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xford Latin Syntax : Volume 1: The Simple Clause (Hardcover)
Harm Pinkster / Oxford University Press, USA / 201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미 고전 그리스어 문법을 Smyth가 통일한 데 반해, 영미 라틴어 문법은 Gildersleeve&Lodge(9780486469126), Allen&Greenough(9781585100279), Woodcock(9780865161269)(혹은 Bennett(9781585102747)까지 4권) 등이 솥발처럼 늘어선 모양새였다. 그런 와중에 옥스포드에서 Latin Syntax가 나왔다니, 드디어 선인들이 자리를 물려주는가 생각을 하게 된다. 2권이 준비 중인데 1권만 1500쪽이라면 위 책들만이 아니라 Kühner를 대체하겠다는 규모다.


 펼쳐보면 전통적인 문법책과는 구성이 다른 점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예를 들어 6 Sentence Type and Illocutionary Force는 기존에 잘 다루지 않던 것들이고, 8 Negation은 따로 항목을 편성하지 않았던 것이고, 10 Satellites는 아예 새로운 문법 체계를 반영한 것이다. Satellites를 위시해 문법 용어나 체계가 예전 것들과는 확연히 다른데, 그 내용은 1. Introduction, 2. Basic Grammatical Concepts 장에서 잘 설명해주고 있다. 심지어 이런 설명은 본격적인 본문에 들어가고 나서도 쭉 이어진다. 펴자마자 세부 문법에 예문만 쭉 이어지는 편집에 익숙한 독자에겐 이런 구성이 어색할지 모르지만, 현대 언어학을 적용한 라틴어 문법책이 흔치 않은 만큼 설명이 없었다면 곤란했을 것이다. 그리고 설명 자체도 굉장히 명확하고 알아보기 쉽다. 덩치가 풍기는 인상과는 반대로, 초보가 읽기에는 전통 문법들보다 더 쉬워 보이기도 한다.


 또 초보를 배려한 요소 중 눈에 띠는 것이 모든 예문에 영어 번역을 달아놓은 점이다. 기존 문법은 번역을 아예 안 달거나 일부만 달아놓기도 해서, 라틴어를 몰라서 문법책을 폈는데 라틴어를 몰라서 문법책을 읽어낼 수 없는 상황이 생긴다. OLS는 그런 경우가 확연히 적다. 단 모음 장단을 표기해주지 않은 점은 개인적으로 아쉽다. 아마도 모든 라틴어 텍스트를 공인된 판본에서 그대로 가져온 게 아닌가 싶은데(관련 안내는 1장 Introduction에 나와 있다), 표준 비판본들이 장단을 표기하지 않더라도 문법책에서는 그래주었으면 하는 게 내 바람이다.

 아직 세부 내용을 자세히 보진 못했다. 슬쩍 본 바로는 위에서 쓴 대로 상당히 만족스럽다. 그럼에도 별 하나를 깎은 것은 책 만듦새 때문이다. 내가 받은 것은 3쇄인데, 대출 중이었던 도서관 책(1쇄)과 뭔가 다르다 싶어서 봤더니 우선 실제본이 떡제본으로 바뀌었다. 1500쪽 짜리 책을, 그것도 수도 없이 폈다 덮었다 해야 하는 문법책을 떡제본으로 만든다는 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 멀쩡하게 실제본으로 내놨다가 중간에 떡제본으로 만드는 행태는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그리고 종이도 1쇄 것보다 더 얇은 걸로 바뀌어서 뒷면 내용이 훤히 비쳐 보인다. 살짝 가벼워진 느낌이 없진 않지만, 내구도가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다. 20만 원이 넘는 책이 이 모양이라니! 사실 별을 더 깎고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혹시나 별점만 보고 내용이 나쁘다고 오해할까봐 하나만 깎았다.

 그래서, 이 책은 기존 문법을 대체할 만한 책일까? 자격은 충분해 보인다. 고전 그리스어든 고전 라틴어든 현대 언어학을 적용해 새로이 설명해보는 작업은 충분히 환영할 만하다. 그리고 나는 아직 내용을 상세히 보지 못했지만, 해외 서평 등을 참고할 때 그 작업은 세부 결과물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듯하다. 하지만 오히려 너무 새로와서 현실적으로는 조금 곤란하기도 하다. 이 책 용어들을 가지고 나이 드신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과연 말이 잘 통할는지? 그리고 조금 역설적이게도, 기존 문법과 다른 접근 방법을 취하기 때문에 오히려 기존 문법을 대체할 필요가 없다. 둘 다 보면 된다. 기존 문법이 요즘 언어학의 렌즈를 통해 보면 좀 부정확하거나 미진한 부분이 있을지 몰라도, 아무튼 그 나름의 이해와 체계를 갖추고 있다. 공부하는 입장에서는 둘 다 도움이 된다는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