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책 너무 좋다. 인생 선배 후배들에게 전하는 조언이 담긴 책 말이다. 이책은 젊은 예술가들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점에서 일반 독자들이 공감하기 힘든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겠지만. 전혀!! 전혀 그렇지 않다. 1부는 가상의 젊은 피아니스트에게 보내는 편지가 담겼다. 기돈 크레머는 아우렐리아라는 가상의 피아니스트에게 예술가로서 정체성을 찾는 일에 대한 조언을 해주는데 이 이야기는 예술을 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도 도움이 되는 조언이다. 상업주의에 물들지 말고 진정한 예술가라면 자기 안에서 독창적인 개성을 찾으라고 말하는데. 이런 조언들은 예술가에게만 한정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을 사는 모든 젊은이들에게도 필요한 조언이다.
특히 3부를 재미있게 읽었다. 연주자라면 갖추어야할 십계명을 기돈 크레머 방식으로 해석해 놓은 거다. 십계명은 다음과 같은데. 1. 나 이외의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 2. 우상을 만들지 말라 3. 음악의 이름을 헛되이 일걷지 말라 4. 안식일을 거룩히 지키라 5. 대가를 공경하라 6. 살인하지 말라 7. 유혹에 빠지지 말라 8. 도둑질하지 말라 9. 거짓 증언을 하지 말라 10. 네 이웃의 음향을 탐내지 말라. 타이틀만 봐도 기돈 크레머의 센스를 짐작할 수 있을 거다.
3부가 흥미로웠던 이유는 기돈 크레머의 음악에 대한 철학도 엿볼 수 있었지만, 그가 못마땅해하는 음악가들을 유머러스하게 비꼬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 바이올리스트로 수없이 많은 협연을 하며 많은 음악가들을 만나온 그가 그의 경험을 생생하게 이야기하며 그가 생각하는 훌륭한 음악가와 그렇지 않은 음악가를 비교하기도 한다. 역시나 누군가를 까는 이야기는 언제나 재미있다는 거. 여섯번째 계명인 6. 살인하지 말라 에피소드도 인상깊었다.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자신의 해석을 강요하는 지휘자를 언급하는데. 그가 바로 음악을 죽이는 살인자라는 것이다. 이 이야기 또한 지휘자에게만 한정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자기 주장만 강요하는 리더를 무수히 보지 않았던가?
마지막 4부는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한 최고의 음반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기돈 크레머가 가장 존경하는 작곡가 중 한 명인 베토벤의 곡을 연주한 최고의 연주자와 지휘자의 음반을 평가하는 내용인데 음반을 평가하는데 있어 그가 고려하는 것에서 그의 예술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예술가가 꼽은 최고의 음반 찾기. 은근히 재미있더라고.
이 시대의 가장 위대한 바이올리스트가 전하는 음악에 대한 철학 삶에 대한 철학 이야기를 읽다보면 '나의 개성은 뭐지?' 라는 물음에 답을 찾는데 조금은 도움이 될 거 같다. 꿈을 찾는 젊은이들에게는 무조건 강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