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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에서 - 맛, 공간, 사람
크리스토프 리바트 지음, 이수영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언젠가부터 '맛집', '먹방' 이런 단어들이 우리 입에서 하루에도 몇번씩 언급되는 거 같다. 여행 가서도 '맛집 탐방'은 놓칠 수 없는 스케줄이다. 과연 언제부터 사람들은 '맛집'에 열광한 걸까? 굶주리는 시대도 아닌데 유독 요즘 많은 사람들이 '먹는 일'에 집착(?)하는 것 같다는 건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
이책은 독일 출신의 문화사회학자인 글쓴이가 레스토랑을 맛, 공간, 사람이라는 측면에서 풀이한 인문사회서적이다. 18세기 초에 처음 등장한 레스토랑이 어떻게 지금의 문화를 만들게 되었는지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내고 있다. 레스토랑이라는 공간을 통해 미식의 문화와 역사를 정리한 거지. 역시나 문화사는 언제나 재미있다.
레스토랑이라는 곳이 '미식'의 공간이 된 것은 처음 탄생했을 때와 관계가 깊다. 이 책에서는 레스토랑이 사람들이 배를 곯지 않게 되면서, 또는 배고프지 않은 것처럼 행동하면서 시작되었다고 설명한다. 그러니까 레스토랑에는 배를 채우러 가는 것이 아니라 귀족이나 엘리트들이 사람을 식사를 하면서 대화를 나누고, 사람을 구경하러 가는 거지. 배고프지 않은 사람들이 가는 곳이니 당연히 맛있는 음식이 나와야 되는 거고. 배고픈 사람들에겐 어떤 음식도 맛있을테지만 배고프지 않은 사람들이 찾는 레스토랑에서는 좀더 다양하고 고급스러운 맛을 내놓아야 했다. 그래서 지금도 여전히 '레스토랑=고급진 음식' 이라는 공식이 성립하게 된 거다.

이책은 레스토랑의 역사를 우리 사회의 문화와도 잘 역어냈다. 단순하게 레스토랑의 역사만을 나열한 것이 아니라 그 역사와 관계 있는 문화사적 사건을 연결해서 재미있는 읽을 거리를 제공한다. 예를 들면 이런식이다.
- 트루먼 카포티(티파니에서의 아침을을 쓴 유명한 소설가)는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와 비슷한 작품을 구성했다. 그는 20세기 후반의 사회와 정신의 초상을 그리고 싶어 했다. 작품에 등장하는 여러 무대 중 한 곳은 맨해튼 55번지에 있다. <르 파비용>의 분점인 <라 코트 바스트>다. 두 사람이 테이블에 앉아 있다. 상류층 귀부인 레이디 이나쿨버스와 존시라고 불리는 화자다. 커포티는 두 사람의 점심 식사를 묘사하는 데만 40페이지를 할애한다. p151
맨해튼의 유명 레스토랑에 얽힌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며 당시 레스토랑이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설명해주는 거다. 이외에도 알쓸신잡 티비 프로그램에서나 들을법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다. 진짜 알면 쓸데 없는 지식들이지만 너무나 매력적인 이야기라 책을 놓을 수가 없긴하다.

올 여름휴가, 조금은 말랑말랑한 인문사회 서적 한권 읽고싶다면 이책 추천한다. 알면 쓸데 없는 레스토랑과 음식 관련 이야기가 가득한 <레스토랑에서>! 요 책 한권으로 어디가서 아는 척 좀 하는 사람이 될 수 있길!