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큰 상자 지양어린이의 세계 명작 그림책 48
카르멘 코랄레스 지음, 유 아가다 옮김 / 지양어린이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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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속 고양이도 깨달은 '비움의 행복'. 역시나 '비움'은 실천의 문제다. 다 아는 거지만 '비움'을 실천하기가 젤 어려운 듯!

고양이 레오노라는 무엇이든지 모으기를 좋아한다. 어쩜, 나랑 똑같은지. 모으는 것도 병이라면 병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기억하기론 난 아주아주 어린 시절부터 뭐든 모으기를 좋아했다. 변태스러울 정도로 말이다. 온 동네를 돌아다니며 떨어진 병뚜껑을 모은적도 있었다. 그거 모아서 뭐했냐고? 그걸 돌로 쾅쾅 쳐서 납작하게 딱지를 만들었다. 종류별로 모으는 재미, 정말 쏠쏠했다. 지우개를 모으기도 했고, 연필도 모았고, 책갈피도 모았고, 우표도 모았다. 지금은 열심히 책을 모으고 있는 중! 뭐든 미치도록 해서 멋진 나만의 컬렉션이라도 만들 수 있다면 좋으련만. 나의 모으기는 늘 '아마추어'스럽다. 그러니 나의 모으기 병은 그저 '병'일 뿐인듯...

고양이 레오노라가 제일 좋아하는 건 상자다. 상자 안엔 뭐든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매일 매일 상자를 모으던 고양이는 어느날 언덕위에 놓인 커다란 상자를 보게 된다.

 

커다란 상자를 보고 한눈에 반해버린 고양이. 이 어마어마하게 큰 상자를 갖고 싶어 매일밤 끙끙댄다. 근데 세상에서 제일 큰 상자를 가져오고 싶지만 다른 상자로 가득찬 집에 둘데가 없다. 결국 레오노라는 결심한다. 큰 상자를 위해 집에 있는 다른 모든 것을 버리기로 말이다. 그렇게 모든걸 다 버리고 큰 상자를 찾으러 갔더니!!!

이론... 큰 상자가 있던 자리엔 아무것도 없는 거였다.

 

세상에서 제일 큰 상자를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버렸지만 이제 레오노라 집엔 남은게 아무것도 없게 되었다. 근데 레오노라는 텅빈방에서 뒹구는게 이상하게 넘 좋은 거다. 그동안엔 상자로 꽉 찬 집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는데 이젠 텅빈 방에서 마음껏 뒹굴고 뛰어놀 수 있게 된 거다. 그러면서 고양이는 깨닫는다. 텅빈 방이 세상에서 가장 큰 상자라는 걸 말이다.

이 그림책 주제는 법정 스님의 수필집의 제목 '텅빈 충만'과 같은 내용이라 할 수 있다. 텅빈... 충만... 얼핏 보면 이 두 단어는 서로 모순이지만 그 속에 진리가 담겨 있다. 우린 갖고 싶은 게 있으면 그걸 가져야 행복하다 생각하지만 정작 원하는 것을 다 가진다 해도 우리 마음이 '충만'해지지 않는다는 걸 잘 안다. 갖고 싶은걸 가졌을 때 얻은 행복은 아주 잠깐이다. 그래서 우린 우리 마음 속에 허전한 무언가를 채우기 위해 자꾸 새로운걸 채워 넣는거다. 비워야 비로소 '행복'이 찾아오리라는 걸 모르고 말이다.

물론 백지처럼 하얗게 비울 수는 없겠지.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것들은 있게 마련이니까. 늘 우리가 알아야 하는 건 '소유=행복'이 아니라는 거다. 2017년도 며칠 남지 않았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정말 불필요한 것들을 비워야 할까보다. 그래야 진짜 '행복'이 우리집에 찾아와주지 않을까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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