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사람을 죽일 수 있지만 귀신은 사람을 죽일 수 없거든요. 전 귀신은 무섭지 않아요, 사람이 무섭죠. 39p
오랜만에 읽은 단편집. 제목이 너무 시선을 끌어 읽을 수밖에 없었다.
제목을 보고 바로 단지 천지신명만이 여자 말을 듣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총 5편의 단편이 들어 있는데, 어디선가 들어봤을 이야기를 잘 풀었다.
학교 괴담, 액운 받이, 조선 말 천주교인들 이야기, 데이트 폭력과 옹녀 시점의 변강쇠 전이 나온다.
작가는 괴력난신이라는 단어로 작품을 설명하는데, 그 시각이 재미있었다.
김이삭 작가의 책은 처음이었는데, 다른 작품도 읽고 싶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은 ‘낭인전’이었는데, 이건 옹녀와 변강쇠 이야기.
엄청난 상징성을 가진 이 두 인물을 새롭게 풀었는데, 이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다.
미인의 삶을 가져 본 적이 없는 나는 미에 대한 경외감이 있긴 하지만
역시, 약자의 위치에서의 뛰어난 미모는 삶이 더 피곤해진다고 생각한다.
옹 씨네 딸이라 옹녀라는 이름 풀이를 보자마자 중학교 때 과외 선생님 이름이 떠올랐다.
딸 부잣집 셋째인가 넷째라고 했던 것 같은데, 이름이 여자였다. 여자로 태어나서 여자라니…
너무 직관적인 이름에 놀라고,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 모습에 놀라고…
이름을 듣고 남동생이 있는지, 그 남동생 이름은 남자냐는 내 질문에 엄청 웃던 것이 기억난다.
이야기에선 옹녀는 15살에 첫 결혼을 했는데, 20살이 될 때까지 5명의 남편들이 사고사로 죽었다.
이쁜 것도 소용없이 마을에서 쫓겨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정을 꿈꾸는 옹녀가 멋있더라.
사실, 옹녀가 강쇠를 만나기 전에는 이 이야기가 변강쇠와 옹녀의 이야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 옛날, 소위 팔자 센 동네 절색의 구질구질한 일상적 서글픔은 생각지도 못했다.
이 이야기에선 강쇠는 세상 최강의 미모로 나오는데, 아마도 작가가 시대극의 팬일 거다.
다행인 것은 이 이야기는 내 기준으로는 해피엔딩. 마음에 들었다.
킥이 될 수 있는 것들은 책으로 확인해 보길.
그 외의 이야기들도 호러를 버무려 재미있게 엮었다. 재미있는 책이다.
낭인전 이야기도 재미있었지만, 풀각시 이야기도 꽤 좋았다.
이게 또 약간 마음속 버튼을 누르는 기운이 있어서 지하철에서 눈물을 흘리며 봤다.
최근에 출퇴근 시 마스트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감정 표출이 편해졌나 보다.
알게 뭐람.
세상일이 사람 마음대로 되지는 않는다지만 가끔은 사람 마음대로 되기도 하였다. 문제는 나의 마음이 아니라 남의 마음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