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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만담 - 어느‘이야기’ 중독자의 기발한 도쿄 여행기
정숙영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도쿄는 내게 애증의 도시이다. 관광객이 아닌 예전 여자친구가 사는 곳이었기에 일년에도 몇 번씩 방문하기를 육 년 정도 하다보니 어느덧 하네다나 김포나 명동이나 시부야나 비슷하게 다가오는 도시가 되어 버렸다. 그렇기에 여행으로 일본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다 가보는 관광지는 몇 개 가보지 못했고 그저 읍내 마실 가듯 어슬렁거리며 일본인처럼 돌아다니기를 반복했다. 그렇기에 일본은 도도하고 차갑고 반듯하게 기모노를 차려 입은 여인이 아닌 아침부터 하얀 앞치마를 입고 거리를 쓰는 곱게 늙어가는 할머니의 느낌으로 다가왔고 난 그런 수수한 일본을 좋아하게 되었다. (그런데 왜 애증이냐고? 그 여친이랑 헤어졌다. 그 것도 아주 안좋게. 쳇)
이 책을 쓴 작가도 그런 일본의 모습을 본게 아닐까 싶다. 몇 달간 일본에 거주하며 이 책을 썼다니 여행기보다는 생활기라고 하는 편이 더 맞을 것 같고 수십개의 일본 여행 안내서들의 접근 방식이 아닌 책과 영화에서 자신이 가고 싶고 보고 싶었던 곳들, 설령 그 곳이 아무 것도 없는 시골 촌동네라도, 손수 자판을 두들겨 찾아내서 가보고야 만다. 내용 중에서 퀸 오므라이스를 찾으려고 온갖 애를 쓰는 모습을 보니 이 작가, 약간 스토커 기질이 있는 것도 같다. '노다메 칸타빌레'의 치아키가 앉았던 벤치에 앉으려고 갖은 고생을 하는 것을 보고 확신했다. 물론 그 뒤의 반전에 더 웃었지만.
어쩌면 참 심심한 책이 될 수도 있다. 유명한 곳들은 거의 나오지도 않고 구석구석 어쩌면 일본인들도 잘 모르는 곳일수도 있는 곳들을 돌아다니니까. 하지만 일년에도 수십가지씩 나오는 일본 관련 책들의 천편일률적인 주제에 질린 사람이나 '이야기'가 있는 여행기를 원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동안 일드나 일본소설,만화를 읽으며 배경장소에 가보고 싶다고 했던 사람들은 꼭 한번 거쳐가야할 책이 아닌가 싶다. 그렇기에 내겐 더 깊게 다가온 책이었다. 메이드 카페 꼭 가고야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