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이 없는 나라 분도그림우화 36
김율희 지음, 최동식 그림 / 분도출판사 / 199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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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모든 물체는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으나 자신의 모습은 거울에 비춰보지 않으면 볼 수가 없다. 즉, 거울은 자기 스스로의 반성, 자아의 각성을 상징적으로 의미할 뿐 아이라 더 나아가 나에게 조언을 줄 수 있는 나 이외의 타인, 충고자를 의미한다고도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창작동화집 '거울이 없는 나라'는 나를 스스로 또는 타인의 눈으로 성찰함으로써 욕심과 고집에서 벗어나 나 이외의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는 방법을 생각해보게 한다.

인지 발달론 자 Piaget에 따르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시기인 7-8세부터 인간은 본격적으로 사회성이 발달하기 시작한다고 한다. 이는 아동기에 들어서면서 내 것의 의미를 알고 모든 것을 소유하고 싶어하는 자기중심적 성향에서 점차 벗어나 사회중심화 되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볼 때, 이 책은 핵가족 화 된 현대사회의 병폐 중 하나인 가족이기주의, 그 울타리에서 벗어나 최초의 공식적인 사회로 발을 내딛는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에게 권할만하다.

네 편의 동화 중 '거울이 없는 나라'와 '임금님만 사는 나라'에는 일방적이고 이기적인 아집과 욕심을 차분하고 용기 있는 조언으로 이겨내는 두 인물이 등장한다. '거울이 없는 나라'에는 거울은 보기 싫어하는 왕이 산다. 왕이 눈썹 위에 있는 작은 흉터를 보고싶지 않아 온 나라 안에 있는 거울을 모두 깨뜨리도록 명령한 순간부터 그 나라 사람들은 몸과 마음의 빛을 잃기 시작한다.

다만 두메산골에서 손녀와 함께 사는 한 할머니만이 거울을 없애지 않았고, 소녀는 거울을 보며 늘 몸과 마음을 단정히 한다. 어느 날 소녀는 마을에 내려왔고, 왕의 명령을 거역한 죄로 벌을 받을 상황에 이르지만 침착한 목소리로 왕에게 거울을 볼 것을 권한다. 결국 왕은 초롱초롱 빛나는 소녀의 눈을 통해 거울의 참 의미를 깨닫게 된다.

문득, '각각의 타인이 서로에게 거울이 되어줄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바로 '임금님만 사는 나라'가 타인의 모습을 거울삼아 나를 되돌아보는 이야기이다. 농사짓는 농부, 옷 만드는 사람, 그릇 만드는 사람 모두가 임금님인 평화로운 나리에 오직 한사람뿐인 임금님이 되고자 '하리'는 나라 곳곳을 돌아다니며 서로를 헐뜯는 거짓말을 퍼트렸다.

마침내, 시기와 반목의 분위기 속에서 서로 하나 뿐인 임금님을 뽑는 날이 다가왔고, 서로 그 자리에 앉기 위한 싸움을 시작했다. 그 때 놀부 구스는 다치고 죽어가고 있는 사람의 모습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된 건 아니었을까? '여러분, 여러분! 제발 그만 싸웁시다. 우리가 서로에게 얼마나 나쁜 짓을 했는지 주위를 한번 돌아보십 시오' 그 이후 임금님만 사는 나라엔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

그 외 다른 사람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해 받는 고통을 감수하기보다는 꿀이라는 달콤함에 집착해 평생을 꿀 먹기에만 정신 팔려 살게 된다는 '꿀단지 안의 꿀'과, 잘못된 일인 줄 알면서도 고기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숲 속 나라를 망하게 하고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시키기에 급급한 왕과 신하의 이야기인 '숲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나'는 동화의 형식을 띠면서도 그것이 비유하는 사회의 어두운 면을 매우 무리하게 보여주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면 성찰하는 사람만이 세상을 제대로 보고 똑바로 읽을 수 있다는 작가의 속내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일반적으로 동화의 주된 독자들은 아이들이다. 따라서, 동화가 아이들의 심리를 제대로 파악하고 이게 바로 내 얘기라며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면 그 감동과 재미는 배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쉬운 언어와 삽화를 곁들여 흥미를 느끼게 하려했지만 아이들의 실생활을 다룬 것이 아니므로 초등학교 저학년에게는 다소 무거운 소재일 수도 있다.

책을 읽음으로써 나에게서 타인으로 시선을 확장하여 실생활 속에서 내가 본 나의 모습, 친구 눈에 비친 내 모습 등의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이 책은 지도하는 어른의 역할이 필요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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