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 앙투아네트
안토니아 프레이저 지음, 정영문.이미애 옮김 / 현대문학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일본 만화의 고전 "베르사이유의 장미"를 모두 알 것이다.

내가 이 만화를 처음 접한 것은 초등학교 4학년 때였고, 가상의 인물 오스칼보다는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더 관신이 생겨서 프랑스 대혁명에 대해 알고자 세계역사책을 뒤적거렸다. (이것이 내가 가장 인상적으로 기억하는 세계 역사와의 첫 대면이었다.)

가장 이상했던 것은 역시(!) 역사 속 마리 앙투아네트 이미지와 만화 속 이미지가 너무 다랐다는 것. 어느 한 쪽의 거짓말인가? 생각했다...

나는 그녀가 흔히들 말하듯.. 그것도 프랑스가 아닌 우리나라에서 말하듯.. 사치스럽고 경박하고 권위적이며 자비심없는 독한 여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책 - '자유, 평등, 박애'라는 숭고한 이상을 외치며 민주주의의 이상을 실현하고자 한 위대한 프랑스 대혁명의 이면, 즉 잔인함과 3류 포퓰리즘을 좇는 모습들을 철저히 파헤쳤다. - 을 읽고 난 뒤 내 생각은 더 확실해졌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왕비로서 결점이 있었다는 것은 부정하지 않는다. 그녀는 사치스러웠다기 보다는 외로운 궁정생활 (특히 남편 루이 16세와의 비정상적인 부부관계)로 인해 끊임없이 즐거운 것들을 찾고자 했다. 또한 정치적 두뇌가 전무하여(왕비로서는 매우 치명적..) 왕태자의 교육을 절친한 친구에게 부탁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남편 루이 16세는 외국 그것도 강제적 우방국인 오스트리아 황녀출신인 그녀가 정치에 간섭하지 못하도록 무언의 선을 그어버렸다. 그런데도 혁명이 타오르던 그 때, 마리 앙투아네트가 끊임없이 뒤에서 왕을 조종하였다는 루머는 그녀의 최후 재판에서조차 언급되어졌던 것이다. 마음을 깊이 터놓고 지내던 궁정 귀부인들과의 사이는 대중들에게 짐승같은 레즈로 오인받았다. 우여곡적끝에 아이들을 출산한 그녀는 인자하고 교육에 관심이 많은 어머니로서 역할을 다하였다. 베르사이유의 차가운 대리석과 딱딱하고 불필요한 관습들을 싫어한 그녀는 자신의 감상적이고 섬세하며 다정한 천성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었고, 오랫동안 구체제에 익숙해져 있었던 귀족들의 반감을 사게 되었다. 실제로 베르사이유의 프티 트리아농에 가면 왕비가 직접 인테리어 한 실내모습을 볼 수 있는데 베르사유와는 전혀 다른 소박하며 따뜻한 분위기가 감도는 것을 느낄 수 있다.

14세 사랑조차 모르는 나이에 외국의 비로 시집온 왕녀의 운명은 당시 연합군과의 전쟁으로 위태롭던 프랑스의 사기 진작을 위해 처형되어야만 했다. 죄목은 만들면 되는 것이었으나 당시 증언한 40여명의 사람들 중 어느 누구도 정확한 증거를 대지 못하였다. 그 증언또한 대부분 루머에 근거한 것 뿐이었다.

결국 사람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모여.. 사람을 죽였다.

구체제 전복을 위한 희생양으로서 마녀중의 마녀가 되어야 했던 마리 앙투아네트는 그렇게 생을 마감하였다. 현재 많은 사람들이 혁명의 열기와 광기가 동전의 양면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녀의 인타까운 삶을 재조명하기도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그 인식이 많이 부족한 듯 하다... 아마도 그녀가 우리 나라 전체에 인식될 정도로 각인된 계기가 '만화'여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을 계기로 마리 앙투아네트의 삶을 그리고 프랑스 대혁명이 그 추구한 이상에 걸맞게 인도적이지만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는 사람들이 한국에 많아지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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