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를 찾아요 - 사라진 오후를 찾아 떠난 카피라이터의 반짝이는 시간들
박솔미 / 빌리버튼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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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말랑한 에세이가 읽고 싶어 선택한 책. 광고회사 카피라이터가 그간의 여행에서 느낀 단상을 모았다. 서울을 포함한 13개 도시의 오후가 담겼다. 그녀가 오후에 주목한 이유는 일상에서의 오후는 후딱 지나가지만 멀리 떠난 여행지에서의 오후는 2시, 3시, 4시 이렇게 정박으로 간다는 것. 그렇다. 어느 심리학자가 말했던가. 사람이 새로운 일을 많이 하면 시간은 더디게 간다는 것. 하루의 밀도가 낮으면 시간은 금방 지나가버린단다. 올2월 항저우의 거리를 친구들과 걸을 때 문득 생각이 들었더랬다. '많은 곳을 돌아다녔는데 겨우 2시 반 밖에 되지 않았구나.' 이런 오후에 주목해 이를 테마로 엮은 여행기는 신선했다. 다만, 읽다보면 오후의 여행이라기보다 여행 속 오후에 가깝다고 느낀다. 어떤 챕터들은 오후와의 연관성이 모호하다. 하긴, 모든 여행지의 오후가 특별할 순 없으니.
나는 한 사람의 생각과 가치관이 많이 담긴 여행기를 좋아하는데 문득문득 그녀가 쓰는 단어에서 관찰을 유심히 하는 사람이라고 느꼈다. 직업탓일 수도 있지만 일상을, 사람을, 어떤 현상을 평소에 관찰하고 음미해야 나오는 문장이 전해져왔다. 걔 중 아주 멋져보이는 타인을 관찰한 후의 갈무리가 참 좋았다. '그들의 가장 빛나는 오후를 나의 가장 어두운 밤과 비교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왜냐하면 제아무리 잘난 사람도 하루 종일 빛날 수는 없으니까. .. .. (중략). .. 빛이 좋은 오후 3시가 되었다고 자만할 일도 아니고, 답 없이 깜깜한 밤 11시가 되었다고 슬퍼할 일도 아니다. 밤 11시가 되지 않는 오후 3시는 없다. .. .(중략).. 그러니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의 빛나는 모습을 보며 마음에 꼬르륵 소리를 내는 나의 동지들이여, 우리 그렇게 믿읍시다. 우리도 빛 좋은 어느 한때가 되면, 누군가가 몰래 수집해둘 만큼 충분히 '좋아 보이는 사람'이라고.' 그래. 모두가 빛 좋은 오후를 지녔다. 그 오후를 잘 꾸려가는 건 나의 몫임을 상기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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