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마음이 불행하다고 말했다
손미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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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이럴때 보면, 책이 사람을 골라 읽히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마음을 어찌나 잘 아는지 생각보다 아픈 마음을 어찌나 잘 알아주는지 문장하나하나에 마음이 울컥한다. 출퇴근길에 눈시울이 붉어져서 괜히 눈을 깜박거리게 되곤 한다. 뭐든 내맘과 같을 수 없겠지만, 퍽퍽하게 살았던건 부인할 수가 없다. 조금의 일말의 시간이 더 필요했고, 조금만 더 하면 마음에 드는 순간이 올거 같았다. 24시간중 그 조금을 위해 1분 1초애 더 많이 나를 욱여넣었다. 여행이라도 다녀오고 그랬다면 잠깐의 환기로 살만했을테니 좀 나았을텐데 올해는 그마저도 없었다. 마음을 다루는 일에 유독 어려움을 겪는 나로서는 이 상황이 벅차다. 말해야 조금 나은걸 알지만 말하면 달라질까 싶다가 말하지 못하다가 엉뚱한 곳에 화풀이를 하고 속상해하기를 반복하곤 했다. 미안하다가도 고맙다가도 그랬다가 안그랬다가 하루에도 몇번을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나를 보면서 내가 내스스로가 불안했다. 할수 있는거라곤 임금님귀는 당나귀귀였는데 그마저도 쉽지 않다. 마음을 알아주기만 해도 충분했는데 알게된 마음에 대한 질의와 해야하는 기준과 하지말아야할 행위들에 대한 강요가 버거웠다. 나는 애초에 그런 일에 적용되길 거부하던 사람이었던게 아닌가 했다. 여전히 알수 없고 두렵고 어려운 감정들이지만, 적어도 생각은, 마음은, 내스스로가 결정하고 만들어내는 것을 다시금 상기시켰줬다. 어제의 친구들이 그랬고, 그 순간의 나는 최선을 다한것이라 말해준 이도 감정들의 시발점을 찾는것 역시 중요하다 말해준 이도, 어쩌면 내게는 그들이 손미나 에세이 속의 루드라였겠다. 현자와 같은 친구들이 곁에 있다는 건 가끔 정말 더할나위 없이 감사할 일이다.

꽤 예쁘고 꽤 밝은 사람이고 싶을 때 그렇지 않은 모습조차도 예쁘다 이해해주는 사람들이 곁에 있어 감사하다. 모든걸 다 그렇게 지나치게 생각할 필요는 없겠지만, 감정도 사람도 환경도 내생활도 순리대로 조금 내려둬야한다는 마음이 들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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