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굴 독깨비 (책콩 어린이) 3
아이반 사우스올 지음, 손영욱 그림, 유슬기 옮김 / 책과콩나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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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덩이 속에는 어둠이 살고 있었다. 바로 이 구덩이에서 밤이 시작된다. 해가 지고 밤이 되면 어둠이 구덩이에서 밖으로 나와 쉭쉭 소리를 내고 으르렁대며 세상을 뒤덮는다. 그러다 아침이 오면 어둠은 다시 구덩이 속으로 들어가 문을 쾅 닫는다. 그런데 켄이 떨어지며 문을 망가뜨려 버렸다. 그래서 어둠이 화를 내며 으르렁거리고 있는 것이다. -115- >

 여우굴이라 불리는 구덩이에 빠진 켄이 생각하는 내용이다. 너무 귀여워서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사실 나도 어릴 적에 깜깜한 밤이 오면 어디선가 검은 옷을 입은 귀신이 나타나 나를 확 잡아갈까봐 무서워서 집밖으론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었다.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었지만, 주인공 켄의 공포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두운 구덩이 속에 빠졌으니 얼마나 무서웠을까.  

하지만 작가가 말하는 구덩이는 이런 눈에 보이는 공포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책속의 여우굴이란 바로 인간의 내면에 들어있는 선과 악이 다투고 있는 공간인 것이다.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골룸처럼 한 몸속에 두명이 들어가 하얀옷을 입은 나와, 검은옷을 입은 나가 싸우는 공간이다. 그 싸움은 시시각각 승패가 나뉘지만, 신념을 가지고 한쪽을 택해야 겨우 싸움이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여우굴은 나의 마음속에도 있다. 매번 머리로 생각하는 옳은 일과, 본능적으로 떠올리는 욕심사이에 갈등하고 있는 나의 마음속엔, 여우굴이 하나가 아닌 여러 개가 있을 것이다.


외삼촌네 집에 놀러온 켄이 덩굴로 뒤덮힌 여우굴에 빠지고, 그 안에서 숨겨져있던 금광을 발견하게 되면서, 켄을 도와주려는 식구들 모두의 마음속에 또 하나의 여우굴을 생긴다. 특히 켄의 외삼촌은 이제껏 살아왔던 삶을 뒤바꿀 절호의 기회라 생각하고 흥분한 나머지 켄의 고통도 무시하는 실수를 저지른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스스로에게 자문했을 것이다. 미움과 다툼과 의심 속에서 살아야 하는 백만장자와 가난하지만 사랑과 평화가 있는 지금의 소박한 삶 중에 어느 것을 택할 것인가. 과연 밥 외삼촌처럼 금을 황철광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용기있고 현명한 밥 외삼촌의 선택에 박수를 보내며, 나 또한 사랑과 평화와 안식이 있는 지금의 삶이 너무 소중해서 결코 그 어떤 것과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하며 마지막 책장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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