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아저씨 개조계획
가키야 미우 지음, 이연재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53. 일본소설/​정년 아저씨 개조계획​/가키야 미우. ★★★★☆. 20200302-04. 388p

:

<당신의 마음을 정리해 드립니다>로 알게 된 가키야 미우의 신작 ​<정년 아저씨 개조계획>​.

전작을 나름 재밌게 읽은데다 제목도 줄거리도 신선하고 재밌어보여서 읽기 전부터 기대되었던 책이다.


주인공 쇼지 쓰네오는 꿈에 그리던 정년 퇴직 후 현모양처였던 아내 도시코와 여행도 다니며 노후를 즐기고 싶었으나

도시코는 '후겐병' (남편이 원인인 병) 에 걸려 쇼지와 방도 따로 쓰고 밥도 따로 먹고 말도 잘 섞지 않으려고 한다.

서른 세살인 딸 유리에에게 하루 빨리 결혼을 해야하지 않겠냐는 말을 했다가 아버지도 아닌 '당신'이라는 호칭으로 불려지고

결국 막상 퇴직을 하고보니 남는 건 시간 뿐. 아침부터 도서관에 가서 신문이나 읽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그 와중에 결혼한 아들 가즈히로, 마이 부부에게서 손주 두 명을 어린이집에서 데리고 와 마이가 퇴근할 때까지 봐달라는 부탁을 받게 되는데..


사실 이 책을 읽으며 '후겐병'이라는 신조어를 난생 처음 들었다. 남편때문에 생기는 병이라니, 일종의 홧병이랄까...

우리나라에서도 삼식이였나? 정년퇴직하고 백수로서 하루 세끼를 다 집에서 챙겨먹는 남편에게 하는 말이라며 들은 기억이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며 갑자기 그 단어가 떠올랐던 ㅎㅎㅎ

여자는 당연히 가사와 육아를 담당해야 한다는 구시대적 발상. 현모양처라는 뜻 자체가 어진 어머니이면서 또한 착한 아내라고 하지만

결국 이 말 조차도... 요즘은 '현'재 '모' '양'이 '처'량하다 라는 웃픈 소리가 나왔을 정도로 시대에 안 맞는 단어인데

아직 쇼지는 구시대에 갇혀있는... 가부장적 아버지, 할아버지의 모습이랄까.


물 한 잔도 자기 손으로 떠 마시지 않고 굳이 멀리 있는 아내를 불러서 달라고 하는 모습,

독박이라는 건 심야 시간대의 외식 체인점이나 편의점 같은 곳에서 단독근무 할 때 쓰는 말이라며 독박육아라는 표현은 틀렸다는 생각,

모든 여자라면 모성애가 있다고 믿는 모습, 아이를 돌보고 집안일을 하는 건 여자가 해야한다 믿는 모습,

남자니까 구체적으로 지시하지 않으면 모른다며 자신의 잘 못을 깨닫지 못 하고 상대를 탓하는 모습,

아이는 세 살까진 집에서 엄마가 직접 키워야 한다는 일명 3세 신화를 믿는 모습,

우리 어머니는 정말 진정한 어머니 상이었다라는 말도 안 되는 멍멍소리 등....

분명 제목이 '개조계획'인데.... 아니 언제쯤 개조가 되는거지 이 양반은??!?!?! 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초반부터 답답했던ㅋㅋ

물론 쇼지 탓만은 아니고 몇 세대에 걸친 성차별, 불평등 때문이라지만... 중간 중간 악의라곤 없는............ 그래, 악의는 없되 너무나 상식이 없는,

너무 옛날에 멈춰져있는 쇼지와 그 주변 동료나 아들내미 발언으로 울컥울컥하는 부분이 굉장히 많았다.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는 그래.... 내가 예전에 분노했던 그 모든 것들이 상대는 이런 이유로 생각했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마음에 이해가 되기도..

(물론 머리론 백보 양보해서 이해가 된다 하더라도 속으론 부글부글 분노가 끓어오르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ㅋㅋㅋ)
 

허나 쇼지가 손주 하원도우미 부탁을 받고 그런 걸 남자인 내가 어떻게 하냐, 라며 거절하려고 했으나

얼떨결에 분위기에 휩쓸려 수락해버리고나서 어쩔 수 없이 직접 가사일을 해보면서,

며느리 마이의 입장과 아내의 입장을 아주아주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면서 자기 스스로 밥도 차려먹고 청소도 하고,

며느리가 오기 전에 집안일도 도와주는 등 변화되는 모습에 정말 다행이다 느끼며 박수가 절로 나왔다 ;)

물론 아직도 멀었지만.. 책을 다 덮을 때까지 정말 제대로 개조가 되려면 한참 남았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희망이 보였달까.

아직도 꼰대 기질을 못 버린, 가부장적 자세를 버리지 못 한,

현실을 제대로 마주하지 못 하고.. 아니 안하고 있는 많은 남자들이 이 책을 꼭!! 읽어보고 정신을 차렸으면 싶은 책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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