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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니아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유지니아"를 읽었다. - 1

유지니아를 지난 주 다 읽었다.
430여 페이지 정도되는 분량의 추리소설인데 읽다보면 일반적인 추리소설과는
조금 독특한 구조가 돋보였다.
먼저 이 책은 인터뷰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인터뷰라는 것이 대화하듯이 진행되는 것이라서
직접화법의 문장이 나오고 설명이 나오는 것이 정상적이겠지만,
이 책은 그렇지가 않다.
대화와 설명을 구분 지워야하는 쌍 따옴표도 없고,
다른대화와 구분하는 줄바꿈도 없고,
대화의 상황을 설명하는 당연한 부연도 없다.
xx가 "yyyy"라고 말했다. 라든가라는 형식의 인터뷰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자연히, 문장들은 압축되어 있고, 진행 속도는 빠르다.
속도를 쫒아가는 것이 버겁기도 하다.
이 책은 한명을 상대로한 인터뷰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작은 장들마다 새로운 사람이 나오고 그사람에대한 인터뷰가 나온다.
매 장마다 다른 사람을 상대로한 인터뷰들은
동일한 사건을 취재하면서도 다른 독립적인 시각과 느낌을 받게 한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누구를 인터뷰하는것인지?
그 사람이 남자 인것 같기도하다가 갑자기 여자라는 정보를 간접적으로
취하게 하기도 한다. 한 마디로 소설 자체가 무척 혼란스럽다.
작가의 의도는 사건을 파헤치는 입장의 현실을
책을 읽는 사람에게 의도적으로 덮어 씌우고 있는 느낌이다.
아무도 모르는 진실을 찾는 외로움과 막막함.
보다 심하게 꼬여있는 이 소설은 독자에게 무척 불친절한듯이 보이지만,
작가 "온다 리쿠"는 노스탤지어의 마법사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치밀한 하드 보일드 소설가에게는 어울리지는 않는 별명 이기도 하다.
그건 중심 소재가 살인 사건이라하더라도 이 소설에서
쫒고 있는 세계는, 어린날의 기억을 토대로 한다.
수 십 년 전, 건물들과 헌책방, 바닷가의 마을과 부잣집 소녀.
말썽 꾸러기 동생과 동네 어른들 그런 것들 말이다.
어렵지 않은 소박한 단어들로 풀어낸 기억들이어서 그런 수식어가 따른 것 일거다.
"유지니아"를 읽었다.-2

소설의 배경이 된 가와자나 시. 세이손 각
<사진 출처: http://www.city.kanazawa.ishikawa.jp/index_k.html>
하지만, 이 소설에서 사용하는 사물들의 이미지들은 그렇게 도식적이지만은 않다.
이 책에서 대표적인 중심 이미지로 사용하는 하얀 백일홍.

소설의 배경이 된 가와자나 시.
<사진 출처: http://www.city.kanazawa.ishikawa.jp/index_k.html>
백일홍은 일반적으로 붉은 색깔을 떠올린다.
이 책의 하얀 백일홍 이미지는 일반적인 백일홍의 이미지와 맞지않고 뒤집혀 있다.
이 책은 이렇게 사용되는 반대로 사용되는 이미지들이 많다.
무척이나 더운 여름 바닷가.
하얀 옷을 입은 어린 소녀.
착한 남자.
이런 것들이 살인과 공모의 이미지를 품고 있다.
뒤집힌 이미지는 묘한 공포를 만들어내고,
어떤 면에서는 살인의 동기가 된다.
소설은 철저하게 감각을 차단하고 있다.
소설이라는 장르가 텍스트 하나만을 전달 수단으로 하기 때문에 오는 상상력과
반대로 가져오는 전달의 오류와 한계를 이 책에서는 오히려 묘하게 이용하고 있다.
이 소설을 읽다보면, 설명의 부족으로인한 감각의 차단 같은 것을 경험한다.
모든 소설에서 일어나는 일이겠지만, 작가의 의도적인 것과 겹쳐서,
이 책에선 더 심한데, 이 답답함은 묘한 궁금증을 자아내면서
미스테리를 더 증폭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치밀한, 용의주도함 그러면서도
소설의 종결부는 어떤면에선 추리소설과는 다른 결말을 보이지만,
소설은 어떤면에서는 종결을 그렇게 중요하게 느끼지 못하게 한다.
작가는 초반부에 이미 범인을 밝히고, 조금씩 좁혀가고 있기 때문에
결과보다는 범죄의 과정이 더 중요해지고 과정은 어떤면에선
여러 이야기로 갈라진 형태로 독자의 머릿속에서 재구성되기 때문이다.
결말에 다다르다보면, 범죄의 원인조차,
벗겨진 양파 껍질에 담겨 사라진 듯한 기분이 든다.
다시 한번 주의깊게(힘든 일이지만...) 소설을 읽어보고 싶다.
더 많은 얘기를 할 수 있을 것 같고,
작가의 의도를 알 수 있게 될 것같다.
기억나는 구절 :
사실은 어떤 한방향에서 본, 주관에 불과 합니다.
글쓴이 : 텔레마커스
http://kr.blog.yahoo.com/daihoon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