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처럼 여행하기
전규태 지음 / 열림원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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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동네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한 산문집. 어느 날 췌장암으로 삼 개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고 의사의 권유대로 모든 일상을 놓아버리고 떠난 국문과 교수의 여행 산문집이다. 

젊었을 적부터 여행벽이 있던 저자지만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떠난 여행에서 그야말로 치유가 되어 스무 해의 삶을 이어오고 있다니 놀라웠다. 스티븐 잡스의 주치의는 '병을 잊고 일에 최선을 다해 골몰해보라'고 했고 저자의 주치의는 '모든 것을 놓고 떠나라'했단다. 스티븐 잡스는 일의 성공을 이뤘지만 목숨은 지키지 못했고 저자는 일과 인연은 놓았지만 살아 있다. 한 사람의 목숨을 살린 것은 잡스의 '부유富裕'가 아닌 그가 선택한 '부유浮遊'였다는 말이 참 인상적이다. 

삶의 끝자락, 남은 시간을 자연에 맡긴 여행에서 비로소 편안을 찾은 그의 글에서 '관조'와 '최선'을 보았다. 그에게서 생명이 피어난 것은 자연이 건네는 경이와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온몸에 감도는 생기의 힘이 아니었을까. 

 📖 여행의 소득은 전혀 새로운 것을 처음 보는 데 있다기보다는, 평소 예사롭게 보았던 이른바 '기지旣知의 것'에서 새삼스럽게, 그리고 뜻하지 않게 경이로움을 느끼고 다시 고쳐 보는 데 있다. 📖 나는 여행이 끝나면 두 개의 앨범을 가지고 일상으로 돌아온다. 하나는 여행 중에 찍은 사진들을 모은 앨범이고, 다른 하나는 마음의 렌즈로 찍은 기억의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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