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석적 심리치료
Nancy McWilliams 지음, 권석만 외 옮김 / 학지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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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원 수업 중에 듣는 과목이 있는데, 오늘은 매우 인상 깊은 몇 구절을 읽었다. 그래서 그 소회를 남겨보려 한다.


  “변화가 두려운 나머지 퇴행적인 행동을 나타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의 이러한 퇴행적 행동이 이전과는 다르게 나를 짜증나게 만들었는데, 왜냐하면 나는 그가 더 현명하게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람은 언제 변하는가? 이건 매우 어려운 물음이다. 나는 아직 치료 경험이 없기에, 내가 내담자로 참여했던 경험을 떠올려 생각해 보자. 먼저 책에서 읽은 걸 간단하게 얘기하면, 심리치료는 회복만 되지 않고, 회복되었다 다시 퇴행되었다, 이 과정을 무수히 반복한다고 했다. 나의 경우만 봐도, 나아질 때가 있었고 안 좋아질 때도 있었다. 내 생각으로 표현하면 치료가 잘 진행되지 않을 때는 내가 저항하고 있다고 본다. 저항하고 있을 당시에는 인식하기 어려운데 나중에 되돌아보면 그렇게 보인다는 거다.


  다시 위 문구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면, 치료자를 짜증나게 하는 건 역전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내담자의 퇴행이 한 단계 진전을 위해 필요한 과정이라는 거다. 나의 경우를 돌아봐도 퇴행이 있은 후에, 치료가 조금 된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니까 일보 전진을 위해서는 때로 이보 후퇴가 필요하다는 거다.


  “한 사람의 성격 구조를 현격하게 변화시키는 일은 깊이 뿌리 내린 관료체제를 현격하게 개혁하는 일과 유사하다.”


  위 문장은 내가 오늘, 아니 요즘 가장 인상 깊게 느낀 내용이다. 그만큼 내가 요즘 나의 성격 구조를 변화시키는 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겠다. 내가 존경했던 분이 평생 변화를 연구하셨다. 난 그 분의 제자는 되지 못했지만, 그 분의 활동을 홈페이지 및 책을 통해 지켜보았다. 그 분이 변화를 다루는 일은 아주 위험하고, 조심스럽게 이뤄져야한다고 말했다. 오늘 그 이유를 알겠다. ‘관료체제를 현격하게 개혁하는 일과 유사하다’고 한 것처럼 그건 대단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심리치료도 마찬가지로 어려운 과정이다. 우리가 이전과 달리 더욱 편안한 세계관을 가지게 될 때, 치유는 이뤄질 거다. 아무튼 심리치료가 대체 무엇이기에 나를 이렇게 곤혹스럽게 만드는 것일까? 이 물음은 다음 문구를 통해 답할 수 있다.


  “심리치료가 적절하게 잘 진행되는 경우 내담자들은 현실적인 유능감을 서서히 키워나가면서 치료자에 대한 의존심이 감소하며, 그들의 지위에 대한 심리적인 평등의식이 증대되고 열등의식은 감소한다.”


  이렇게 되는 건 쉽지 않다. 현재 나는 6년 이상의 장기적인 심리치료를 받고 있는데도 위 문구처럼 잘 되지 않는다. 물론 내 고집이 매우 센 것이 치료가 장기간 동안 진전을 보이지 못하는 이유일 수도 있다. 모든 일은 장단이 있기에, 이 점은 또 내게 유익함도 주었다고 나는 본다. 아무튼, 최근의 나는 퇴행이 많이 되었고, 세계관을 잘 변화시키지도 못했다. 현실 유능감도 곤두박질치고, 선생님에 대한 의존심도 높았고, 그에 따라 열등의식도 높았다. 치료가 잘 된 내담자는 이 점들이 좋아진다고 하니, 위 문구를 기준으로 내담자로서 자신의 상태를 평가해 봐도 좋겠다.


  책에는 이 외에도 훌륭한 내용이 많다. 하나 더 생각나는 것을 정리해 본다. 치료자가 될 사람들이 자기 분석을 받아야 하는 이유는 많다. 책에서는 이들이 나중에 다양한 성격의 내담자를 만나게 될 텐데, 그때 자신의 성격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어야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내담자를 치료하려는 우를 범하지 않게 된다고 했다. 심리치료에 열심히 참여함으로써 자신의 다양한 성격에 관해 이해를 높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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