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찾아서 :: 명곡의 탄생 이야기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찾아서 - 바로크 음악의 걸작을 따라서 떠나는 여행
에릭 시블린 지음, 정지현 옮김, 장혜리 감수 / 21세기북스 / 2017년 11월

첼로 거장 카잘스의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처음 들었을 때가 대학생 때였다. 중학생 과외를 하는데 학부모가 클래식 음악을 정말 좋아하셨던 거다. 그래서 기회가 되면 좋은 음반을 구워서(?) 내게 선물해주셨는데 그렇게 받은 음반 중 한 장이 카잘스가 연주한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당시에는 한참 락 음악을 열심히 듣고 있었던 터라 클래식 음악에는 정말 문외한이었는데. 카잘스의 음반은 누가 들어도 명반 중에 명반이었다. 영혼이 울리는 그런 음악이었던 거지.

음악의 아버지라 불리는 바흐. 클래식을 전혀 몰라도 바흐 이름 정도는 다들 아실 거다. 이책은 바흐가 작곡한 무반주 첼로 모음곡에 관한 이야기다. 아니, 그 곡이 얼마나 대단하길래, 300페이지가 훌쩌 넘는 책 한권이 나왔단 말인가?

지금은 너무도 유명한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근데 이 무반주 첼로 모음곡은 1890년 어느날 13살의 카잘스가 중고 악기점에서 곰팡내 나는 필사 악보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단다. 바흐가 작곡한지 200년이 넘도록 소수의 음아가들과 바흐 전문 학자들에게만 알려져 있었던 곡이라고.

게다가 이곡은 연주회에서 독주로 연주하기는 부족한 곡, 테크닉 연습곡으로 더 저합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런 바흐의 곡을 카잘스라는 연주자 한명이 연습에 또 연습을 하여 대중적인 매력을 입힌 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게 된 거란다.

이책은 저널리스트이자 영화제작자인 글쓴이가 2000년에 우연히 참석한 첼로 독주회에서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이 자필 악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관련 자료를 모으고 모아 쓴 '무반주 첼로 연주곡'에 관한 깊이 있는 이야기다. 단순하게 음악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바흐과 카잘스의 생애부터 당시 음악사와 스페인내전, 제2차 세계대전 등 정치이야기까지. 위대한 곡이 나오기까지 다양한 문화적 상황을 언급한다. 구성도 너무나 극적이어서 마치 추리소설을 읽는듯한 느낌으로 음악평론책을 읽었네.

이책을 읽는내내 십년도 훌쩍 넘은 그 복사본 카잘스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들었다. 그러면서 카잘스의 그 유명한 말을 떠올렸네!

한 기자가 파블로 카잘스가 95살이었을 때 물었다.

- 선생님께서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텔리스트로 손꼽히는 분입니다. 그런 선생님께서 아직도 하루에 6시간씩 연습을 하시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 왜냐하면 지금도 제가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은 이런 카잘스가 있었기 때문에 여전히 우리 가슴 속을 울리는 명곡이 된 듯하다! 바흐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이책 무조건 읽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