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하 평전 (양장) - 개정판
김삼웅 지음 / 시대의창 / 201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장준하 선생님의 생애, 그리고 그의 의문사를 다룬 책이다.

그의 의문사에서 대해서 최근에 알게 되었고, 그라는 사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더더욱 그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생겼고, 그에 대한 책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장준하, 그리고 의문사. 세상이 왜 그렇게 시끄러운지 이유를 알고 싶어졌다.

그에 대한 해답이 들어있는 책이다. 장준하라는 사람과 그의 인생을 지배했던 모든 것이 들어있다.

하지만 한 인간에 관해서라는 느낌보다 조국이며 민족을 한권의 책으로 만나본 느낌이었다.

사실은 요즘 시대에는 민족이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의미가 그렇게 크게 와 닿지 않기 때문에

무엇이라 표현할 단어가 마땅치 않지만. 우리나라, 그 자체로의 삶을 살아온 인간이 존재했었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읽는 내내, 먹먹한 느낌이 감돌았고, 눈가에는 뜨거움이 차올랐다.

사실, 이 책은 교과서처럼 딱딱하고 어렵다. 국사책을 읽는 것 같은 지루함이 함께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틈을 메워주는 것은, 실제처럼 생생한 당시 사람들의 수기가 마치 그곳을 걷고 있는 것처럼, 그 시절에 함께 살아가는 사람처럼 느껴지게 했다. 그것은 괴롭기도 억울하기도 한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가슴을 뜨겁게 울려주었다.

 

누구에게든 쉽지 않겠지만, 재밌는 소설만큼, 영화만큼 손이 쉽게 가지는 않겠지만, 이 땅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읽어주었으면 좋겠다. 역사나 어려운 현대사에 대해 논하자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이 짊어졌던 무게를 상상으로나마 나눠들어보면 어떨까싶다. 원하지 않아도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랬고, 그럴 수 밖에 없었던 나처럼.

생전에 깔려죽을 듯한 무게에 짓눌려계셨던 그분이 그곳에서는 조금이라도 어깨의 짐을 덜으실 수 있게.

 

책의 1장은 의문사에 관한 이야기다. 60쪽에 걸친 이야기 속에 가득히 내려앉은 의문은 증폭되고, 그의 생애를 더더욱 궁금하게 만든다. 대체 어떤 삶을 살아왔기에 의문사를 당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인가.

2장부터 14장에 이르는 장대한 그의 삶과 기록들은 매서운 겨울에도 피어나는 생명력강한 꽃처럼 강하고 아름다워보인다.

읽는 내내 가슴 한켠이 시린이유는 안타까워할 밖에 그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없기도 하지만,

어떤 추위에도 꺽이지도 구부러지지도 않았던 한결같은 그의 마음의 결이 부러웠기 때문이기도 하다.

마지막15장은 추모와 그의 회상부분으로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한 그분을 그리워하는 글들로 가득차있다.

 

주로 소설책을 많이 읽는 나는 이 책을 읽는 것이 꽤나 뿌듯했다. 두께도 그렇지만, 역사를 알고, 지금 이 땅을 한겹더 튼튼히 해주었던 누군가의 삶을 알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소설책이나 다른 책보다 살아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책 속에 살아있는 무언가와 만난듯한 느낌이 든다.

책 가운데 부분은 장준하 선생님과 그와 함께 했던 동료분들의 사진이 나온다.

그의 생애를 조금이나마 알고 느끼고 그리고나서 보는 그의 젊은 시절부터의 사진들은 안타까운 기분이 들기도 쓸쓸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이 책의 이런 편집은 꽤나 좋은 것 같다.

 

중학시절부터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브나로드운동(농촌 계몽, 문맹퇴치 운동)에 참여해 마을사람들을 가르치고, 장로와 학부모를 움직여 교사를 신축하고 지역사회를 바꾼다.

장준하는 어린시절부터 자신의 힘으로 무언가를 변화시키는 힘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누군가의 마음에 자신이 아니었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파문을 일으켜 그의 인생을 변화시키고, 한 나라까지 바꿀 수 있는 힘을.

 

장준하는 일본 신학교로 유학을 가게되고, 그 속에서도 100리넘는 지방의 교포어린이에게 헌신적으로 교육열을 불태웠다. 1년반만에 학업을 중단하고 일본군입대가 불가피하게 되었다. 그 당시 일본군입대를 하지 않으면 가족들이 대신해서 불행한 일들을 당했기 때문이었다. 소학교시절 하숙했던 천주교신자와 편지를 주고 받던 과정에서 그녀의 딸이 대신해서 답신을 해주었는데 그녀와 정이 쌓여 장준하의 부인이 되었다. 그 당시 군입대 2주전 결혼을 했는데, 이유는 그당시 처녀들은 위안부나 일본공장으로 끌고 갔는데 결혼한 여성까지 끌고가지 않았기에 그렇게 했다.

장준하는 이미 군에 들어가기 전부터 탈출 결심을 하고 있었다. 중국전선으로 지원해 중국 중경 어딘가에 있는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찾아가기로 각오를 다졌다.

 

이 우여곡절이 많은 탈출기가 재미있었는데, 장준하의 생생한 수기뿐 아니라 그당시 같이 탈출에 성공한 동료들의 수기 또한 그들의 탈출이 꽤나 고된일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생사를 넘나드는 어둠속에서의 탈출. 더위와 쫓기는 공포와의 싸움.

그들의 탈출기는 목숨을 건 하나의 모험이자,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아 헤매이는 꿈을 찾는 여정이었다.

그곳에 도착만 하면 왠지 희망의 길이 있을 듯한 느낌이었으리라.

장준하의 수기는 다른이들의 글과는 조금 다른 점이 있었다. 그의 글은 마치 소설같았다.

문장의 표현과 묘사가 아름답기도 멋있기도 해서 마음을 울리는 문장들이 많았다. 감성적인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생생한 수기가 더욱더 재미있었는데, 이 책의 편집자체가 사실적인 기록에 이은 그들의 당시의 생생한 수기가 반복적으로 이어져서 지루할 틈이 없는 긴장감 넘치는 소설을 읽는 듯한 재미도 있었다.

그는 그 탈출 속에서 그의 인생을 다시 되새기는 하나의 다짐을 하게 된다. 바로 "못난 조상이 되지 않기 위하여"이다.

그가 그 고된 도망침 속에서 얻은 울분의 의지의 표현이었다. 나라없는 설움과 슬픔을 나타내는 말이기도 하다.

 

장준하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잡지를 창간했는데, '등불'이 첫 잡지로 자신들이 등불로서 불을 밝히고 앞장서 길을 밝히며 꺼지지 않는 등으로 살고 싶다는 뜻을 담았다.  그리고 '사상'에 이은 '사상계'의 창간까지.

종이혁명의 진원지이자 그가 잡지에 쏟았던 노력은 정신적 이념적 자양과 4월 혁명의 근원이 되었다.

장준하가 잡지에 쏟은 애정과 그에 관한 그의 노력의 기록들은 말로 다 할 수 없지만, 그런 것들과 맞물려 나는 그가 중학시절 마을 사람들을 가르치고, 학교를 세우는 일에 앞장섰던 일이 떠올랐다. 

무언가를 변화시키는 힘. 그는 평생에 걸쳐 그것을 실천했으며 뜻을 모으고 꺽이지 않았다.

'사상계' 잡지는 처음은 교양적 지적갈등해소를 위한 잡지였지만, 뒤에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정치평론지적 성격을 띄기 시작한다. 그로 인해 많은 사건들이 일어나게 되었고, 뒤에 정치투쟁적인 성격을 띄며 마지막까지 나라의 자유와 민주를 위해 싸운다.

 

박정희 정권은 장준하의 '사상계' 뿐만아니라 그, 그의 주변, 모든 상황을 옭아매듯 잘라내갔다. 그의 주변에 수많은 사람들도 마지막에는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그들의 잘못이라기엔 그때 그 상황이 너무도 힘들었다.

장준하는 너무도 올곧은 사람이었다. 가족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건강을 잃고, 감옥에 갇히면서도 그 곧음은 부러지지 않는다.

그 올곧음은 시대적으로 만들어졌던 수많은 파싸움을 이해하지도 받아들이지도 않았다.

일제과 싸워야 할 임시정부 속에서도, 독재와 싸워야 할 야당 속에서도 몇개의 세력들로 나눠진 인간들의 서로간의 세력싸움에 질림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힘을 뭉쳐 싸워도 이길까 말까한 싸움을 조각난 힘으로 어떻게 이기려고 한걸까. 그들에게는 그정도의 여유가 존재하고 있었던걸까.

 

자신의 길을 걸어오면서 어려운 순간마다 자신이 생각한 뜻을 굽히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했을 그의 삶은 물러섬이 없는 시대의 정신이었다. 하루에도 몇번씩 뜻을 굽히고 구부러지고 좋은게 좋은거라여기는 나약한 자신에게 그의 삶은 내 속에 잠자고 있어 사라진 곧은 마음에 문을 두드린다.

삶에 어떠한 부정을 섞은 미세한 두드림 속에서 보이지 않는 눈을 지우고 살아갈 것인가. 

깊은 곳 곧은 마음을 깨워 자기자신을 경계해 스스로를 제대로 세워나갈 것인가.

삶을 내버려둘 것인가.

자신의 생각을 관철하여 이 땅에 나의 생각을 심어 키울것인가.

여러가지 질문을 던지고 있는 듯 하다.

 

장준하 선생님의 의문사가 안타까워지는 이유이다. 진실이 왜곡되고 민중의 소리가 묻혀지고, 누군가의 조작에 의해 사람들은 혼란 속에 흔들리고 있다. 그 시대 속에서 지금의 시대가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인 듯하다.

이 땅의 정신과 같은 분을 이대로 방치해 두는 것은 너무도 억울한 일이다.

의문을 깨끗히 정리해 아무런 억울함도 없이, 이 땅 위에 진실된 역사를 채워나가야 할 때가 아닐까.

모두들 역사가 말해 줄 것이라고 떠들고 있지만, 정리되지 않은 역사는 똑같은 말만 되풀이 할 뿐이다.

지금 이 시대에 대두된 문제이니 만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일 뿐이다.

그것이 제대로 된 역사를 살아가는 길이고, 그가 말하는 '못난 조상이 되지 않기 위한' 일이고,

후세에 최소하나마 면이 서는 일이 아닐까 싶다.   

 

 

 

 

 

안방에는 고인이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이 내걸리고

'일주명창 一注明窓'이란 휘호가 주인 잃은 것도 모르는 듯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심지 하나가 창을 밝히고 있다'는 뜻이 담은 이 휘호는 장준하의 생애를 잘 보여주었다. -22p

 

지성 지식의 知는 화살 시矢와 입구口를 합친 글자로서

"입으로 말하는 것을 화살로 쏜다" 라는 언행일치의 뜻이 담겨있다.

이는 지식인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가르친다. 장준하는 그 상징에 해당한다. -66p

 

"등불이 없는 이 길을 걸어야 하는 운명은

나라 없는 조국에 살아야 하는 운명과 같다."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144

 

나의 일생의 과정은 "또다시 못난 조상이 되지 않기 위하여"라는

이정표의 푯말을 꽂고 이제부터 나를 안내할 것이다. -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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