에서도 어렴풋이 드러납니다.


「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는 여고생 나카지마 요코의 이야기입니다. 화자는 모범생 학급반장으로, 타인의 부탁이나 부모님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워하는 착한아이 증후군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자아가 억눌린 채 살아갈 것 같았던 그가 뜻밖의 불청객에 의해 갑작스럽게 이세계에 떨어지게 되고, 문제상황에 대한 도피가 아닌 자신이 주체가 되는 법을 깨달으며 성장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전혀 낯선 세계에서의 불안감, 배신에 의해 인간불신에 사로잡혀 끊임없는 자기자신과의 갈등을 반복하는 모습에 대한 묘사가 매우 인상적입니다. 


덧붙여, 하늘의 뜻(천명)으로 선택된 자가 불로불사의 왕이 된다는 설정에서 선민의식이 어렴풋이 느껴지지만 불쾌하진 않았습니다. 아마도 현대의 평범한 여고생이었던 주인공이 수많은 시련을 이겨내고 주변에 맞춰나가기만 했던 자신의 소극적인 삶에서 벗어나 굴절되지 않는 통치자가 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딛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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