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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끝에서 나눈 대화 - 귄터 그라스, 파트릭 모디아노, 임레 케르테스… 인생에 대한 거장들의 대답
이리스 라디쉬 지음, 염정용 옮김 / 에스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아직 내 인생의 절반도 살지 않은거 같지만 예전부터 난 죽음을 의식하며 살았다. 지병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것도 아닌데 그냥 죽음이 내 옆에서 완벽히 떨어져 있다는 생각이 안들더라.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게 사람인생 아닌가. 그래서인지 자꾸 더더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돈은...쓰고 죽자... 뭐 이런 생각을 하고 말이다.
이책은 글쓴이가 유럽의 최고 지성과 문학계 거장들을 만나 '삶과 죽음'에 대해 나눈 이야기를 정리한 책이다. 인터뷰이들 리스트만 봐도 쟁쟁. 귄터 그라스, 마르틴 발저, 파트릭 모디아노. 내가 좋아하는 유럽 작가들의 솔직한 인터뷰를 본다는 것만으로도 흥분되더다. 대부분 70~80대의 나이. 나이가 나이인지라 그들에게 인터뷰를 하는 순간이 '삶의 끝' 무렵일터인데. 그들은 생각보다 '죽음'을 덤덤하게 받아들이고 있더라. 나도 물론 그들의 나이가 되면 '죽음'에 대한 생각이 지금과 많이 달라져 있겠지.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늙었다고 느껴지지 않는다는 프리데리케 마이뢰커. 가끔 그는 자신의 삶이 이제 막 시작된다고 생각하곤 한단다. 어떤 마인드로 살아야 저런 생각이 드는 건지 궁금하긴 하지만, 우리에게 늘 새로운 내일이 있다는 건 사실이다. 그 내일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새로운 날'로 느끼는 사람이 있을 테고, '죽음과 가까워지는 날'로 느끼는 사람도 있을 테다.
우리가 아주 늙은 몸이 되어서도 여전히 경탄할 수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든다는 귄터 그라스. 사실 내일 모레면 마흔을 바라보고 있는 나. 정말 진심으로 10대 때와 정말 똑같은 마음이라고 말한다면 다들 믿어줄까? 여전히 꿈꾸는 삶이 있고, 여전히 하고 싶은 게 너무나 많은 30대 후반이다. '사랑'의 세포도 죽지 않다. 다만 그 모든 것이 귀찮을 뿐. 마음은 똑같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을 뿐. 그러니 젊은이의 마음이 오히려 '사치'이게 되는 거다. 아니 오히려 삶을 슬프게 만드는 원인이 될 지도 모른다.
어떻게 늙어갈 것인가? 죽음을 앞두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죽음을 임박하면 세상을 보는 시선이 어떻게 바뀔까? <삶의 끝에서 나눈 대화> 를 읽으니 늙는다는게 꼭 슬픈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잠시 들더라... 그래도... 죽기는 싫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