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 향기롭게 - 법정 대표산문선집
법정(法頂) 지음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지금 법정스님이 가끔 들었다는 ‘옴마니반메훔’이란 티벳 음악을 듣고 있다. 법정스님 글을 읽다가 만났는데 우연히 지금 듣게 됐다. 이 노래를 들으면 번뇌와 죄악에서 벗어나 지혜와 공덕이 쌓인다 한다. 실제로 들어보니 불교 국가에 여행을 온 느낌이 든다. 오늘은 요즘 자주 읽게 되는 법정스님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고 싶다.
 
요즘 마음이 많이 답답했다. 어떤 책을 들어도 잘 읽히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법정스님 수필집 <맑고 향기롭게>를 펼쳤는데 신기하게도 읽혔다. 그러면서도 내 마음을 매우 편안하게 해 주는 느낌을 받았다. 스님의 글은 삶을 단순하고 간소하게 바라보게 해 준다. 그동안 내 마음이 답답한 이유를 대충 알게 됐다. 내 마음이 각박하고, 욕심이 많아서 그랬을 거다. 지금 집도 충분히 좋은데, 괜한 마음에 마음이 답답해 현재를 떠나고 싶다는 것을 느꼈다.
 
우연히 책에서 허균이 지었다는 <한중록> ‘숨어 사는 즐거움’이란 책을 알게 되고, 법정스님의 <인도기행>이란 책도 있기에 같이 주문해서 읽었다. 먼저 <인도기행>을 펼쳐 읽었는데, 술술 읽혔다. 이것도 매우 신기했다. 여행기는 보통 내가 집중을 못하는 책이었기 때문이다. 그 연유를 생각해보니 스님의 필력과 근기가 있기에, 즉 삶이 중심이 잡힌 사람이 쓴 글이었기에 힘이 있었던 것 같다.
 
스님의 글은 주로 자신이 보내는 하루의 과정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내용이다. 그러면서 느끼고 생각한 걸 대중인 우리에게 알려주며, 현대 문명사회를 사는 우리에게 또한 일침을 놓는 글을 쓰신다. 그렇게 자연의 맑음과 따뜻한 교류를 우리에게 전해 주시고, 자연을 소중히 하지 못하는 우리들에게 교훈을 주신다.
 
그것보다 스님의 글이 내게 편안함을 주는 이유는 <홀로 사는 즐거움>이란 수필집에 담겨 있는 내용과 비슷하다. 스님은 홀로 사는 삶을 예찬한다. 무리에 섞여 충분히 살아보셨지만, 그 속에서 특별한 뜻을 발견하시지 못하신 것 같다. 그래서 어느 날, 강원도 화전민이 살던 외떨어진 오두막에 거처를 구해 거기서 몇 십 년을 살게 된다. 나도 혼자서 살아가길 즐기는 부류의 사람이다. 요즘은 더워서 그런지 더욱 혼자 사는 것에 빠져 있다. 스님 책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어려서 혼자 살아 버릇하던 사람들은 커서도 혼자 사는 것에 익숙하다고. 그러니 자신이 남들과 다르게 살아가는 것에 대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제비꽃은 제비꽃답게 피면 되니까 말이다. 그것이 제비꽃의 일이니까.
 
스님은 우리에게 강요하기보다 또는 주기보다는, 우리가 짊어지고 있는 것을 덜어주고, 비워주기에 우리를 편안하게 해 주신다. 나는 더욱 그렇다. 삶이 복잡하게 느껴지는지 스님의 적게 앓고, 적게 소유하고, 적은 것에 만족하라는 말이 그렇게 시원하게 들리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서 자연과 홀로 벗하며 그 속에서 자유로운 삶을 사시는 모습은 과히 신기하기까지 하다.
 
어떤 때에는 신문에서 읽은 아이들 형제가 서로 이국땅으로 헤어져야 하는 사연을 읽으시고는 베갯을 눈시울로 적시기도 하고, 산에 사는 토끼와 꿩, 고라니 발자국을 보며 따뜻함을 느끼시기도 하신다. 무척 감성이 발달하셔서, 스님의 글을 읽는 나조차도 감동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수행자로서 깊은 깨달음을 얻으셨고, 스님 말로는 원래 우리 마음이 깨끗하니 견성이니 성불이니 할 것 없다. 대신 본래 청정하니 그 깨끗함이 더럽혀지지 않게 가끔 닦아줄 필요가 있다 하셨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스님의 글을 읽고 있으면 마음이 맑아지고 편안해진다. 수행자로서 느끼고 체험한 것의 깊이가 상당하셔서 그럴 것이다.
 
이제 스님은 돌아가시고 안 계시지만, 이렇게 글로써 우리와 인연이 닿아 있다. 스님의 글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각자 자신이 어디에도 얽매이지 말고, 스님에게도 얽히지 말고 자신의 본연대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라 하셨다.
 
스님의 책은 겨울에 보통 읽었었다. 한 겨울 추위에 읽으면 그 정신이 더 번쩍 들곤 했다. 그런데 이번에 새로 알게 된 것은, 한 여름 무더위에 읽어도 마음을 더 가지런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님은 그렇게 우리들의 정신을 깨우시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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