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에서 느긋한 생활
아마미야 마미, 이소담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결혼하고 애 낳고 사니 심플라이프와는 이제 영영 이별하나 싶긴 하다. 이번 추석 연휴 때, 1년 뒤 이사를 위해 조금씩 정리하면서 필요 없는 것들을 버리고 있는데 여전히 우리집은 너저분. 얼마전 독신 생활을 즐기고 있는 지인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 "혼자 사는게 익숙해지면 다른 사람들이 내 공간에 있는게 너무 불편하다. 부모, 형제가 와도 불편하다. 혼자 살면 내가 정리해 놓은 것들을 어지럽히는 누군가가 없기 때문에 나만의 공간에서 느긋한 생활이 가능하다." 아! 얼마나 공감이 가던지. 누군가와 함께 산다는 건, 내가 정리해 놓은 공간을 침범당할 수 밖에 없다는 걸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오랜만에 도서관에 왔더니 붉게 물든 담쟁이 덩굴잎이 벌써 가을이 왔다고 알린다. 잠을 줄여가며 책을 읽어야하지만 요즘엔 도서관에서 다른 언니 오빠들과 놀아주는 아이 덕분에 책 읽을 여유도 조금씩 생긴다. 결혼 전엔 나만의 공간, 나만의 시간을 무지 중요하게 여기며 살아왔지만 지금 우리집엔 눈꼽만큼도 나만의 것이라곤 없다. 모든 것을 공유해야 하는 결혼 생활. 이렇게 도서관 구석에서라도 붉게 물든 낙엽을 보며 '아, 가을이네...'라고 느끼는 호사를 누렸다는 것에 이 순간 잠시 '감사'의 마음을 갖기도 했다. 누군에게 감사해야할지는 모르겠지만.


<방에서 느긋한 생활>은 일본 에세이스트인 글쓴이가 자신만의 공간에 대해 쓴 아기자기한 에세이를 모은 책이다. 많은 사람들이 '아!'하고 감탄할만큼 멋지지는 않지만 자신의 취향에 따라 소소하게 가꾼 자기만의 공간에 대한 애정어린 글쓴이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나도 1평릐 공간이라도 애정하는 '나만의 공간'을 꾸며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내가 좋아하는 것에 둘러쌓인 방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것. 이게 바로 행복의 시작이라 생각하거든.


- 무의미한 시간도 필요하다.

p138


너무나 공감하는 구절. 나 또한 프리랜서로 오래 일한터라 규칙적인 생활이란 걸 가져본 적이 거의 없었다. 그러다보니 마음 한켠에 항상 '아... 내가 너무 게으른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었다. 매일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조깅을 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집이라도 읽고나면 '더 잉상 이런 생활은 안돼. 오늘부터라도 아침형 인간이다!' 이러곤 했는데. 늘상 작심삼일. 글쓴이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그냥 멍하니 보내는 시간의 소중함에 대해 이야기할 때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네.


- 어수선해도 생생한 기운이 가득 차서 에너지 넘치는 방!

p143


글쓴이가 이야기하는 <방에서 느긋한 생활>... 빠져든다 빠져들어...

소소하지만 오래 머물고 싶은 공간에서 나를 찾을 수 있는 시간 가지고 싶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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