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2010년에 발매된 김영하의 단편집이다. 총 13편인데 1장짜리 단편도 있다.

 

책의 말미에 담긴 작가의 말에서 작가는 청탁 없이 쓴 소설에 대한 유쾌함을 이야기했다. 그는 그가 쓴 소설이 그보다도 더 '살아 있'는 존재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한다 했다. 이 단편들은 그런 살아있는 이야기이다. 김영하 작가는 자신의 서랍에 출간되지 않은 많은 소설이 있다 했다. 그가 아끼고 숨겨 두었던 그 서랍을 살짝 열어본 느낌이다. 각 단편은 그의 소설답게 모두 다 다르다. 그리고 살아있다. 어딘가에서 벌어지는 황당한 이야기 같달까.

너무 짧은 몇 편은 생략하고 단편 몇 개만 간략히 소개를 하자면, <로봇>은 어떤 남자가 여자에게 접근해 자신은 로봇이라고 말하며 만남을 이어간다는 내용이고, <여행>은 옛 연인이 여행 가자며 갑자기 밤에 동해로 가다가 벌어진 일이다. <밀회>는 제목대로 밀회이지만 시점이 죽은 연인이라는 점이 독특하고, <마코토>는 대학시절 짝사랑했던 사람과 다시 만나는 이야기이다.


이 모든 단편들은 줄거리만 놓고 보자면 진부하기도 하고, 이게 무슨 소설이 되어 책으로 될 법한가 싶지만 각 이야기에는 미묘하게 이상한 점들이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지? 싶은 전개랄까. 평범한 일상 속 평범한 인물들이지만 그 안에 독특한 일들이 살짝씩 벌어진다. 예를 들어 <오늘의 커피>는 스타벅스에서 오늘의 커피를 시킨 사람이 낯익은 얼굴인 카페라테를 시킨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가, 이 사람이 사실은 예전에 자신이 코 뼈를 부러뜨린 사람이었다는 이야기다.


평범한 일상 속에 약간 궤도를 벗어난 이야기가 조미료처럼 가미되어 읽는 사람에게 "응?"하는 물음표를 주고 그대로 끝난다. 뒤 끝이 찝찝하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들이 있는 것이다. 우리 삶도 그렇지 않은가. 무슨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정말 인간은 삶의 전 순간을 오직 인간으로만 사는 것일까요?
그러니까 제 말은, 개나 돼지, 새나 물고기인 그 어떤 순간,
그것을 부인하기 어려울 때가 간혹은 있지 않은가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불교도들이 전생을 믿는 게 아닐까요?
우리가 우리의 긴 윤회 과정 어디쯤에선가 왜가리나 멧돼지,
코끼리나 흰소였을 수 있다는 믿음은 왜 이렇게 자연스러운 것일까요?"
87~88p, <밀회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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