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싱 위드 파파 - 삶에 서툰 딸과 표현에 서툰 아빠의 청춘여행, 개정판
이슬기.이규선 지음 / 성안당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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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아빠와 여행가고 싶게 하는 책



 처음 별 생각없이 펼쳤다가 앉은 그 자리에서 끝까지 읽고 책장을 덮게 만들었던 책. 
여행이야기를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내 아빠 생각에 미안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이 교차하는 그런 책. 

퇴근하신 아빠께 오랫만에 살갑게 굴면서 넌지시 물었다.
"아빠! 우리 둘이 여행갈래요?"
"왜 갑자기?"
"아빠 나중에 할아버지되면 힘없어서 여행 같이 가고 싶어도 못 갈까봐."
"임마. 내 친구들은 다 할아버지야. 여행 못 가도 좋으니까 빨리 시집이나 가. 나도 할아버지 좀 되보자!"

갑자기 책 속에서 빠져나와 현실로 돌아온 그런 기분이다.

어쨌거나 '댄싱 위드 파파'는 내게 아빠와 함께 여행가고 싶게 만든 책이었다.



질투나도록 사이좋은 부녀 이야기


 "아빠하고 얼마나 친해?" 라는 질문에 "우린 베프(베스트 프렌드)야." 라고 할 수 있는 딸이 우리나라에 얼마나 있을까? 
반대로 "딸하고 대화 좀 많이 하나?" 라는 질문에 "내 딸하고 나는 배낭여행으로 세계 곳곳을 다녔지. 난 내 딸이랑 비밀 얘기도 많이 하는걸?" 이라고 시원히 대답할 수 있는 딸가진 아빠가 우리나라에 또 있을까?
이슬기, 이규선 두 부녀작가의 끈끈한 사이는 책을 읽는 내내 나의 부러움을 샀다. 200일 동안 15개 나라, 111개 도시를 둘이서 배낭여행이라니...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아무리 사랑하는 연인이라도, 여행을 하다가 지치고 힘들어 서로 마음 상해서 사이가 벌어지는 일이 허다하다는 악명의 배낭여행이 아니던가!
 물론 그 둘도 첫 배낭여행이 끝나고 '다시는 같이 여행 안간다.'고 큰 소리 뻥뻥쳤다지만 정말로 이 부녀에겐 다른 부녀사이보다 몇 갑절은 더 크게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이 있나보다. 서로에게 솔직하게 털어놓는 마음들. 서로를 감싸주는 내용들. 그리고 괜찮다고 이해하는 위로들. 그 모든 구절들이 하나로 묶여 아버지가 딸에게, 딸이 아버지에게 자신들의 속마음을 보여준다. 그 '솔직함'이 부모와 자녀 사이에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나도 한때는 아빠랑 친했던 것 같은데, 언제부터 우리 사이가 서먹해졌을까?
오늘은 용기를 내서 아빠께 솔직한 마음을 전달해볼까?
"아빠, 사랑해요."
"왜? 알았다! 너가 내 포카칩 먹은 범인이지?"
"아닌데요."
"맞잖아! 아니긴 뭘 아니야. 빨리 사다 놔."

아버님 방에 포카칩 좀 놔드려야겠다. 억울하다.


쮸쮸바가 너무 딱딱하게 얼어서 먹을 수 없다고 내밀면 따뜻한 손으로 먹기 좋게 만들고는
아빠는 "이제 맛있게 먹을 수 있을걸." 하며 내게 주었다. (p.20)


우리는 두 손을 꼭 잡고 뜨는 해를 바라보며 소원을 빌었다.
아빠는 어떤 소원을 빌었을까.
그리고 아빠가 내 나이였을 때는 어떤 소원들이 있었을까. (p.66)


밤이 찾아오고 하늘에 달이 둥그렇게 떠 있는데도 아빠는 패션이라며 선글라스를 벗지 않았다. 거참, 이렇게나 좋아하실 줄 알았다면 진작 해드릴 걸 그랬다. 점점 더 느끼는 거지만 행복은 사소하고 작은 것에서부터 온다. 그리고 그 녀석은 고맙게도 지켜보는 옆 사람에게 잊지 않고 행복한 기운을 나눠준다.
You happy, I'm Happy. (p.289)


두려워하지 마. 내 새끼.
아빤 영원한 네 편이야. 힘내!
_2011.9.15 나의 일기에서 (p.320)


나는 몰랐었다. 자식은 부모가 만든 최고의 작품이라는 것을. 가장 공을 많이 들이고, 가장 마음을 많이 쓴 자신들의 작품, 자신을 녹여서 만든 최고의 작품이라 우리의 이야기가 곧 자신들의 이야기라는 것을.
여전히, 나는 모르는 것이 많다. (p.394)


아빠와 함께 나누고 싶은 책


 단숨에 읽어버린 이 책의 감동을 아빠와 함께 나누고 싶다. 아빠도 읽고나면 뜬금없이 '여행가자.' 던 나의 말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분명 아빠가 이 책을 읽는다면 먼저 '딸, 여행가자.' 라고 답해줄지 모른다.
포스트잇에 살짝 편지를 써 붙이고, 아빠의 서재에 슬며시 책을 올려두었다.
이젠, 기다리기만 하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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