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 - 서울 하늘 아래
J.M.G. 르 클레지오 지음, 송기정 옮김 / 서울셀렉션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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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클레지오 이야기는 섬세하다. 처음 읽었던 그의 첫작품 <사막>은 이야기가 너무 강렬해 거의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 이야기가 생생히 기억에 남는다. 당시 내가 가르쳤던 학생들에게 그 책을 막 선물하기도 했었네. 그런 그가 그려낸 서울 이야기는 어떨지 책을 펼치기 전부터 기대가 컸다. 르 클레지오는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하면서 한국 작가와 교류도 해왔거니와 2007년부터 2008년까지는 이대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치며 서울에 머물기도 했는데.

프랑스 작가의 소설에서 한국 사람 이름을 보는게 꽤나 어색했지만 위화감 없는 르 클레지오의 이야기 솜씨에 금방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하나의 테마로 다섯 개의 이야기가 엮인 액자소설인 <빛나 서울 하늘 아래>는 대학 신입생 '빛나'가 주인공이다. 가장 에너지 넘칠 나이인 그녀가 우연히 불치병을 앓는 한 여인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는데. 이름은 '빛나'지만 어촌에서 서울로 올라와 힘든 서울 생활을 하는 그녀에겐 서울을 어둠 그 자체이다. 그래서일까? 빛나가 살로메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도 화려한 서울의 모습에 가려진 다소 무거운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이 '빛나'는 이유는 뭘까?

작가 르 클레지오는 '빛나'라는 주인공을 통해 서울에서 마주할 수 있는 절망과 슬픔, 소외와 좌절을 담담하게 보여주고 있지만 그 속에서 하나의 '희망'을 찾아낸다. 그게 바로 한국인의 정서인 '정'이다. 세상 모든 것은 이어져 있으니 혼자 고독과 외로움과 싸우지 말라는 거다.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살아온 살로메가 열아홉살 소녀 '빛나'에게 이야기를 들으며 얻고 싶었던 건 그런 따뜻한 사람 냄새가 아닐까 싶다.

각각의 이야기에는 작가 르 클레지오가 그 동안 관심을 가진 한국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았다. 우리가 아니라, 타인이 보는 한국의 모습은 꽤나 흥미롭다. 록 프랑스어로 쓰인 르 클레지오의 소설을 한국어로 번역을 했다지만 어떤 문장들은 너무나 아름다워서 처음부터 한국어로 적은게 아닐까 싶은 문장도 많았다. 슬프지만 아름다운 소설 '빛나 서울 하늘 아래'. 르 클레지오는 역시 최고이 이야기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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