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이야의 맛있는 이탈리아 - 미식 블로거 비밀이야의 이탈리아 미식 여행 가이드
배동렬 글.사진 / BR미디어 / 2016년 7월
평점 :
절판


사람마다 여행하는 스타일이 있을 것이다. 먹는 것까지 아껴 쇼핑 하는 사람도 있고, 아침부터 줄서서 유명 미술관은 꼭 가봐야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난 둘 다 아니다. 쇼핑은 크게 관심 없고, 미술관은 가봤는데 '잘 그렸네...' 이것 이외에 남는 게 없어서 휙 보고 나오더라. 파리에 네 번 갔는데 루브르는 한 번도 안 가봤을 정도. '아니, 어떻게 그래?' 반응을 다들 보이지만 예쁜 그림 보겠다고 몇 시간씩 줄 서느니 나가서 뭐 하나 더 먹겠다는 주의라...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프랑스 대사관 수석 쉐프셨다. 항상 하시던 말씀이 이태리는 길가의 오렌지도 맛이 다르다며 입맛을 다시셨다. 유럽 있을 때 가장 좋았던 곳이라며. 한 번은 파리 놀러간다니까 거기를 뭐하러 가냐며 이태리나 한 번 더 가라고 하시더라. 이제 나도 똑같은 말을 한다. 유럽은 이탈리아라고. 솔직히 로마는 낡아빠진 무덤 같고, 밀라노는 두오모 빼면 시체고, 베니스는 바가지에, 물때 밖에 없지만 용서할 수 있는 건 음식과 커피 때문.

이 책은 나처럼 도시를 음식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 사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건축이나 미술에 관심 없는 사람들에게 관광지나 미술관은 그냥 예쁜 장소, 예쁜 물건 있는 곳일뿐이다. 여행에서 일반인 기억이 남는 것은 길거리 사람 사는 모습과 뭐 먹었는지 아닌가. 인스타만 봐도 여행 다니는 애들은 다 음식 사진. 니가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넣어봤어, 그래서 두껍디 두꺼운 가이드북이 아니라 어디서, 무엇을, 왜 먹어야 하는지 미식이라는 목적에 충실하게 쓰여진 책. 아주 실용적이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18p 부터 54p까지 '여행 준비하기', 76p부터 끝까지 각 지역별 방문 레스토랑 정보 및 감상. 여행 준비하기 파트가 이 책의 핵심이라 생각한다. 카페나 레스토랑 방문하기 위한 여행은 일반 여행과 살짝 다르다. 이상적인 식사를 위한 동선 배분, 메뉴 숙지, 주문 방법, 식사 예절, 드레스 코드까지 별거 아닌 듯 한데 막상 상황이 되면 괜시리 긴장되는 것들이 꽤 있다. 특히 한국은 유럽 문화권이 아니기에 미묘한 차이가 존재하는데 그런 것들이 여행 준비하기 파트에 세세하게 쓰여 있다.

 
여행 준비와 지역
책을 읽는 법
정보를 세세하게 구분해놨다.

지역별 레스토랑 방문기는

로마
피렌체
베네치아
밀라노
나폴리와 남부
토스카나
북부

순서대로 정리했다. 이 책의 목적이 이탈리아 파인다이닝 소개이기 때문에 지역 길거리 음식 정보는 거의 없이 작가가 방문했던 유명레스토랑을 정리해놨다. 미슐랑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로컬 미식 가이드북인 감베로 로소 등에 등재 됐는지도 명시해뒀다. 

 
레스토랑, 감상, 정보

비싸고 좋은 음식점이라서 맛있어!가 아닌 작가가 직접 먹고 나서 어땠는지 덤덤하게 서술해놨다. 미슐랑 별에 좌지우지 되지 않고 객관적으로 평가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레스토랑 종류도 꼭 비싼 곳만이 아닌 가성비가 좋은 곳도 같이 들어가 있다. 미식 여행이라는 건 결국 돈으로 시작해 돈으로 끝나기에 예산에 맞춰 방문 계획을 짤 수 있도록 자세하게 정보를 넣어놨다.

사실 여행 관련 책을 사서 읽는 편은 아니다. 어지간히 필요한 정보는 인터넷에 다 있을 뿐더러, 소위 말하는 여행기들은 일기장이나 블로그에 올라가면 딱인 오글대는 감성팔이 책이 너무 많다. 촛점도 안 맞는 사진과 몇 문장 붙여 놓고 파는 책에 돈을 쓸 필요는 없지 않은가. 

비밀이야의 맛있는 이탈리아는 정확히 그 대척점에 있는 책이다. 정보를 세세하게 선별하게 보기 좋게 정리해서 읽기 편하게 구성했고, 작가가 직접 다녀온 경험을 약간은 건조하다 싶을 정도의 톤으로 덧붙였다. 정보와 경험의 비율을 밸런스가 맞게 잡았다고 할까. 

아버지가 이탈리아를 강력하게 추천하신 덕에 두 번이나 다녀왔다. 한 번 갈때마다 일주일씩 머물렀고. 그때 이 책이 있었다면 더 잘 먹고 다녔을 것 같다. 내년에 안 가본 피렌체, 나폴리, 시칠리아를 갈 계획을 잡고 있는데 가방 속에 넣어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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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열반 - 김아타 산문
김아타 지음 / 박하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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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아닌 작가를 알고 싶은 팬을 위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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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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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없이 달리는 소설. 아버지의 복수를 하는 아들이라는 흔한 설정을 글빨로 독특하게 만들었다. 이상하게 꼬고 플롯과 징징대는 주인공이 없어 유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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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라이즈
J. G. 밸러드 지음, 공보경 옮김 / 문학수첩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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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의 대부답게 40층 건물 안에 온갖 군상을 다 집어 넣었다. 시스템을 벗어나지 못하고 그 안에서 변해가며 생존하는 캐릭터들을 아주 우울하게 그렸다. 처음에는 `이게 말이 되나?` `뭐 이런 미친 인간들이 있어` 하지만 읽다보면 어느 순간 자신도 시스템 안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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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글쓰기
정숙영 지음 / 예담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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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되는 꿈을 꾸게 만드는 마약 같은 책. 진지하게 꾸준히 따라하면 될 수 있을 것 같다. 다른 인생을 사는 자신을 망상하는 것도 좋은 휴식이 아닌가. 꿈 속의 자신은 모든 것을 잊고 전 세계를 돌며 사진을 찍고 사색을 하며 인생을 즐긴다. 누군가에게는 길을, 누군가에게는 힐링이 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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