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고양이 혜원세계문학 21
E.A.포우 / 혜원출판사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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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빛나는 고양이의 두 눈에 무서움을 느낀 사람은 비단 나만이 아닐 것이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서 원초적이다. 검은 고양이라니 너무 식상하지 않은가? 나는 책을 폈다.

초등학교 3학년이었던가, 4학년이었던가. 김동인의 감자를 읽은 일이 있었다. '왜 '도캈구나'그러는 거야?','관계한다는 게 무슨 뜻이야?','도둑질을 했는데 왜 당당한거야?' 너무나 순수하고 순결하고 어쨌든 그 쪽의 미사어구를 모두 갖다 붙여도 시원치 않았을 나에겐, 인물의 심리가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 그리고 몇 년 뒤 다시 읽어보니 그제야 알겠더라. 관계가 무엇인지 등등등.

'술을 먹으면 정신이 오락가락하나?' 그렇다고 말은 많이 들었다. 하지만 술을 드셔도 그저 본인과 얘기를 많이 하시려 하는 아버지를 가진 덕분에 보진 못했다. 미성년자인 덕분에 느껴보지도 못했다. 동물을 학대하고픈 마음도 별로. 주인공이 머리로는 이해될 지언정 가슴으로는 그저 미친 분일뿐이다.

그 옛날 초등학교 시절, 유치원 시절의 나에 비하면 나는 너무도 타락해버린 듯싶다. 아주 끔찍하고, 아주 나쁜 짓을 주인공이 해도 별 감흥이 없다. 너무 유명한 작품이라 어디서 들어본 듯한 기분이 많이 들 수 있다. 틀린 곱하기를 너무 많이 본 터라 제대로 된 더하기가 보고 싶으신 분에겐 추천이지만, 옆구리나 등을 타고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느끼고 싶으신 분에겐 비추천이다.

그럼에도 별이 4개인 이유는, 문장 등 형식적인 것들 때문이기도 하지만 '만약 예전의 내가 읽었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 때문이다. 포우는 뭐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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