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십육일 - 세월호 참사 10주기 기억 에세이
4·16재단 엮음, 임진아 그림 / 사계절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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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10년전 오늘의 내가 기억하는 내 모습은 변함이 없다. 기억의 왜곡도 흐트러짐 하나 없이 선명하다. 그날 나는 첫돌이 지나서도 통잠없는, 그러니까 밤부터 아침까지 딱 4시간만 자고 나머지 시간엔 울기만 하는 딸과 씨름 후 두어시간 눈을 붙이기 위해 누웠다. 이어서 잠결에 습관처럼 핸드폰으로 인터넷 뉴스를 확인했고 기울어진 커다란 배 화면 위로 '전원 구조' 속보를 보고 잠들었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땐... '전원 구조'가 꿈이었나, 아니면 지금이 꿈인가 구분조차 되지 않은 현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10년동안 딸은 자랐고 세월호를 알게 되었고 "왜 구하지 못했어?"라는 물음에 나는 눈을 마주치고 대답하지 못하는 엄마가 되었다. '수학여행' 소리만 들어도 남편과는 눈빛교환을 한다. 안심하고 보낼 수 있을까? 4월 언저리부터 저릿한 어떤 통증이 올라오지만 운전하면서, 걸으면서도 노란 리본을 보면 가슴 한켠엔 따뜻함이 일렁인다. 그래, 기억은 힘이 세지.

올해는 『월간 십육일』을 읽었다. 세월호 참사 10주기 기억 에세이인 이 책은 2020년 6월 16일부터 매월 16일, 4·16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연재해 온 동명의 에세이 <월간 십육일> 가운데 50편을 담았다. 기억은 힘이 세다는 것을 매장마다 보여주는 책이기도 하다. 특히 함께 기억한다는 것, 함께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자체로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누군가는 이 죽음이 지긋지긋하다고 한다. 그만할 때가 됐다고도 하고 더 험한 말도 서슴지 않는다. 때론 반복되는 참사 앞에서 같은 말이 되풀이 되곤 한다. 나는 잔뜩 움츠려들지만 다시금 몸을 바로 세운다. 그럼에도 잊지 않고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고, 추모와 애도에는 기한이 없다고 말이다. 그런 마음들이 모여 "우리를 한꺼번에 울릴만한 일이 일어났을 때. 그 슬픔이 세상을 맑게 만들 수 있는 자양분일 때. 잊지 않고 함께 깨어"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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