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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한 연구 - 상 ㅣ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11
박상륭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 이 책을 접한 계기부터 설명해야겟다. 한 때 베스트셀러였고,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던 박일문의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란 소설에서 주인공 '나'는 '자살론'을 언급하며 박상륭의 '죽음의 한 연구' 보다 뛰어나지 못하다는 말을 하였다. 제목에서 풍겨오는 괴이함과 비장감은 도대체 왜 내가 살아가야하는지에 대해 몹시도 궁금해하던 스무살 초입의 나에게 아랫배가 살살 아파오는 초조와 불안으로 다가왔다.
꼬박 한 달이 걸렸다. 첫문장을 이해하는데도 몇십분이 걸렸던 것 같다. 긴 문장, 생소한 표현, 낯설은 장면들...도대체 이것이 한국어인가, 한국어로 된 소설책인가를 몇번이나 의심하였다. 밑줄을 그으며, 형광펜으로 색칠하며, 김현의 설명을 참고하며, 그래서 겨우 다 읽었는데 솔직히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약 1년 뒤에 다시 한번 읽어보았다. 처음보다는 다소 수월했지만, 역시 뭔가가 있는 것 같은데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수가 없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전문서적도 아닌 것이, 제깐놈이 겨우 소설책인데..하는 오기로 또한번 호기를 부린것이다.
이 소설의 기본 모타브는 선불교의 오조 홍인과 육조 혜능의 이야기란다. 그래서 나는 선불교와 관련된 서적을 찾아 읽었다. 연금술이 뭔지도 책을 찾아보았다. 탄트리즘, 포스트모더니즘 관련책도 구해 읽어보았다. 불교의 돈점논쟁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관계가 있는 것 같아 기호학 관련책도 읽었다. 솔직히 기독교인도 아니면서 성경책의 창세기부분은 좀 읽었었다. 이런 독서의 확장이 솔직이 이 소설책 한권을 좀더 잘 이해하기 위한 과정인것을 인정한다.
도대체 작가의 관심의 폭은, 사유의 깊이는 어디까지 인지, 솔직히 지금도 알수가 없고. 내가 제대로 이책을 이해 하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소설책 한권에 매달렸던 내 젊은 날을 생각하면, 나에겐 아주 특별한 책이 되어버렸다.
처음 이책을 읽은 지 이제 10년이 지났다. 한 아이의 아빠가 되어 아이와 가족의 삶을 생각하는라 '죽음'을 연구할 시간은 솔직이 없다. 소설책을 이렇게 어렵게 써도 되는냐에 대해서는 아직도 불만이 많지만, 책장에 꽂힌 이 책을 보면, 중간중간에 그어진 밑줄과 메모를 보면, 내 젊은 날의 방황, 젊은 날의 고민들을 대하는 것 같아, 반갑고.. 앞으로의 삶도 그리 만만하게 살것은 아니라는 느낌을 갖게된다.
먹고사느라 머리가 단순해져서 유식한 서평을 하지는 못하지만, 이제 스무살의 젊은이가 이 리뷰를 읽는다면, 꼭한번 일독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