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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1 - 도원(桃園)편 ㅣ 매일경제신문사 요시카와 에이지 삼국지 1
요시카와 에이지 지음, 이동호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3/0215/pimg_731676173826201.jpg)
인문고전, 누구나 읽어봤을 법한 삼국지는 학창시절에 다른 작가가 쓴 것으로 읽어봤는데,
이번에 요시카와 에이지가 쓴 것으로 읽어보니 새삼 이 책의 재미에 빠져들었다.
1권은 유비의 초창기 시절과 장비, 관우와의 만남. 그리고 조조의 등장. 동탁의 세력확장이 주요 내용으로 나온다.
학창시절의 흐릿한 기억으로는 1권부터 앞부분 몇권까지는 초창기 내용이라 어렵고 지루한 기억이 나는데, 이 책은 1권부터 깊이 빠져들어 재미있게 읽었다.
학창시절과 지금의 자신은 시절의 차이는 있겠지만, 지금으로 보자면 요시카와 에이지의 삼국지는 조금 더 쉽게 쓰여 읽는 재미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인문고전의 읽는 느낌은 충분히 살려 쓰여있으면서도 주인공 격인 유비의 생애와 그의 마음가짐이랄까 그의 정신적 밑바탕을 이루는 가치관을 충분히 느끼고 이해할 수 있도록 유비의 생애에 호감과 흥미가 가도록 내용이 구성되어 있어 읽는 재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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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카와 에이지는 일본을 대표하는 소설가이며, 주요 작품으로 삼국지와 미야모토 무사시가 있다.
그의 생애는 가정이 어려워 학교를 중퇴하고 일을 하며 독학으로 문학공부를 하여 책을 써냈다고 하는데, 스스로의 굉장한 의지로 자신의 꿈을 이루어 낸 사람이다. 그의 사후에 요시카와 에이지 상이 제정되었다고 한다. 삼국지 이제 1권이라 언제 10권까지 읽어나갈까 앞이 멀지만, 한권한권, 책 속의 이야기에 빠져 이야기 속 인물들이 주는 메세지를 찬찬히 느끼며 읽어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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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은 도원편으로 나라 정세의 흐름과 황건적들이 활개치는 어지러운 세상.
유비, 관우, 장비 그들 서로가 서로를 알아보고, 세상을 바꿀 결심을 한다.
그들의 초창기 어려움들 이외에도 정세가 급변하는 누군가 쉽게 마음을 먹어 작은 계기로도 권력을 잡으려는 무리들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는 상황.
황제의 권위가 없고, 뒤에 숨은 자들에 의해 권력이 움직이고, 부패한 자들이 오히려 쉽게 등용해 자리를 차지하고 바르고 깨끗한 자들은 죽임을 당하거나 정치와 멀어진다.
그런 자들이 차지해나가는 세상 속에 백성들은 더욱더 핍박받고 궁핍해져만 가는 혼란 속을 그리고 있다.
유비의 정갈함
첫 등장부터 유비는 어미를 위해 귀한 차를 구하기 위해 하염없이 기다리는 모습을 그린다.
그가 황건당에 끌려다니며 탈출하고 장비를 만나는 순간순간 이야기의 흐름이 빠르게 급변해 시작부터 지루할 틈이 없었다.
장비와 관우가 유비와 다시 만나 그의 사람됨을 알아보고 그들이 도원결의를 하기까지 시작을 알리는 그 결의의 장면이 기대와 호기심으로 읽혀진다.
유비의 바르고 어진 마음가짐은 군사를 모집하고 군에 들어가 싸우는 도중에도 나타난다.
유비의 옛 스승을 도우기 위해 군을 이끌고 가는 모습이나,
관군을 도와주거나 적장을 베어 큰 공을 세워도 도움을 받은 쪽은 무시하기 일쑤였지만, 그 또한 유비는 크게 마음쓰지 않는다. 그의 물같은 마음가짐이랄까 성격을 알 수 있는 대목들이 많았다.
캐릭터들의 재미
전엔 몰랐는데, 삼국지를 다시 읽으면서 장비라는 인물이 마음에 들게 되었다.
그의 화통하고 물불 안가리는 성격, 불의를 참지 않고 바로 고치려는 마음.
너무 성급하고 앞만 보고 뒤의 일은 생각하지 경향이 있지만, 그또한 좋다.
무슨 일이든 참고, 앞으로 나서지 못하는 내 성격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성격이 시원스럽게 느껴졌다.
사람됨을 알아보고 그에 고개숙일 줄 아는 너그러움도 있고, 의리를 중요시해 그가 아는 지인들 모두 그를 좋아하고 아낌이 보인다. 강함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생각도 나름 깊어 포기하지 않음이 본받을만한 인물 같다.
그에 비하면 유비는 유약한 인물로 보일 정도다. 예와 의가 깊지만, 유비는 앞날을 위해 기다릴 줄 아는 진중한 인물이다. 억울한 일을 당해도 담담하게 받아들일 줄 아는 바다와 같은 인물이지만, 가끔은 그의 모습이 조금 답답해 보이기도 한다.
장비의 불같은 성미를 유비가 잡아주고, 유비를 뒤에서 받쳐주는 동시에 그를 앞으로 나갈 수 있게 용기와 힘을 주는 이들이 관우와 장비인 듯 하다. 세사람은 서로가 서로를 이끌어주고 용기를 준다.
아직 그들의 활약이 미비하나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가는 느낌이 든다. 앞으로 가는 듯하다가 뒤로 되돌아오고 다시 시작하고, 때를 만나지 못하는 듯하다가도 다시 때를 만나 크게 앞으로 나아갈 듯한 느낌이 든다. 사람의 시기란 그렇게 중요한 것일까.
그 세명 외에도 조조나 동탁 등 다양한 인물들이 나오는데, 캐릭터마다 다른 성격이 삼국지의 큰 매력인 것 같다.
황제가 죽고, 권력을 잡으려는 이들은 모두 부패해 썩은 내가 나는 정치권의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1권 마지막 부분에서 힘을 얻고 권력을 쥐게 되는 이는 동탁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권력 속에서 놀아나고 계책을 세우고,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는 사람들의 껍데기를 벗겨낸 욕망만이 보여지는 듯한 느낌의 세상이었다.
세상을 걱정하거나 탄식하는 이들은 찾아보기 힘들고, 오로지 자신의 권력밖에 보지 않는 이들에 의해 세상이 돌아간다고 생각하니 무서울 정도였다.
사소한 선택으로 죽음에 몰리기도 하고, 여인의 사소한 질투로 누군가는 죽임을 당한다.
참 쉽게도 권력이 바뀌는 것 같으면서도 그 속에 벌어지는 사람들의 감정들이 다양하고 복잡하기만 하다.
삼국지를 세번 읽으라는 말이 있다. 그 속에서 나오는 지혜와 세상의 흐름이 어느 시대를 살든 많은 도움을 주기 때문인 듯 하다. 1권을 읽어보니 뒷권도 빨리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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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갈 수 있을까, 그 절벽에?"
"올라갈 만한 곳으로 올라가면 기습이 아니오. 누구의 눈으로 보아도 올라가기가 불가능한 곳에서 올라가는 것이 용병의 계책이라는 것이오."
장비로서는 드문 명언을 말한 것이다. 그대로이다. 오를 수 없는 것으로 단념해 버리는 것이 인간의 습성이지만, 막상 현실로 받아들이고 부딪혀 보면 의외로 거뜬히 올라갈 수 있는 예는 얼마든지 있다.
-p210
가인귀현의 왕래는 눈을 빼앗길 정도로 아름답다. 황제의 성은 금빛으로 유리기와를 덮었으며, 백관들의 수레는 비취 문에 온가 꽃이 피는 화려함으로 치장하고 있다. 천하의 어디에 굶주린 백성이 있는지, 지금의 시대를 어지럽다고 슬퍼할 까닭이 있는지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 번화함의 한복판에서 활기찬 지난밤의 즐거운 가락에 귀 기울이고, 만 가마 기름을 하룻밤에 다 쓴다는 요란한 등불의 초저녁 요지경을 보고 있노라면, 오히려 세상을 걱정해 한탄하는 사람의 말이 불가사의일 정도이다.
-p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