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의 발견 (양장) - 앞서 나간 자들
마리아 포포바 지음, 지여울 옮김 / 다른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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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놀라운 책을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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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의, 프랑스식, 연애 -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인류 프랑스인들의 성과 사랑
곽미성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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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내내, 한국 여성들의 삶이 동시에 떠올랐다. 한국에서 지금 진통을 앓고 있는 여러 여성에 관한 이슈들이 떠오르는 대목이 많았다. 인상 깊었던 부분은 피임약에 대한 챕터들이었다. 앞부분에서는 피임약 복용이 당연시되는 점과 프랑스 여성들이 섹스에 대해 자유로운 사고를 스케치하는 듯 하지만, 이러한 자유로움이 사실은 프랑스 페미니스트들의 노력 덕분이었다는 서술이 이어진다. 

1971년 4월 5일, 프랑스 역사에서 중요하게 기억될 ‘343명의 선언’이 있었다. 343명의 여성들 본인의 이름을 내걸고 자발적으로 불법행위, 즉 낙태에 대한 이야기를 고백한 것이다. 보부아르와 프랑수아즈 사강, 잔모로, 카트린 드뵈브, 마르그리트 뒤라스 등... 1년 뒤 산부인과 의사들의 낙태 금지법 개정 요구에 대한 청원서가 <르 누벨 옵세르바퇴르>에 게재되었고, 1975년 보건 장관이었던 시몬 베유의 주도하에 낙태 합법화 법안이 통과되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적고 있다. 


“프랑스 여성들이 현재 누리는 자유와 권리는 1970년대 여성들의 희생과 활약에 빚진 바가 크다. 그녀들에게서 느껴지는 특유의 지적인 우아함 뒤에는 이런 역사적 자부심이 배어 있다. 피임의 권리나 출산휴가 등 굵직한 사안들이 중요한 법안으로 다뤄지고 그 뒤 여성 인권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과거 어느 한 세대의 희생 덕분일 것이다.”(74쪽)


한 사회가 변화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할까. 위의 사안을 통해 생각해보자면 이렇다. 자신의 권리를 찾고자 하는 용기 있는 목소리들과, 여성들의 권리와 자유가 침해받고 있는 사회 구성원들의 성숙한 인식과 연대 의식, 이들의 의견을 수렴해 실질적으로 삶과 가치관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제도 수정의 절차까지 마련되어야 한다. 

프랑스에서 낙태가 합법화된 것은 1975년, 우리나라는 여전히 낙태는 불법이며 임신과 낙태에 대한 모든 위험과 죄책감까지 모두 여성 혼자서 담당하고 있다.  여성의 몸에 대한 이 잘못된 인식과, 여성의 몸을 둘러싼 췩취적 구조를 인식시키기 위해 한국 사회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고민이 많아지는 지점이었다. 

여성의 몸이 자유로워지는 것에 끔찍한 두려움을 갖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많은 여성들이 성적으로도 문란하기 짝이 없어질 것이고, 그렇게 사회가 급격히 타락할 것이며, 결손 가정의 아이들이 늘어나 사회구성원으로 자리잡지 못하게 되어 사회가 망하게 될 것이라고. 그런 두려움과 공포에 근거한 의미없는 지레짐작 대신 프랑스 사회의 실례를 보고 사태를 파악하면 답이 나온다. 

한 나라의 절반인 여성에게 온전한 권리를 갖게 되자, 이 사회의 구성원들은 개인들 간의 관계성의 역량을 최대한 구축하는 법을 터득했다. 프랑스인은 세계 그 어느 곳보다 매력적인 곳이며 매력적인 사람들이라고 평가된다. 즉 그들은 모든 개인에게 권리를 줌으로써저마다의 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를 구성하였고, 그 개인들은 "내밀함"을 조건으로 타인을 만나고 싶어하고, "각자의 공간을 배려"할 줄 아는 그들만의 문화를 구성하게 된 것이다. 


“이 나라에는 왕이 없다. 노동법과 조합이 튼튼한 이 사회에서는 사장은 나쁘면 안 된다. 그리고 관광객도, 손님도 예의를 지켜야 한다. 식당에 들어가서도 종업원과 먼저 눈이 마주친 후 인사하고, 그가 정해주는 자리에 앉아야 한다. 이곳은 엄연히 그의 공간이기 때문이다.”(184쪽)


이들의 자유로운 인식은 아마도 팍스PACS(동거 인정 제도)제도들과 함께 상호 영향을 주고 받았으리라 짐작된다. 사르코지의 전 대통령과 올랭드 전 대통령의 연애 스캔들을 받아들이는 프랑스인들의 태도를 보라. 사족이지만 연예인이나 공인의 연애나 불륜을 가지고 도덕성을 운운하는 것은 정상성에 대한 뒤틀린 집착 아닐까. 한 개인이 누군가를 사랑하고 결혼할 수 있듯이, 또 다른 누군가를 만나서 사랑할 수도 있다. 그것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그 개인들의 것이고 그 관계 속에서 개인들이 최대한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해결을 위한 제도나 법률 장치도 엄연히 존재한다. 온 사회가 나서서 한 사람의 부도덕함을 손가락질하고, 과거를 파헤쳐 그 개인의 인간성을 말살시키려는데 혈안이 된 사회는 어딘가 좀 이상하지 않은가. 

물론 프랑스 여성들의 자유로움과 자부심이, 저자의 말대로 결혼 이후에도 거의 직업을 갖는다는 사실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일을 하면서도 육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죄책감 대신, 탁아시설에 맡기고 자신의 사회 생활을 중히 여기는 가치관이 형성되어 있기에 그것 역시 가능했으리라. 


“워킹맘이 대세인 사회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은 물론 부부의 공동 양육과 육아 휴직, 탁아소 시스템 등의 복지제도 덕분이다. 육아 휴직과 남성의 공동 육아 책임을 당연하게 인식하는 사회 분위기가 여성들이 계속적으로 커리어를 쌓아가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다. 프랑스의 경우, 현재 아이가 한 명일 경우 출산 전후 총 16주 동안 급여의 100%를 받을 수 있는 출산휴가가 있다. 아이가 둘인 경우 26주까지, 쌍둥이인 경우엔 34주까지 출산휴가를 가질 수 있다. 이는 결혼의 유무와 상관없이, 미혼모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285쪽)


책을 읽고 난 후, 개인의 권리와 자유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개인의 권리와 자유는 방종과 부도덕의 표출이 아니다. 개인의 자유는 한 사회 전체와 연관되어 있다. 개인의 자유의 보장은 사회의 가치관의 확장과 연관된다. 그 자유를 통해 누군가 억압받거나 고통스러워한다면 그것은 자유가 아니라 범죄이다. 

자유란,  기존 가치관에 균열을 주어, 다른 가치관을 가진 또 다른 개인이 그 사회 안에서 공존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따라서 자유에는 사회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이 동반될 수 밖에 없다. 이 책에서 다루는 프랑스 여성들의 삶은,  자유에 대한 한 사회의 성숙한 인식의 결과이자 과정이 아니었을까. 

내가 막연히 느꼈던 프랑스의 낭만은 자유와 책임과 가치관의 확장이라는 역사성을 지닌 것임을 느낀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으로 살면서 접하게 되는 문제들과 그에 접근하는 방식 속에서 답답함을 자주 느낀다. 여전히 갈 길이 멀지만, 전반적인 인식 개선과 동시에 제도의 개선 용기 있는 목소리가 정말로 한 사회를 변모했음을 이 책을 통해 목격한 것 같아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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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그림자의 춤
앨리스 먼로 지음, 곽명단 옮김 / 뿔(웅진)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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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히 흘러가다가 문득 소름 끼치고, 잔잔히 흘러가다가 강렬한 여운에 멈칫하게 된다. 이 소설집이야말로 `법석 없는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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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남 - 폭발적으로 깨어나고 눈부시게 되살아난 사람들
올리버 색스 지음, 이민아 옮김 / 알마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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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색스는 '관점'이라는 챕터를 통해 개인과 개인이 속한 세계 내 존재의 방식으로의 이해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환자의 개인적인 사례들을 이야기하는 것이 왜 필요했는지를 비트겐슈타인과 프로이트를 들어 언급한다. 

"프로이트는 환자의 일대기를 빼고는 진행성 신경질환의 성격과 그 치료 과정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명백하게 보여준다."335 

"깨어남은 자각의 변화로 자신과 세계가 총체적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뇌염증후군 등으로 환자들이 겪는 대부분의 마비 상태는 세계 속에 자신의 신체를 제대로 삽입하지 못하거나, 엘도파 이후의 발작등은 세계에 자신의 신체를 올바르게 삽입하기가 불가능한, 즉 부자유의 상태를 보여주는 셈이다.

그와 달리 우리는 노력하지 않더라도 매순간 세계와 나의 관계를 재설정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이 사례들을 통해 볼 때, 매순간 숨을 쉰다는 것은 매순간 세계와 나의 관계를 재설정한다는 것이다. 매순간은 동일한 순간의 반복이 아니라, 계속해서 변화하는 세계와 나 사이의 끊임없는 관계설정을 통해, 나라는 존재가 구성되어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로버트. O 라는 환자는 죽기 전 이렇게 말했다. "자살하려고 했었죠. 1922년에..안 그러길 잘했지. 괜찮은 게임이었어요. 뇌염이며, 이 전부가 말이에요." 

그는 삶의 많은 시간을 세계와 단절되어, 자신자신이 추방된 상태로 살아갔지만 짧은 깨어남의 순간을 통해 삶의 가치를 획득하게 된 것 같다. 


추가) 재밌는 사실. 환자들이 오랜 기간의 마비상태에서 갑자기 운동 상태로 스위치 전환되는 것은, 단절의 기간 동안 주관적 시간이 흐르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다.(보통의 경우 기브스를 하고 있다가 풀면 운동에 장애가 생겨 훈련이 필요한 것과 다르다.) 올리버 색스에 의하면 환자는 마비상태에서 이십 년이 흘러도 그 내부의 주관적 시간이 흐르지 않았으므로, 마비 직전의 상태로 운동이 곧장 전환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한다. 여기에 더해 환자의 마비와 깨어남이 순식간에 일어나는 점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최소한의 자극(광자나 양자)만으로도 이 정지 상태를 흩어놓을 수 있다는 사실은 이 상태가 전혀 관성이 없음을 증명한다. 이는 절대적 정지 상태에서 걸핏하면 갑작스러운 단계 전환을 일으킨다는 사실은 '정지 상태'가 원자와 전자 궤도에 의해 예측된 양자적 '비약'을 일으킨다고 비유할 수 있다."(182) 

마비와 발작을 무관성의 상태와,강한 관성과 변화에 대한 저항, 맹렬한 공간과 시간 뒤틀림 현상을으로 비유하고 있다.

어쨌거나 이 모든 일은 환자가 뇌염 등의 병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뇌가 세계와 나라는 존재를 이어주는 중요한 매개임은 틀림없다. 그리고 이 매개가 제대로 작동하는 한에서 감정과 사고와 신체가 외부와 조화를 이루어 살아갈 수 있다. 환자들의 경우, 엘도파의 도움으로 이 조화를 되찾기는 했으나 어김없이 부작용이 그들을 힘들게 했다. 대부분의 경우 과도함이 그들을 괴롭힌다. 그러나 올리버 색스는 그들이 애초에 고기(엘도파)를 받아들일 위장(뇌의 고장)이 없었다고 이야기한다. 

방법이 아예 없는가?그는 뇌염후증후군 오디세우스들에게적응과 휴식, 관리 등의 필수라고 말한다. 세계와 다른 이들과 확고한 관계를 형성하는것, 그것이 이 세계에서 확고하게 존재할 가능성을 부여하는 게 인간관계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례를 보면 납득이 된다.)


"오랜 세월 떠나 있던 최초의 토대, 발 디딜 땅, 최초의 보금자리로 돌아온 것이다....그들의 경험이 나를 인도했으며, 어쩌면 이 책을 읽는 당신을 인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를 고향으로 이끄는 저 끝없는 여행으로."(418)


추가) 두 명의 사례에서, 물 속에서 편안함을 느꼈다는 진술이 있었다. 다른 중력 혹은 다른 저항이 필요한 것일까. + 오랜 마비 상태의 환자들이 굉장히 젊어보인다는 진술....주관적 시간의 정지와 연관이 있을까? 그렇다면 시간이란, 외부와 내부의 끊임없이 재설정의 과정 자체일까, 그것이 의식일까? 


추가) 부록에서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만난 로버트 드니로에 대해 올리버 색스의 찬사가 이어진다. 그러나 실존하는 환자 릴리언이 들어오는 순간, 배우들은 얼어붙는다. 그러다 릴리언이 로버트 드니로에게 하는 말 , 

"이 사람 됐어요. 제대로 하는군요! 이 사람, 이게 어떤 건지 정말로 알고 있어요." 

"릴리언은 이 허구의 세계 안에서 홀로 실제성으로 빛났다. 사람들은 그녀와 접촉함으로써 현실에 뿌리내린 견고한 실체가 될 수 있었다." 

현실과 자주 단절되는 병을 앓는 릴리언이 허구적 작업 앞에서는 또 이렇게 강력한 현실이 되어 등장할 수 있다니. 영화적 허구가 이 환자들의 앓는 병과 비슷한 비유가 되는 순간이었던 것!

올리버 색스의 이 책, 쉽게 읽히지만 흥미진진한 문제의식들이 포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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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 베유 노동일지 - 자본주의 동력은 삶의 의미를 본질로 인식하는 것
시몬 베유 지음, 박진희 옮김 / 리즈앤북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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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는 언어로 타자에게 다가가기. 영혼에 관한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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