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사람은 살지 - 교유서가 소설
김종광 지음 / 교유서가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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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사람은 살지』
김종광 / #교유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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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9.25 젊은 시절에도 애교를 피우고 응석을 부리며 살기는커녕, 무서워서 절절매고 남편 들어오는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삶이었다. 늙으면 대우받으면서 살겠지 했는데, 늙은 남편을 뒷바라지하는 일이 연속극처럼 펼쳐진다. 늙으면 애가 된다는 속담이 절실히 와닿는다. P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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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안녕시 육경면 역경리에 사는 기분과 남편의 이야기. 과거 기분의 일기와 현재 시점이 오가는 소설이다. 20대 초반에 결혼해 허구한 날 앓으면서 아이 셋을 낳고, 농사일, 윗동서들의 허드렛 일, 남편의 성화를 받으며 살았던 그 시대의 어느 여인의 삶. 내 몸이 아픈 건 뒷전이다. 그저 자식 걱정, 또 자식 걱정. 자식 일이 잘 안풀려도 자기 탓, 손주가 아파도 자기 탓. 며느리 눈치, 급구 말리는 자식들 성화에도 기어이 밭에 나가 몸을 쓴다. 그렇게 다시 도돌이표, 앓아누울거면서.

시골풍경을 여실히 보여주는 소설인데 나는 지금 시골에서 살면서도 계절을 느끼는 것 말고 풍경을 세밀하게 들여다보지 못하는 까닭이 '경험'해보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책속에는 그런 것들이 고단하게 자주 등장한다. 농삿일은 왜이리 바쁘고 손이 많이 가는 건지. 당장 우리집 앞 밭만 봐도 그렇다. 하루가 다르게 무언가 달라져 있고 자라고 있는데 나는 딱 그정도만 보고 알 뿐이다. 하지만 '감정'이란 것은 어떻게 이토록 코앞까지 다가오는 것일까. 읽는 내내 속이 상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지역도 환경도 사람도, 삶의 방식도 모두 다르겠지만 꼭 내 부모의 일부를 본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자식으로 산지 35년차, 내가 부모가 된지 겨우 9년차인지라 마음의 기울기는 소설 속 기분에게가 아니라 그의 삼남매에게 이입된다. 엄마, 아프면 그냥 쉬어. 엄마, 좋은 거면 그냥 엄마 먹어. 엄마, 나는 괜찮아, 왜 안 믿어. 그럼에도 그게 어떤 마음인지 아니까 매번 울컥하게 된다. 나는 엄마만큼 내 딸한테 못 해, 아니 안 할 거야, 어깃장을 놓아보지만 언젠가 밍찌가 이 책을 읽는다면 자기 엄마의 모습을 보려나. 그게 무서워서 꽁꽁 숨겨두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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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가 작은 것도 내 탓, 아픈 것도 내 탓. 부족한 엄마는 원망투성이다. 나도 이렇게 살고 싶은 게 아닌데, 나도 하고 싶은 일, 꿈이 있던 젊음이 있었다. 늙고 병들고 망가진 모습, 나 자신도 싫다. P281

✔교유서가 서포터즈 자격으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gyoyu_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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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람은살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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