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8. 일본소설/추억이 사라지기 전에/가와구치 도시카즈. 20201218. p384
: 2년하고도 5개월 전 읽었던 <이 거짓말이 들통나기 전에> 후속작. '커피가 식기 전에' 시리즈 3번째 책인데
아직 첫 번째 책인 <커피가 식기 전에>도 못 읽어본 터에 3번째 이야기를 먼저 읽어보게 되었다.
찻집의 어느 자리에 앉으면 그 자리에 앉아 있는 동안에는 원하는 시간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신비한 도시 전설이 깃들어진 찻집. 이 도시 전설에는 몇 가지 성가신 규칙이 있는데...
하나, 과거에 찻집을 방문한 적이 없는 사람은 만나지 못 한다.
둘,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셋, 과거로 돌아가는 자리에 먼저 앉아있는 손님이 자리를 비켜야만 앉을 수 있다.
넷, 과거로 돌아가도 자리에서 일어나 움직일 수 없다.
다섯, 커피를 잔에 따른 후 그 커피가 식을 때까지만 과거에 머물 수 있다.
어린 자신만을 남기고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부모에게 복수를 하고자 과거로 가고자 한 야요이.
죽은 아내의 꿈을 이룬 후 번아웃 증후군으로 아내에게 가고자 과거로 떠난 도도로키.
여동생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던 언니 레이코에게 과거에서 찾아온 여동생 유키카.
개그맨이 되고자 꿈을 위해 앞만 보고 달리느라 항상 옆에 있었던 이에 대한 마음을 너무 늦게 깨닫게 된,
늦게나마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고자 과거로 떠나는 레이지까지.
성가시게 많은 규칙들을 다 지키면서까지 과거로, 미래로 가려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
<이 거짓말이 들통나기 전에>에서는 '도쿄'에 있는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찻집 '푸니쿨리 푸니쿨라'가 배경이었지만
이번 <추억이 사라지기 전에>에선 '홋카이도 하코다테시'에 위치한 찻집 '도나도나'가 배경이다.
도나도나 역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찻집으로 도쿄의 푸니쿨라에서 일하던 카즈의 어머니의 언니이자
나가레의 모친인 유카리가 운영하던 곳이었지만 유카리가 갑자기 두어 달 전 일본을 떠나게 되면서
나가레와 카즈, 그리고 과거로 돌아가는 커피를 내릴 수 있는 카즈의 딸 사치가 내려와서 일하게 된 것.
앞 권을 읽고 시간이 꽤 지난 터라 지난 이야기가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아쉬웠다.
그나마 앞 권을 읽으며 카즈가 행복하길 바랬던 기억만 남아있었기에,
이 책에서 만난 카즈가 나름나름 행복해보여서 다행이다 싶은 마음이 들었던.
생각지도 못한 2030년 시점이기에 와, 지금보다 더 미래네! 싶어 조금 낯설기도 했더랬다.
<커피~>, <이 거짓말~>, 그리고 <추억~> 순서대로 시리즈를 쭉 이어서 읽는다면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던 책.
카페가 정전 됐을 때 페이지도 불이 꺼진 것처럼 검은 바탕에 흰색 글씨로 바뀌는 편집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더 몰입도 잘 됐고 그래서 4개의 에피소드 중 정전이 되는 3번째 에피소드에 제일 먹먹해졌던 것 같다.
"단지 과거로 돌아갈 뿐이라면 누구나 돌아갈 수 있어. 하지만 이 찻집은 사람을 선택해. 규칙으로 말이지.
규칙을 듣고 과거로 돌아가려던 생각을 단념하는 사람도 있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는 이유가 있어. 그 이유는 무엇이든 좋아.
현실은 바뀌지 않더라도 꼭 만나야 하는 사람이 있다면, 만나야만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걸로 충분해." (p341)
읽을 때마다 먹먹해지는 감동과 여운이 남는 책. 그와 함께 드는 생각.
만약 나라면 누굴 만나러 과거로, 미래로 가게 될까? 단 한 번의 기회를 누구에게, 어느 시간대로 쓰게 될까?
+) 책 속에서
인간에게는 어떤 곤경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내재되어 있다.
이는 만인이 평등하게 지닌 힘이지만, 때로는 그 힘이 '불안'이라는 이름의 수문에 의해 통제된다.
불안이 커지면 커질수록 수문을 연느 손에 힘이 들어간다.
힘은 '희망'에 의해 강해진다. 미래를 믿는 힘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p293)
++) 책 속에서
351페이지에 언급되는 '후사기 씨'는 <커피가 식기 전에>에 등장했던 인물인가보다.
앞 권을 먼저 읽은 상태라면 반가웠을텐데! 아쉽다아아! 요번에 빌려왔으니 기한 내에 꼭 읽어봐야지 :)
+++) 비슷한 느낌으로 최근에 읽었던 츠지무라 미즈키의 <츠나구>가 떠오르기도.
요런 느낌의 책을 좋아하신다면 추천합니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